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야권 무시하고 '방송법' 본회의 상정 강행
野, '필리버스터'로 맞불…효과엔 '회의적'
정청래 '강경 기조'에 '대치 정국 격화' 우려↑
당권주자들 대여투쟁 강조…당심 영향 주목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으로 견제에 나섰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본회의 일정을 쪼개 표결에 돌입하는 여권의 전술로 인해 24시간이란 제약이 있어 여론전을 펼치기에도 마땅치 않은데다, 실질적으로 법안 부결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소모적인 절차에 불과하단 지적에서다.
아울러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야 강경 기조를 예고하면서 향후 필리버스터만으론 대여 투쟁에서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까지 감지된다. 이처럼 당이 대여 투쟁 전략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차기 당권주자들을 평가하는 당원들의 주요 잣대 중 하나가 효율적인 '대여 투쟁 방안' 제시에 쏠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4일 오후 4시부터 국회 본회의장에서 방송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시작했다. 방송법은 민주당이 강행하고 있는 이른바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중 하나다. 필리버스터의 첫 타자로 나선 신동욱 의원은 방송법 개정안을 민주당 방송 만들기 프로젝트, 민노총 방송 만들기 프로젝트라고 명명하고 "언론개혁·방송개혁이라는 말을 하지 말라"며 "민주당 성향의 시민단체와 민노총의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언론개혁이냐"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는 5일 오후 강제 종료될 예정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신 의원이 필리버스터에 돌입하자마자 곧바로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안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필리버스터는 재적 의원 5분의3 이상의 동의가 있으면 24시간 후에 종결된다. 필리버스터가 종결되면 해당 법안은 자동 상정돼 표결에 부쳐진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5일까지 방송법 한 건을 처리하고, 똑같은 방식으로 조만간 열릴 8월 국회에서 나머지 방송2법은 물론 노봉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회기를 잘게 쪼개 매 회기마다 쟁점법안 한 건씩을 처리한다는 '살라미 전략'을 실행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법안들을) 각개격파할 것이다. (의원들은) 해외에 나가시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강행하는 모든 법안마다 필리버스터로 맞대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송 위원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의회민주주의를 송두리째 파괴했다"며 "어느 법이 올라오든지 필리버스터로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민의힘은 상임위원회별로 본회의장에 주둔하는 '지킴조' 명단을 꾸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필리버스터를 향한 당내 반응은 회의적이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필리버스터를) 왜 하는지 의도도 알겠고 명분도 있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는 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라며 "필리버스터가 안 먹히는데 단식이나 삭발 투쟁이 먹히겠느냐. 그런 정치적 행동도 필요할 때가 있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한 마디만 해도 전국민에게 먹힐 수 있는 막강한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향후 이 같은 소모적인 대치 정국이 더 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는 점이다. 지난 2일 민주당의 새 사령탑에 오른 정청래 대표가 "지금은 내란과의 전쟁 중이며, 여야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헌법을 파괴하고 실제로 사람을 죽이려고 한 데 대한 사과와 반성이 먼저 있지 않고서는 그들과 악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대야(對野) 기조를 천명했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의힘 안팎에선 효율적인 전략으로 대여 투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당대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당권주자들도 대여 투쟁력을 고취시킬 수 있는 메시지를 꺼내들며 당심 사기 경쟁에 나선 모양새다.
김문수 당대표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당대표 시절 시작된 야당 말살 획책이 신임 대표로 이어졌다"며 "나는 저들의 의도와 본색을 파헤치는 큰 싸움을 국민과 함께 전개해 나갈 것이다. 이 싸움은 우리가 승리할 수밖에 없는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장동혁 후보도 이날 페이스북에 "줄탄핵과 줄특검으로 계엄을 유발하고 정권을 찬탈한 주범인 정청래 대표와 민주당이야말로 내란 교사범"이라며 "반드시 당대표가 돼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 민주당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진우 후보도 이날 페이스북에 정 대표를 향해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당권을 장악해 제2의 이재명이 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의원도 지난 3일 페이스북에 "자꾸 우리 당 해산을 운운하는데, (정 대표는) 그 입 다물라. 이제 좌표는 찍혔다. 각오하기 바란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정청래 대표가 강경하게 나가는 건 이재명을 이어 자신이 미래권력이라는 걸 개딸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화려한 쇼맨십"이라면서도 "이걸 제압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 우리 당에서도 그에 걸맞는 막강한 미래권력이 나와 여론을 이끌면서 맞대결을 펼치는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의원은 "지금 당대표 후보들이 전부 강한 메시지를 내고 있는 것엔 이런 의도가 깔린 것"이라며 "당원들은 이 상황을 다 지켜보고 있다. 필리버스터가 아니라 말 한 마디로 정청래를 제압할 수 있는 그런 강한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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