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공 넘긴 김병기 "합리적 결정 내려야"
자세 낮춘 대통령실·정부, 투자자 마음 돌리기 '사활'
野, '100억원 완화' 맞불…박수영 "李, 시장 혼란 가중"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 기준을 둘러싼 논의가 장기화되는 분위기다. 당정 모두 '투자자 반발' 벽에 가로막혀 언급조차 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우선 정부에 공을 넘긴 모양새인데, 정부는 투자자 반발에 쉽게 결론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합리적으로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당은 양도세를 50억원 기준 그대로 유지하자는 취지의 의견을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김 원내대표가 다시 한번 정부에 공을 넘기며 결정을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조속한 결론이 나지 않아 투자자가 걱정이 있을 것 같다"며 "조세 정상화 측면과 자본시장 정상화 두 측면인데, 정부가 (두 가지 측면을) 잘 알기에 결정이 늦어지는 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현재 당정은 지난달 10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양도세 관련해 "향후 추이를 조금 더 지켜보며 숙고하기로 했다"고 밝힌 이후, 현재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초 주식 투자자들의 반발은 예상됐지만, '대주주 양도세 하향 반대'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14만명을 넘겼고 당내에서 입장이 엇갈리는 등 논란이 커지자 결론을 유보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양도세를 '화약고'라고 평가할 정도로 쉽게 건드리기 어려운 문제다. 정부는 세제 개편을 통해 특정 주식을 50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 대주주로 보고 매각 차익에 대한 양도세를 부과하던 것을 앞으로는 10억원 이상만 보유해도 과세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과세 형평성 제고'를 위해 윤석열 정부가 완화했던 조치를 문재인 정부 당시 기준으로 환원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연말에 10억원 기준을 피하기 위한 매도로 주가가 요동칠 수 있다는 것과 '코스피 5000시대'를 공약으로 내건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 기조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에 직면하면서 파장은 커졌다.
민주당은 정청래 대표의 이른바 '양도세 함구령' 이후,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앞서 지난 7월 과세 문제를 놓고 당내에서 공개 찬반 논쟁이 벌어지면서 '양도세 문제'는 당정일체에 균열을 만들었고, 논란이 확산되자 이 대통령 지지율에도 일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민주당을 탈당했지만 이춘석 의원의 '주식 차명 거래'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것도 부담이다.
대통령실은 우선 자세를 낮추며 숙고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7일 예정된 고위 당정협의회에서도 양도세 논의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상호 정무수석은 지난달 28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2025년 정기국회 대비 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9월에 있을 고위당정협의에서 당정 간 얘기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실의 입장은 빨리 (결정) 안 한다는 입장이고, 의원들의 의견은 의견대로 잘 듣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도 여론을 지켜보며 주식 투자자들의 마음을 풀기 위해 안간힘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도세 기준 하향 발표로 주식이 급락했다는 지적에 대해 "투자자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고 분노했다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양도세 대주주 기준 확정 시기에 대해서도 "잘 판단해서 하여튼 늦지 않는 시기에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민주당 일부에선 양도세 문제를 곧바로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는 분위기다. 한 민주당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현재는 논의가 이뤄지진 않는 것 같다"며 "양도세 이슈로 뭇매를 맞은 탓에 조용한 것 같은데, 사실상 시행령 개정이 필요한 만큼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고 당에서 여러 말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슈가 나온 이후 당내에서 여러 얘기가 나왔고, 모두 장단점이 있는 만큼 현명하게 결정하지 않겠느냐"라고 덧붙였다.
이에 국민의힘에선 "이재명 정부는 앞에선 '코스피 5000'을 외치고, 뒤로는 주식시장을 뒤흔들고 있다"며 주식 양도세 기준을 100억원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국회 기재위 야당 간사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올리는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며 "이 법안은 '동학개미보호법'으로서,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 맞는 일관된 기준을 법률로 정하고 주식시장과 투자자들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의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강화 논란을 두고선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세금을 피하기 위한 연말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 소액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은 2000년 김대중 정부 시절 처음 도입됐는데, 당시 기준은 100억원 이상"이라며 "당시 1인당 GDP는 1만1000 달러, 코스피 연말 종가는 500p 수준인데, 그동안 GDP와 코스피는 각각 3배, 6배 이상 증가했음에도 다시 10억원으로 낮추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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