美, 이스라엘 동의 ‘가자 평화구상’ 공개…“72시간 내 인질 석방”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5.09.30 08:07  수정 2025.09.30 08:10

백악관서 공동회견… 2년 전쟁 종식 큰 걸음

트럼프 “하마스 거부 땐 이스라엘 전폭 지원”

하마스 수용여부 불확실해 실행 가능성 의문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9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은 2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 주도의 20개 항 평화안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팔레스타인 무장 테러단체 하마스의 수용 여부가 불확실해 실행될지 여부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평화 구상을 언급하며 “이 계획에 동의해 준 네타냐후 총리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마스가 수락하면 내 제안은 모든 인질들을 즉시 석방하되 72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인질들의 귀환은 전쟁의 종식”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나는 하마스도 이 일(합의)을 하고 싶어 한다고 듣고 있다. 이는 좋은 일”이라며 “만약 그렇지 않다면 비비(네타냐후 총리 별명) 당신은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데 있어 더 전폭적 지지를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마스가 자신의 평화 구상을 수용하지 않으면 하마스 완전 제거를 위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임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이어 네타냐후 총리는 “오늘 우리는 전쟁 종식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고, 중동에서 평화를 극적으로 증진하기 위한 무대를 마련했다.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위한 당신의 계획을 지지한다”며 동의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하마스는 무장 해제 될 것이고 가자지구는 비무장화될 것”이며 “가자에는 하마스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도 운영하지 않는 평화로운 민간 정부가 수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마스가 합의를 거부하거나 수락 뒤 위반할 경우 “이스라엘은 스스로 임무를 완수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툥령은 이날 자신의 이름을 딴 ‘21개 항목의 트럼프 가자 평화안’을 공개했다. 시작은 즉각 휴전과 인질 송환이다. 그는 “이스라엘이 수용을 공식화하면 최대 72시간 안에 생존·사망자를 포함한 모든 인질을 돌려보낸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유엔 등 국제기구가 주도하는 가자지구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전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단계는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수, 하마스와 기타 무장조직의 무장 해제 및 땅굴·무기 제조 시설의 파괴 등 ‘비무장화 조치’가 뒤따른다. ‘평화적 공존’을 약속하는 하마스 구성원에게는 사면 혹은 망명이 허용될 전망이다. 이어 국제 안보 지원 체계 구축과 과도 정부 설립, 인프라 복구, 훈련을 받은 가자 현지 경찰로의 치안 전환 등이 이뤄진다.


이 같은 단계적 조치의 이행을 감독할 ‘보드 오브 피스’(Board of Peace)라는 국제적 기구를 신설해 트럼프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의 참여를 검토한다는 구상도 공개됐다. 로이터통신은 “팔레스타인인 강제 추방 불가, 포로 교환, 가자 지구 과도 행정부 구축과 국제 재건 펀드 동원, 이스라엘의 영구 점령·병합 배제 등의 내용도 담겼다”고 보도했다.


이날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마스 지도부를 제거하겠다는 명목으로 네타냐후 총리가 미 동맹국인 카타르 수도 공습을 명령한 뒤 트럼프 대통령의 합의 도출 의지가 강해졌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가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에게 공습에 따른 카타르 군인 사망과 카타르 주권 침해를 사과했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가자시티 자선 급식소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구호 음식을 받고 있다. ⓒ AP/뉴시스

하마스가 인질 전원 석방과 무장 해제 수용, 단계적 철수 등의 조건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하마스는 이와 관련해 “아직 미국으로부터 트럼프의 가자 평화안을 전달받지 못했다”고만 밝혔다. 거부할 경우 이스라엘의 단독 군사 작전 재개와 미국의 공개적 지원이 이어진다.


WSJ는 “가자지구 통제권을 전혀 가질 수 없고 땅굴이 포함된 기반 시설을 파괴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마스가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며 “하마스는 무장해제 요구에도 저항해 왔다”고 전했다. NYT는 가자 주둔군 철수와 PA의 가자지구 통치 참여에 반대해 온 네타냐후 총리 연정 내 강경파들도 걸림돌로 꼽았다.


가자 전쟁은 2023년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급습해 1200여 명을 살해하고 250여명을 인질로 데려가며 발발한 뒤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하마스가 억류 중인 생존 인질은 20명 정도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공격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 수는 6만 6000명을 넘어섰다고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가 최근 밝혔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