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제개편으로 투자 심리 위축과 시장 변동성 확대가 초래될 우려
보유 기간에 따른 차등 과세, 거래세 폐지 등이 투자 활성화, 시장 안정성에 긍정적
세제개편 방향을 투자 유인 강화와 과세 체계 단순화로 전환할 필요
최근 정부는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대폭 낮추고, 증권거래세율을 0.15%에서 0.20%로 인상하며 최고 35%의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세수 확보와 조세 형평성 강화라는 명분으로 추진되었지만, 증권시장과 투자자들의 반응은 우려로 가득하다.
우선, 대주주 기준의 급격한 강화는 과세 대상자를 폭넓게 늘려 투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는 연말 대량 매도 현상을 촉진해 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키우고, 결과적으로 투자 유인을 제한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개인투자자의 장기 보유를 독려해야 하는 시점에 정부 정책이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더욱이, ‘대주주’ 기준이 잦은 변동으로 조세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증권거래세 인상도 국내 증시의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꼽힌다. 높은 거래 비용은 유동성 감소와 단기 매매 위축으로 이어져 시장 전체의 활력을 저하시킨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신설은 고배당 기업과 투자자에 저율 과세를 적용한다는 취지로 긍정적인 면이 있으나, 엄격한 요건으로 인해 실효성이 제한적이다.
따라서, 전체 투자자가 체감할만한 세 부담 경감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과 비교하면 세제 개편안의 문제점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미국은 대주주 기준을 두지 않고, 모든 투자자를 대상으로 보유 기간에 따른 차등 양도소득세율(단기 일반 소득세율 적용, 장기 낮은 세율 적용)을 적용한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연말 매도 압박이 없고 장기 투자가 자연스럽게 유도된다.
또한, 미국 증권시장에는 증권거래세 제도가 존재하지 않아 거래 비용이 낮으며, 배당소득도 장기양도소득세율 수준으로 과세돼 이중과세 문제를 최소화하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과세체계는 투자 촉진과 시장의 유동성 확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우리도 미국 사례를 참고해 다음과 같은 점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대주주 기준을 폐지하거나 대폭 완화하고, 모든 투자자에게 동일한 기준으로 과세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대주주’ 기준이 존재하면 투자자들은 특정 시점(주로 연말)을 전후해 세금 회피를 위한 대량 매도에 나서게 된다.
이는 시장에 불필요한 변동성을 초래하고, 연말의 일시적 가격 왜곡 및 유동성 문제를 야기한다.
또한, 대주주 기준을 적용할 경우, 일정 금액(예: 10억 원) 이상 보유자만 양도소득세를 부담하게 되고, 그 이하 투자자는 면세되는 등 조세의 형평성도 저해된다.
둘째, 증권거래세는 점진적으로 인하 또는 폐지해, 거래 비용 절감을 통해 시장 유동성을 확대해야 한다.
거래세 세율을 단계적으로 낮추거나 일정 기간에 걸쳐 폐지하면, 투자자들의 거래 의욕이 살아나고, 시장 유동성·거래대금이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시장의 신뢰도와 경쟁력을 높이고, 한국 자본시장의 선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셋째, 배당소득 과세는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누진 구조를 완화해 투자자의 세 부담을 경감하며, 과세체계를 단순화해야 한다.
발표된 배당소득 분리과세 정책은 이익의 40% 이상 배당, 3년 연속 평균 배당 기준 이상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고배당 기업에게만 적용된다.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상장기업은 일부분에 그쳐 대다수 기업의 투자자는 대상에서 자동 배제된다.
결국, 고배당 정책을 취하고 있지 않은 기업의 주주에게는 적용되지 않으므로, 실질적 세 부담 경감 효과를 전체 투자자 집단이 고르게 누리기 어렵다.
미국의 Qualified Dividend(투자 장려를 위해 장기 보유 주주에게 배당소득을 낮은 세율로 과세하는 제도적 장치)는 넓은 범위의 저율 적용, 소득 구간별 차등, 간단한 기준 도입 등으로 배당소득 과세의 예측 가능성과 실효성이 높다.
한국식 제한적 분리과세는 이런 국제적 추세와 차이가 있으며, 투자 촉진 효과도 약하다.
최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경제 불확실성이 증대하는 상황에서 세제 정책은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고 증시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부는 세수 확보뿐 아니라 장기 투자 활성화, 시장 투명성 제고, 그리고 국제적 투자 환경과의 조화를 함께 고려함으로써 세제 개편의 본질적 목적을 달성해야 할 것이다.
이번 개편안은 그 취지와 다르게 국내 증시 구조를 약화시킬 위험이 크므로, 선진 사례에 기반한 합리적이고 시장 친화적 과세체계 개편으로 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
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 / rmjise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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