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자화자찬’ 기자회견 두 번 다시 하지 않는 게 사는 길
윤석열의 몰락은 1시간에 59분 혼자 떠든다는 폭로로 시작
10일 만에 사표 낸 캠프 대변인의 위대한 호루라기...
그러나 그의 성격 결함-정권의 비극적 말로 안 사람 많지 않아
윤석열의 별명은 많다.
그중에 하나가 59분이다. 그의 대선 캠프 대변인이었던 이동훈(55,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현 개혁신당 수석대변인)이 10일 만에 그만두고 나와서 한 폭로다. 위대한 호루라기였다.
처음에는 잘린(국민의힘 입당 의견 차이 등으로 나온) 사람이 불만을 품고 과장한 말이겠거니 했다. 그러나 그의 실정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소통과 정치력 부재의 문제점이 점점 심각해지면서 ‘59분’은 윤석열의 참사를 설명하는 대명사가 됐다.
그는 의료 사태 국면에서 대국민담화라는 것을 장장 53분 함으로써 대참사를 일으켰다. 53분짜리 담화는 대한민국 헌정사에 전무후무한 코미디로 기록될 것이다. 59분이 그의 몰락의 조용한 시작이었다면 53분은 바윗덩어리가 굉음을 내며 굴러내리던 순간이었다.
그는 이 ‘담화’에서 후에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 의대 증원 2000명에 대해 이렇게 강변했다.
4.10 총선 딱 10일 전에 ‘꼼꼼하게 계산’한 숫자라고 국민들에게 1시간 가까이 장광설을 펴며 조정 가능성의 문을 살짝 여는 척하다 야당에 180석을 바쳤다. 그것이 입법 폭주-비상계엄-탄핵 파면으로 이어져 오늘날 그가 전과 다수 범으로 잡아넣으려던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고, 자신은 내란, 직권 남용 등 혐의로 구속을 눈앞에 두게 되는 처지를 낳았다.
보수가 얼굴을 들 수 없도록 하고 보수와 대한민국에 큰 죄를 저지른 사람 부부가 감옥에 가고 패가망신하는 거야 법치국가에서 당연하다. 윤석열과 김건희는 그 죗값을 치를 짓을 했다. 곧 특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그 망신스러운 내막과 불법 행위들이 만천하에 공개될 것이다.
그러나 그가 59분과 53분 장광설을 펼 때만 해도 그의 문제가 그토록 심각한 것이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의 비극적 말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경고음을 울린다. 취임 한 달 만에 2시간 기자회견을 하는 걸 보고 윤석열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런 회견은 두 번 다시 하지 않는 게 사는 길이다.
그는 취임 1개월이 되기를 무척 기다린 듯한 인상을 준다. 지지율 65%에 자신감이 커져 국정 철학과 계획에 대한 설명을 최대한 길고 자세하게, 자기 육성으로 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2시간이 됐다.
미국에서도 2시간짜리 대통령 기자회견은 극히 드물다. 보통 30분~90분이다. 형식과 내용에서 비교 대상이 없는 트럼프가 집권 1기 코로나 때 2시간을 한 게 유일하다.
이재명 대통령 기자회견은 규모와 시간에서 압도적이다. 147명의 기자가 참석했다. 미국 백악관 브리핑 룸은 정원이 40명이고 더 큰 방에서 해도 100명이 최대다.
질문도 15개를 추첨으로 받았다. 미국은 5~10개를 대통령이 직접 기자를 지명해서 듣는다. 이재명 대통령실은 이 인원을 초과하고 시간도 더 많이 끌 생각을 처음부터 한 것 같다.
규모와 시간이 중요한가? 오히려 기자들 수가 많으면 질문이 산만해지고 대통령 답변 시간이 길면 지루해진다. 역효과다.
그런데도 그 반대로 기자회견을 기획하고 실행한 것은 욕심 때문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국민만 생각하고 준비한 좋은 정책들이 많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그런 효과를 과연 거두었나? 이 답은 2시간 기자회견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본 대한민국 국민이 과연 몇 명이나 될지 헤아려 보면 나온다.
야당은 “제대로 된 현실 진단도, 구체적인 해법 제시도 없는 낯 뜨거운 자화자찬이자 자기 합리화와 궤변이 난무한 거짓말 잔치”(대변인 박성훈) 라거나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빠른 기자회견이라지만, 가장 빠른 자화자찬”(원내대표 겸 비대위원장 송언석)이라고 혹평했다.
필자는 신문 기사로 요지는 파악했기에 2시간 기자회견 문답 전문 녹취록을 몇 개 읽다가 그만뒀다. 앞으로는 사사로운 소회, 경험담 같은 얘기는 좀 빼고 국정 관련 알맹이만 밝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기자회견 형식도 바꿔야 한다. 민주화와 진보가 다 좋고 옳은 건 아니다. 국민이 왜 ‘듣보잡’ 기자들과 여기자들 질문만 주로 들어야 하나? 추첨이라는데, 이상한 추첨이 아닐 수 없다.
미국처럼 대통령이 직접, 또는 대변인이 지명해서 검증된 매체 출입 기자들을 통해 중요한 문제들이 짚어지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국민 관심사가 가장 큰, 경제(성장 계획)-개헌(내용과 시기)-트럼프(입장과 대책) 관련 질문들이 빠진 맹탕 기자회견이 안 되려면 말이다.
또 그래야 이런 낯 뜨거운 명비어천가 인사말을 듣지 않게도 된다. 기자 생활 40년 동안 출입 기자가 취재원에게 바친 이런 놀라운 과공(過恭)은 처음 본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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