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등에 내년도 전략 조기 수립 필요성 대두
"삼성·SK·현대차·LG 4대 그룹 임원 인사 시기 앞당길 가능성"
신세계그룹이 올해 정기 임원 인사를 예년보다 한 달가량 앞당겨 단행하며, 재계 인사 시즌의 신호탄을 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등 4대 그룹의 임원 인사 시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4대 그룹이 신세계그룹처럼 인사 일정을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지난 26일 8개 계열사에서 대표 10명을 신규 선임하거나 이동시키는 것을 뼈대로 하는 2026년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지난해 10월 30일 단행된 2025년 정기 임원 인사와 비교해 약 35일 가량 앞당겨 이뤄졌다. 업계에서는 실적·성과를 바탕으로 한 인적 쇄신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재계의 인사 포문을 열면서, 재계에서는 4대 그룹의 임원 인사 시기도 지난해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고관세 정책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조직을 조기에 안정시키고 내년도 전략을 서둘러 마련하려는 의도가 반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인사 일정을 보면, 4대 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인사를 발표한 곳은 LG그룹이었다. LG그룹은 지난해 11월 21일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그룹 미래 성장 동력인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와 연구개발(R&D) 분야 강화에 무게를 두고, 신규 임원 23%(28명)를 해당 분야에서 발탁했다. 특히 AI 분야에서 글로벌 수준의 연구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1980년대생 3명을 신규 선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29일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해 부사장, 상무, 펠로우, 마스터 등 총 137명을 승진시켰다. 당시 인사에서 상무급 승진자는 92명으로 전년(77명)보다 15명이 늘었고, 특히 반도체 사업 위기 속 기술력을 입증해온 젊은 인재들이 대거 발탁됐다.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삼성전자의 세대교체가 빨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SK그룹은 지난해 12월 5일 SK이노베이션, SK스퀘어, SK하이닉스 등 각 계열사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임원인사와 조직개편 사항을 발표했다. 이중 SK하이닉스의 세대 교체가 주목됐다. SK하이닉스는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고객 요구와 기술 트렌드에 부합한 미래 성장을 준비할 수 있도록 신규 임원을 전년 12명 대비 2배 이상 늘린 33명을 발탁했다.
현대차그룹은 4대 그룹 중 가장 늦게 2025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현대차그룹은 같은 해 12월 10일 현대차 73명, 기아 43명, 현대모비스 20명 등 총 239명의 임원을 승진시켰다. 현대차그룹의 임원 인사도 세대 교체에 방점이 찍혔다. 기술 부문에서는 기본성능, 제어 등 기존 차량개발 분야와 로보틱스, 전동화, 수소 등 미래 핵심기술 분야 인재를 고루 발탁했으며, 신규 선임한 임원 중 64%가 40대였다.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관세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대내외 리스크가 확대되는 만큼, 새 경영진이 조기에 내년도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인사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SK그룹의 경우 통상 10월에 내년도 사업 계획을 논의하는 CEO세미나를 11월 중순께 개최하고 12월 초에 정기 인사를 발표했지만, 새 경영진이 CEO세미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사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지난 24일 '울산포럼'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그룹 정기인사 시기에 관한 질문에 "인사는 현재 문제를 어떻게 잘 해결할 것인지, 차세대 경영자를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 두 가지 관점을 보면 된다"며 "인사 시기는 조금 유동적이다. 빨라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와 비슷한 시기에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4대 그룹의 또다른 관계자는 "기업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인사 시기는 유동적"이라면서도 "관세 문제 등은 예고돼 있던 것이고, 인사를 빨리 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기 때문에 통상 해왔던 시기에 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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