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실태조사 마무리…이달 중순 국회서 양성화 방안 논의
위반 적발시 주담대 회수…전세대출 금지로 ‘보증금 미반환’ 문제
“선의의 피해자 구제해야하지만”…특별법 악용 사례 발생 우려도
ⓒ데일리안 DB
# 서울 성북구 소재 주택을 매입한 A씨는 몇 년째 이행강제금을 납부하고 있다. A씨는 전 집주인이 위반 구조물을 설치한 것으로 모르고 주택을 매입했으나 이후 지자체 단속에 위반사항이 적발되면서 해당 주택에 불법 딱지가 붙었다. 주택이 위반건축물로 등재됨에 따라 A씨는 현재 주택을 처분하지도, 임차인을 들이지도 못한 채 기약 없이 이행강제금을 물고 있다.
# B씨는 2019년 5월 서울 송파구의 한 다세대주택에 전세대출을 받아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입주했으나 4개월 뒤 해당 주택이 위반건축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송파구청에서 2019년 4월 위반 구조물을 적발했지만 행정처리 절차 등으로 건축물대장에 위반건축물이라는 사실이 5개월 뒤에나 등재가 됐고 이 공백 기간에 B씨의 전세대출 및 입주까지 진행된 것이다. 결국 해당 주택의 전세대출이 막히면서 집주인은 B씨 이후 임차인을 새로 구하지 못했고 B씨는 보증금을 전액 회수하지 못하게 됐다.
위반건축물과 관련해 선의의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특정건축물의 한시적인 양성화 조치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와 국회에서 관련 실태조사를 토대로 구제 방안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불법건축물에 대한 실태조사를 마무리하고 이달 중순께 국회에서 ‘특정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안’과 관련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논의될 예정이다.
현재 국회에는 여야를 막론하고‘특정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안’ 10여건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이 법안엔 불법으로 개조돼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한 주택에 대해 일정 조건을 충족할 시 한시적으로 합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7월 국회 국토법안심사소위에서 한 차례 논의된 바 있으나 국토부에서 실태조사를 비롯한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함에 따라 법안 심사가 연기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련 연구용역은 오는 11월까지지만 실태조사를 마무리하고 일단 국회에서 이달 중순쯤 법안에 대해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위반건축물 양성화는 국정기획위원회에서도 신속 추진 과제로 선정한 만큼 제도 개선 방안 마련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위반건축물을 양성화하려는 움직임은 현행법상 위반건축물에 대한 제재가 불법 증축 등 위반사항을 행한 자가 아닌 소유자에게 가해지면서 2차 피해가 발생한다는 주장에 따른 조치다.
매입 당시에는 문제가 없던 건물이 소유권 이전 이후 단속을 통해 위반건축물로 등재돼 새 소유자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경우 건물에 대한 담보대출부터 전세대출이 금지돼 주택담보대출이 회수되거나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나기도 한다.
한 위반건축물 소유자 C씨는 “위반 사항을 모르고 대출을 받아 주택을 문제 없이 매입했다가 이후 지자체 적발로 위반건축물로 낙인이 찍혀 대출이 회수되는 경우도 많다”며 “이때 대출을 갚지 못해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해당 주택에 임차인이 거주 중일 경우, 임차인이 울며 겨자먹기로 주택을 낙찰받고 이행강제금을 물기도 한다”며 “집주인은 집을 잃고 임차인도 억울하게 피해를 입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불법의 양성화를 악용하려는 사례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특히 그동안 선의의 피해자를 구하기 위해 위반건축물을 양성화하는 조치가 수차례 시행돼 왔던 데다 법을 준수한 대다수의 시민들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C씨는 “앞으로 다시는 위반건축물이 나오지 않도록 건축법 등 건축 관련된 법과 제도도 현실에 맞게 개정하는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주범 건국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도 “지난 1980년부터 위반건축물을 한시적으로 양성화했던 법안이 5번이나 시행됐다”며 “양성화 조치를 기대하고 이를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번에 법이 시행된다면 일정한 시기 전 지어진 주택에 대해서만 구제해주는 것이 옳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14년 마지막으로 양성화 조치가 이뤄졌는데 후속 조치 없이 2019년 4월 법 개정으로 이행강제금 부과가 최대 5년에서 무제한으로 급작스럽게 강화돼 혼란이 발생했다”며 “이번에 양성화 조치가 이뤄지면 더 이상 위반건축물이 지어지지 않도록 후속 조치 및 교육 등이 필요하고 소유자뿐 아니라 불법행위를 한 대상에 대해서도 처벌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