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 "덕담 나누는 게 영수회담 아니다"
李대통령에 의제 정한 1대1 회담 요청
'강경일변도'론 회담 효과 없을까 걱정
무너진 '여야 협치' 이룰 유려함 갖춰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8월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여러 사람이 모여 앉아 식사하고 덕담을 나누는 것이라면 영수회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후 이틀만에 열린 국회의원 연찬회를 시작하기 전에 꺼낸 말이다. 맞는 말이다.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대통령과 그 권력을 견제해야 하는 제1야당 대표의 만남은 결코 가벼울 수도, 또 가벼워서도 안 된다. 진짜 회담이 되려면 최근 몇 년간 정치권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대화와 타협을 이뤄낼 수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겠단 약속이 우선돼야 한다.
문제는 장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과 얘기해야 할 의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가장 큰 문제는 협치 복원이다. 공교롭게도 국회에서 협치라는 단어를 없애버린 주인공이 바로 이 대통령이었다. 물론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고집 역시 협치 실종에 한 몫을 했지만, 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에 여당과 합의없이 강행했던 법안과 탄핵안들을 생각하면 그의 책임도 적지 않다.
장 대표가 가져와야 하는 해답 중에는 최근 여야 갈등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법제사법위원장직 탈환도 포함돼 있다. 통상 여당은 국회의장을 제1야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오던 국회 관례를 깨뜨린 것도 민주당이다. 뿐만 아니라 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독단적으로 운영되는 각 상임위원회의 소위원회의 공정한 운영 역시 장 대표가 꼭 받아와야 할 약속이다. 아울러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와 특별검사팀의 무분별한 수사 등 법치질서 파괴를 막아낼 방안도 회담에서 마련해와야 한다.
하지만 무조건 가져와서는 안 된다. 협치란 정치를 함에 있어서 여야가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협력해 중요 현안을 처리하는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힘을 합쳐 잘 다스려 나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려면 장 대표도 일정 부분 이 대통령과 여당인 민주당이 원하는 것에 양보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이 '강행'으로 가지 않게 일정 부분 협상을 하는 대승적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장 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1대1 형식의 회담을 제안했다. 사실상 정면승부를 건 것이다. 이 대통령과 독대하며 미리 정해진 의제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전달하고 일정 부분 성과를 도출해내겠단 취지에서다. 정치권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의 독대하는 모습을 통해 당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 본인의 체급을 올리려는 의도가 숨어있단 분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야당 대표가 대통령과 마주 앉아 국정에 대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대화가 결과 없는 메아리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 대통령은 이미 여러 차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모습을 수차례 보여줬다. 그런 이 대통령에게 맞서 원하는 바를 이뤄내려면 확고한 협상력과 또 민심을 담아내는 목소리가 필요하다.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장 대표에게 불거졌던 가장 큰 우려는 강경일변도였다. 물론 전대를 마친 뒤 단일대오를 강조하며 부드러운 메시지를 내긴 했지만, 여전히 그의 뒤에는 강경파란 꼬리표가 붙어있다. 협상은 강함보다 부드러움에서 그 결과가 도출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1대1 회담이 성사된다면 장 대표에겐 자신의 정치력을 드러낼 첫 번째 기회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1대1 회담이란 정면승부를 이 대통령에게 직접 건 만큼, 조금은 유려한 태도로 꼭 협치라는 결과를 가져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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