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경고방송·남측 경고사격에 복귀"
北담화문 발표 후 합참서 공개…늦장 대처
북한군 MDL 침범 '30명→수명' 설명 지적도
북한군 수십 명이 지난주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온 뒤 우리 군의 경고 사격을 받고 되돌아간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군 당국의 대응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군 30여명은 지난 19일 오후 3시께 비무장지대(DMZ)에서 건설 및 보수 작업을 하던 중 군사분계선을 넘어왔다가 우리 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북측으로 되돌아갔다.
군 소식통은 "북한군은 우리 군의 경고 사격에 즉각 반응하며 작업을 중단하고 장구류를 챙겨 북측으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합참은 전날 북한 고위 장성 명의 담화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되자 이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합참 관계자는 "지난 19일 오후 3시께 북한군이 중부전선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해 경고사격 등의 조치를 했고, 북한군은 북상했다"며 "군은 접적지에서 북한군의 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고정철 육군 중장(별 2개)은 지난 23일 '남부 국경 일대에서 군사적 충돌을 야기시키는 위험한 도발행위를 당장 중지해야 한다' 제목의 담화에서 지난 19일 한국군이 MDL 부근에서 작업 중인 북한군에 12.7㎜ 기관총으로 10여발의 경고사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또 고 중장은 한미연합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이 진행되는 와중에 한국이 경고사격을 했다며 "군사적 충돌을 노린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도발행위"라고 즉시 중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유엔군사령부도 24일 관련 질의에 한국군은 MDL 월선 사실을 알리기 위해 여러 차례 경고 방송을 했지만 북한군은 응답하지 않았고, 이에 한국군은 경고사격을 실시해 북한군이 MDL 북측 지역으로 돌아가게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사 결과 북한군 30여명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왔다고 밝히면서 합참의 입장과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서 합참은 비공식적으로 '수 명'이 남하했다고 설명했으나, 유엔사 조사와 차이를 보였다. 통상적으로 군에서는 '수 명'이 10명 미만을 뜻한다.
여기서 문제는 군은 북한군이 지난해 6월과 올해 4월 MDL 이남을 침범해 경고사격을 했을 때는 이를 즉시 언론에 알렸지만, 이번엔 공지하지 않은 것이다.
또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군사분계선을 넘은 북한군 규모를 줄이는 모습도 보여 지적이 잇따랐다. 북한군 숫자까지 축소한 정황이 유엔사 발표를 통해 확인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대북 유화 기조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군 안팎에서 나왔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군사분계선 이남 방향으로 10m가량 월선이 이뤄졌다"며 "국경선 작업을 하고 있던 북측 인원 30명 중 7명이 월선을 했다"라고 말했다.
안 장관은 "월선 범위는 5~10m가량 국소한 범위라 예전 같으면 경고사격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경고 방송 6번, 경고사격 10발을 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장관의 말과 유엔사의 입장이 달라 이 부분도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군 소식통은 "이재명 정부가 대북 화해정책을 유지하면서 남북 간 추가적인 긴장 고조를 막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군 당국이 즉각적으로 적절하게 반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4월부터 MDL 인근과 DMZ 북측 지역에 다수의 병력을 투입해 삼중 철책을 설치하고 대전차 방벽을 세우는 작업 등을 진행 중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말에 주창한 '적대적 두 국가론'에 따라 군사분계선을 국경선화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 대통령의 유화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대화 의지가 없음을 재확인했다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미연합훈련을 남한을 영구적 적으로 규정하고 압박하는 데 활용했고, 한미군사훈련 중단 없이는 남북 간 화해협력, 평화공존은 불가하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발신했다"면서 "이재명 정부의 남북 접촉과 대화 재개 시도에 쐐기를 박는 압박 메시지로서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남기수 합참 공보부실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군 군사분계선 침범과 우리 군 경고사격에 대해 밝히면서 "우리 군은 북한군의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세부적인 작전 상황은 보안과 관련돼 있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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