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경기 침체 그림자 커지자…충당금 '곳간' 2배 채우기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5.08.15 07:25  수정 2025.08.15 07:25

가계 대신 중소기업 대출 늘리라는데

은행 정책 딜레마에 부실 위험 경고등

침체·불확실성에 하반기 리스크도 ↑

국내 시중은행들이 쌓은 대손충당금이 1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났다. ⓒ각 사

국내 시중은행들이 쌓은 대손충당금이 1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났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둔화로 인해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고 대외 불확실성도 이어지자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다.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정부의 대출 정책 기조에 따라 향후 은행 건전성이 더욱 악화되면 결국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 대출까지 틀어막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이 올 상반기 적립한 대손충당금은 약 1조57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가량 급증한 규모다.


대손충당금은 은행이 빌려준 돈 중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미리 쌓아두는 자금이다. 충당금을 늘려 적립했다는 것은 은행들이 예상되는 부실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하나은행은 올 상반기 2220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는데, 이는 1년 전보다 313.4% 급증한 규모다.


이어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동안 130.5% 증가한 3472억원, 국민은행은 81.2% 늘어난 6353억원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3730억원으로 19.5% 늘려 쌓았다.


은행들이 이처럼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이유는 경기 침체 장기화와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진 가계와 기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기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5%로, 1년 전보다 0.11%포인트 상승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에 따라 대출 포트폴리오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 역시 원인으로 거론된다.


은행들은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따라 상대적으로 위험 부담이 큰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경기 변동에 더 민감한 중소기업의 특성상, 은행들은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아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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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앞으로 은행의 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대신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장려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우량한 신용 등급을 가진 가계 대출은 줄어드는 반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중소기업 대출은 늘려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하반기 은행들의 건전성이 악화되면 경기 침체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을 대폭 줄일 경우 기업의 투자와 고용 등을 위축시켜, 결국 가계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게도 악영향이 미친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전문가는 "단순히 대출을 조이고 늘리라고 압박하기보다는 금융 당국이 은행의 건전성 관리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며 "부실을 막고 기업의 자체적인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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