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인 건평 씨가 조사받은 곳에서 노 전 대통령이 조사받을지도 관심사다. 건평 씨는 특별조사실인 1120호에서 조사를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재임 당시 부인 권양숙 여사가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실토함에 따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7일 사과문을 통해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고 밝힌 만큼, 출두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주중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소환할 예정이다.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권양숙 여사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지만,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노 전 대통령 내외를 동시에 소환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기업인과 정치인의 검찰 소환의 경우 통상 아버지와 아들에게 모두 혐의가 있을 때 한 사람만 불러서 조사하는 것이 관례다.
이렇게 되면 노 전 대통령이 홀로 김해 봉하마을 사저를 출발 서울로 올라와, 서초동 대검찰청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노 전 대통령은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변호사 그리고 김경수 비서관 등 핵심 측근만을 대동할 것으로 보인다.
형인 건평 씨가 조사받은 곳에서 노 전 대통령이 조사받을지도 관심사다. 건평 씨는 특별조사실인 1120호에서 조사를 받았다.
1120호는 지난해 4월 새로 단장된 51㎡ 규모로 ‘VIP 조사실’로 통한다. 조사실 중 가장 넓은데다 수면실도 있고, 샤워실을 갖춘 화장실, 소파 등도 마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의 초점은 ‘죽마고우’로 통하는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권 여사가 박 회장으로부터 10억원을 받은 사실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사가 이 사안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검찰 수사가 박연차 회장의 전방위 로비 의혹 수사로 번지고 있는 만큼 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불거진 박 회장의 각종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연차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철호 씨에게 건넸다는 500만 달러, 봉하마을 사저 부지 매입의 건,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 인수의 건, 여기에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부인이 낸 고소사건에 대해서도 노 전 대통령의 대한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렸던 최도술 씨의 불법 대선자금 모금 사건에 대한 재조사도 있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야말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8일 “노무현 정권 X-파일 중 한 개의 밀봉이 뜯겨졌을 뿐”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윤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 X-파일에 등장하는 노 전 대통령과 그 주변 인사들이 그들의 신분과 돈을 이용해 어떤 부당한 정치적 경제적 이득을 서로 나눠가졌는지, 그 주고받은 구체적인 특혜의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며 “그 검은 뒷거래에 대해 티끌만한 의혹도 남기지 않는 것, 그것이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구하고 대한민국을 구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가 임박하면서 우리 정치사는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이어 14년 만에 다시 전직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는 ‘비극’을 되풀이하게 됐다.[데일리안 = 김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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