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의 소리·희망의 메아리 등 송출 중단"
국정원 대북심리전 포기했다는 지적 제기
비공개 북한 영상 자료 접근 제한도 해제될듯
국가정보원이 지난 수십 년간 자체 운영 중인 대북 라디오 방송과 TV 방송의 송출을 최근 전면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북관계 긴장 해소를 위한 조치로 해석되지만, 국정원이 외부 정보를 북한에 유입하는 심리전을 포기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민간 대북 라디오·TV 방송 복수의 활동가는 22일 데일리안에 "국정원이 관리해 온 대북 라디오 방송 채널들이 이달 들어 송출을 중단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그간 △인민의 소리 △희망의 메아리 △자유코리아방송 △케이뉴스 △자유FM 등의 라디오 방송을 송출해 왔다. 대북TV도 운영했는데, 지난 14일 0시부로 송출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마다 편차가 있던 국정원의 대북 라디오·TV 송출 내용은 대체적으로 우리 사회의 장점을 부각하고 북한 정권의 부정적 내용이 담겼다. 국정원은 1973년부터 대북 라디오 방송, 1980년대부터 대북 TV 방송을 북한 지역에 송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중단 여부에 대해 국정원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전했다. 다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관계 유화 태도를 보이는 정부의 화해 제스처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이종석 국정원장은 지난달 취임식에서 "대북 정보 역량을 총동원해 튼튼한 국가 안보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남북 간 군사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의 돌파구를 열어 나가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명 정부는 대북 유화 조치를 지속적으로 취하고 있다.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을 말리고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바 있다. 지난 9일에는 동해와 서해에서 각각 3월과 5월 북방한계선(NLL)을 표류해 남측으로 넘어온 북한 주민 6명을 해상을 통해 송환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제적인 정부의 유화 제스처를 두고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복수의 정보 소식통은 "대북 정책의 균형 감각을 잃어버렸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면서 "대북 심리전을 국정원이 포기했다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심리전을 포기한 우리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적대적 두 국가' 관계라며 선을 긋고 있는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23년 노동당 중앙위원회 연말 전원회의를 통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간의 관계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대남 노선의 근본적 방향 전환을 선언한 것이 북한이 우리 측의 접근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대통령실은 전날 "정부는 한반도 긴장 완화 및 남북관계 개선을 목표로 대북 정책을 수립·추진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북한 개별관광 관련한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국내에 비공개했던 북한 영상 자료에 대한 접근 제한도 해제할 것으로 전해졌다. 체제 선전과 관련이 없는 북한 만화·영화 등 자료는 일반에 공개한다는 것이다.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일부 내 북한 자료 분류 기준, 북한자료심의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의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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