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측 "건강 상태 등 고려해 이송 요청"…재판부 "관할지 변경 사유 없어"
국민참여재판 지정 여부, 추가 증거 선별 절차 진행 후 결정하기로
법원이 뇌물 혐의를 받는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이 요청한 재판 관할지 이송을 또다시 거부했다. 이와 함께 국민참여재판 지정 여부에 대해서는 추가 증거 선별 절차 이후 결정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검찰 측에 구체적으로 증거 목록을 재작성하라고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이현복 부장판사)는 9일 오후 열린 문 전 대통령과 이상직 전 국회의원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문 전 대통령 측이 거주지 관할 법원인 울산지방법원으로 사건을 이송해달라는 요청을 재차 거부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 측은 지난 3일 "문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와 실질적인 변론 대응권 등을 고려해 울산지법으로 이송해줄 것을 요청한다"라는 재이송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사건 (관할지) 변경 사유가 없다고 판단된다"라며 문 전 대통령 측의 재이송 신청을 거부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6월 1차 공판기일 당시 "두 피고인(문 전 대통령, 이 전 의원)에 대해서 이른바 대향범(상대편이 있어야 성립하는 범죄)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합일 확정의 필요성이 있다"라며 서울중앙지법에서 공판을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문 전 대통령 측이 신청한 국민참여재판 지정 여부에 대해 검찰 측이 제출한 증거들에 대해 선별 절차를 거친 후 오는 11월25일 오전 10시부터 진행되는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증거 선별 절차를 모두 마친 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전주지방검찰청은 이 전 의원으로부터 2억17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 4월 문 전 대통령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가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인 타이이스타젯에 취업해 급여와 주거비 명목으로 받은 2억1700만원이 문 전 대통령에게 건네진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문 전 대통령이 서씨의 취업 등을 위해 이 전 의원에게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 자리를 주고, 지난 2020년 21대 총선 공천을 도운 것으로 봤다.
검찰은 공소사실과 관련해 총 2100개(3만여장)에 달하는 증거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통령 변호인은 이날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이 낸 증거 중 약 85%는 이 사건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형사소송규칙 132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올해 2월 신설된 해당 조항은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증거를 일괄하여 신청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증명하려는 사실과 관련되고 그 사실의 증명에 필요한 증거만을 선별해 신청해야 한다'라고 명시한다. 이어 '법원은 이를 위반하거나 재판에 부당한 지연을 초래하는 증거신청을 기각할 수 있다'라고도 함께 규정한다.
재판부도 검찰 측을 향해 "(증거에 대한) 그런 입증 취지 설명으로는 재판부에서 증거 선별 절차에 따른 증거의 공소사실 유관성 또는 무관성을 판단할 수 없다"라며 "검찰에서 제출한 전체 증거가 입증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입증 취지를 다시 정리해서 제출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에 오는 10월21일까지 증거가 입증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특정·기재해 재작성한 증거 목록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이어 변호인 측에는 오는 11월11일까지 검찰 측이 다시 제출한 증거 신청서 및 분류 의견서를 기초로 증거 선별 의무 위반 여부에 관한 입장을 제출하라고 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오늘(9일) 참석한 검사들은 이 사건 수사나 기소 단계를 담당했던 검사가 아니고 1회 공판준비기일에 참석했던 검사도 아니다"라며 "인사이동으로 인해 2주 전에 이 사건을 처음 담당하게 됐기 때문에 기록을 파악하고 입증 취지를 작성해서 분류하는 작업을 하기에는 상당히 애로 사항이 있다"라고 밝혔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