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하우스 보수로 호텔…의전장도 부재
정상회담 앞두고 트럼프 SNS에 '숙청' 글
공동회견 없이 끝나고 합의문도 발표 안돼
필리조선소 끝으로 3박 6일 방미 마무리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의 첫 방미가 한미조선 협력의 상징인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 시찰을 끝으로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다. 공식 실무 방문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순방은 의전 형식을 둘러싼 '홀대' 논란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발언이 겹치며 한때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성패를 가를 첫 시험대였던 한미정상회담을 우려와 달리 잡음 없이 마쳤다. 긴장감이 감돌던 분위기는 회담 직후 반전됐고, 이후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과 CSIS(미국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설 등 빽빽한 일정도 별다른 차질 없이 소화했다.
공식 실무 방문이라는 형식과 의전 절차를 놓고는 정상회담 이전부터 적잖은 해석이 따라붙었다.
이 대통령의 방미는 미국의 외교 방문 형식 중 하나인 '공식 실무 방문'으로 진행됐다. 미국은 정상의 방미 형식을 국빈·공식·공식 실무·실무·사적 방문 등으로 세분화하고 있다. 국빈 방문의 경우 최고 의전과 환영 행사가 동반되고, 공식 방문은 의전은 있으나 국빈보다는 격이 낮다. 공식 실무 방문은 회담과 업무협의를 중심으로 하며 일부 의전을 포함하는 형식이다.
이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했을 때의 의전을 두고도 홀대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 측에선 애비 존스 부의전장과 조슈아 킴 대령이 이 대통령을 맞이했으며, 미국 의전 총책임자인 모니카 크롤리 의전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국빈 방문과 달리 의장대 사열, 예포 등 의전 절차가 생략됐다.
이 대통령이 백악관 인근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가 아닌 워싱턴 소재 호텔에 숙박한 점도 야권으로부터 공세를 받았다. 전임 대통령들은 블레어하우스에 묵은 바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공식 실무 방문 때 블레어하우스에서 3박 4일을 묵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블레어하우스에서 예우를 받았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회담 약 3시간 전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트루스에 올린 글로 인해 한때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숙청' 등 단어를 쓰며 기선제압에 나섬에 따라 대통령실은 진위 파악에 들어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냐. 숙청이나 혁명처럼 보인다"라고 한 뒤 "우리는 그것을 수용할 수 없고 거기서 사업할 수 없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전 행정명령 서명식에서도 "최근 며칠 동안 한국에서 교회에 대해 매우 잔인한 정부의 단속을 벌이고 심지어 우리 군사 기지에 들어가 정보를 수집했다고 들었다"며 "그렇게 해서는 안 됐을텐데 나쁜 소식을 들었다. 진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새 대통령을 만나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정상회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교회와 미군기지 압수수색 논란 등이 자신의 오해였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두고 야권에서 '홀대론'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 바로잡고자 한다"며 "대통령 숙소는 미국 국무부 발표대로 블레어하우스 정기 보수공사로 인해 인근 호텔로 이동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백악관의 영빈관 격인 블레어하우스가 아닌 워싱턴DC의 호텔에서 묵은 이유에 대한 설명이다.
아울러 이규연 수석은 이 대통령이 지난 24일 미국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을 때 미 국무부 의전장이 아닌 부의전장의 영접을 받은 것과 관련해 "의전장 대행 영접은 미국 측이 사전에 정중히 양해를 구해온 것"이라고 했다.
또 "회담 전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게시글)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오해라고 밝힌 바 있고,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기를 거듭 당부한다"고 했다.
한편 한미정상회담은 당초 25일 낮 12시 15분(한국시간 26일 오전 1시 15분)으로 예정됐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오전 10시 행정명령 서명 일정이 지연되면서 약 30분 늦게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입장할 때 직접 영접했다. 회담은 긴장된 분위기 속에 시작됐지만, 우려와 달리 돌발 상황 없이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종류 후 이 대통령을 배웅하는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양측은 공동 성명이나 공동 기자회견도 내놓지 않았다.
워싱턴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한 이 대통령은 26일 오전 알링턴 국립묘지 참배로 순방 마지막날 일정에 돌입했다. 이 대통령은 알링턴 국립묘지에 헌화한 뒤 곧바로 펜실베이니아주(州) 필라델피아로 이동한다. 이 대통령은 필라델피아에서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는 26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서재필 기념관을 찾을 예정이다. 순방 마지막 일정으로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와 함께 한화오션이 인수한 필리조선소를 방문한다.
이 대통령은 필리조선소 방문 당일 저녁 귀국 편에 오른다. 이후 28일(한국시간) 새벽 서울공항에 도착하면서 3박 6일간의 일본·미국 순방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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