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연계가 빠르게 변화하며 기존의 이분법적인 장르 분류를 넘어서고 있다. 노래가 있으면 뮤지컬, 없으면 연극이라는 단순한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대신, 다양한 기술과 예술적 요소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공연들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시장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한국 초연을 확정한 명작 ‘라이프 오브 파이’는 아런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작품은 단순히 연극이나 뮤지컬로 규정되지 않고, ‘라이브 온 스테이지’(Live on Stage)라는 장르로 소개됐다. 국내 관객들에게는 다소 낯선 개념으로, 특정 원작을 기반으로 연극이나 뮤지컬, 인형극, 영상, 특수효과 등 다양한 예술적, 기술적 요소를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공연 형태를 지칭한다.
이러한 장르적 다양화는 공연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이 발표한 '2024년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국내 공연 시장의 총 티켓 판매액은 약 1조 453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2023년) 대비 14.5% 성장했다. 이는 공연 건수(6.0% 증가)와 예매 수(6.1% 증가), 공연 회차(7.4% 증가) 등 모든 지표가 고루 상승한 결과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러한 성장세가 2025년 상반기에도 이어졌다는 것이다. 2025년 상반기 공연 시장의 티켓 판매액은 약 7414억원으로 집계되어, 역대 상반기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한 수치로, 공연 시장이 팬데믹 이후 꾸준한 회복세를 넘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준다.
장르별로는 대중음악과 뮤지컬이 시장 성장을 견인했다. 2024년에는 대중음악 공연의 티켓 판매액이 전년 대비 31.3% 급증하며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였고, 뮤지컬 역시 1.3% 소폭 상승한 4651억 원을 기록하며 시장의 한 축을 굳건히 지켰다. 연극 또한 유명 배우들의 무대 복귀 등에 힘입어 판매액이 16.5% 증가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공연 시장의 양적 성장과 함께 관객들의 취향도 다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정통‘ 장르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었지만, 이제는 이머시브 공연(’슬립 노 모어‘), 논버벌 공연(’블루맨 그룹‘), 융복합 공연(’태양의 서커스‘) 등 새로운 형태의 작품들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는 관객들이 단순히 감상하는 것을 넘어, 공연에 직접 참여하거나 시각적, 청각적으로 더 강렬한 경험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KOPIS의 2024년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공연 트렌드를 주도하는 상위권 공연들의 공통점은 미디어 기반 공연과 시네마 콘서트라는 점이다. 시각적, 기술적 요소가 강한 작품들이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 기존 장르의 틀을 깨는 실험적 시도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공연을 찾는 관객이 많아지고, 요구하는 것들이 다양해지다 보니 공연계에 종합적인 요소가 들어가는 콘텐츠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장르역시 명확히 구분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작게는 이머시브 공연, 넌버벌 공연부터 아트서커스, 댄스뮤지컬 등등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하면서 표현되다 보니 다양한 장르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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