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초코파이 먹었다가 절도죄 벌금형…항소심서 뒤집힐까? [디케의 눈물 349]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5.09.24 03:55  수정 2025.09.24 05:09

물류회사 협력업체 직원, 냉장고서 초코파이 꺼내 먹다 기소…1심 벌금형 선고돼 논란

법조계 "묵시적 승낙 있었다면 처벌 못해…하청직원 간식 먹는 게 관행이었는지 쟁점"

"1심 법원, 직원이 초코파이 '불법영득' 의사 있었는지 여부 좀 더 세밀하게 살폈어야"

"사회상규 및 윤리적 범위서 풀 문제…법적 소송 비화돼 더 큰 사회적 문제 발생시켜"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협력업체 직원이 사무실 냉장고에서 1000원어치 간식을 꺼내 먹었다가 절도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이른바 '초코파이 사건'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소와 처벌까지 이뤄진 과정이 타당했는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법조계에선 하청직원이 간식을 먹는 것이 관행이었다면 피해자의 승낙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는 만큼 2심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간식에 대한 '불법영득'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를 법원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보안업체 노조원인 A(41)씨는 지난해 1월18일 오전 4시6분께 전북 완주군의 한 물류회사 내 사무실 냉장고 안에 있던 초코파이와 커스터드를 먹은 혐의를 받고 있다. 회사 측은 "도난품 회수·변상 대신 처벌을 원한다"고 고집했고, 경찰은 절도죄를 적용해 A씨를 전주지검에 넘겼다.


검찰은 절도 액수가 적은 점 등을 고려해 벌금 50만원에 A씨를 약식 기소했으나 A씨는 결백을 주장하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특히, 보안업체 직원인 만큼 절도 혐의가 인정되면 회사에서 해고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고 한다.


정식재판에서 1심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벌금 5만원을 선고했고, A씨는 이에 불복해 법원에 항소를 제기했다. 이후 지난 18일 전주지법 제2형사부(김도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씨의 절도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변호인은 "1심의 증인신문은 문제가 있다"며 새로운 증인 2명을 채택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변호인은 "평소 다들(물류회사·보안업체 직원, 탁송 기사 등) 비슷하게 과자를 갖다 먹은 게 사실"이라며 "(증인인) 보안업체 직원은 1심 증언 도중 검사가 '그럼 당신도 과자를 먹었느냐'고 묻자, 자기에게도 괜히 불똥이 튈까 봐 방어하는 식으로 대답했다"고 설명했다.


A씨와 함께 보안업체에서 일한 이 증인은 앞선 신문에서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간식을 먹은 적은 있다"면서도 "사무실에 냉장고가 있는 줄은 몰랐고 거기서 간식을 꺼내먹지는 않았다"고 답변했다.


변호인은 "항소심에서 증인으로 요청한 2명은 1심 때와는 다른 인물"이라며 "둘 다 사무실의 사정을 잘 아는 분들인데, 제가 증언을 부탁한 과정이 왜곡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통화내용을 녹음했다"고 밝히면서 그들과의 녹취록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해당 사건을 두고 신대경 전주지검장은 22일 "검찰이 이번 재판과 관련해 상식선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살펴보겠다"며 "재판이 항소심까지 왔기 때문에 공소 취소는 어렵고 결심 단계에서 (재판부에) 의견을 구할 때 적절히 하겠다"고 밝혔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절도죄는 피해자(권리자)의 승낙이 있으면 처벌할 수 없다"며 "여기서 승낙은 사회 통념상 허용된 범위라면 묵시적 승낙이 인정되는데 하청직원이 초코파이를 먹는 게 관행이었다면 피해자의 승낙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어서 처벌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1심에서 냉장고가 있는 사무실에 직원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고 냉장고에 별다른 시정장치가 없었다면 소유자나의 묵시적 승낙이 있었을 수 있다는 점, 직원들이 초코파이를 먹는 것이 사회통념상 허용 범위 이내의 행위일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초코파이에 대한 불법영득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를 좀 더 세밀하게 살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2심에서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언, 즉 피고인과 같은 경비원 등이 간식을 꺼내 먹는 것에 대하여 회사에서도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고 실제 이러한 행위들이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왔다면 회사 측의 승낙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리적으로는 이러한 행위가 절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밝히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며 "그러나 피고인과 피해자와의 관계 속에서 사회상규나 도덕, 윤리적 범위 내에서 풀어야 할 문제가 법적 소송으로 비화되어 더 큰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키는 것은 아닌지 형사법과 그 처벌의 의미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만드는 사안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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