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에 감염병 54% 증가…백일해·성홍열 확산

소아·청소년 중심 호흡기 감염병 확산

CRE 감염증 사망자 800명 넘어서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코로나19가 4급 감염병으로 전환된 뒤 국내 법정 감염병이 전년 대비 54.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스크 해제와 대면 활동 증가 등 방역 완화 이후 나타난 후폭풍으로 해석된다.

질병관리청이 26일 발표한 ‘2024 감염병 신고 현황 연보’에 따르면 코로나19와 매독을 제외한 지난해 법정감염병 환자는 16만8586명으로, 2023년(10만9087명)보다 5만9499명 늘었다. 인구 10만명당 329명이 감염된 셈이다.

특히 소아·청소년층에서 발생하는 호흡기 감염병의 유행이 두드러졌다. 2급 감염병 중 백일해 환자는 전년도 292명에서 4만8048명으로 무려 164.5배 폭증했다. 성홍열은 815명에서 6642명으로 8.1배, 수두는 2만6964명에서 3만1892명으로 18.3% 증가했다.

이들 세 질환과 함께 CRE(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목) 감염증까지 포함하면 네 가지 감염병이 전체 2급 감염병의 84.5%를 차지했다.

질병청은 “호흡기 전파 감염병의 경우 미취학 영유아와 학령기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급증한 경향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유행성이하선염(7737명→6425명), 결핵(1만5640명→1만4412명), A형간염(1324명→1168명) 등은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결핵은 전체 환자가 줄었지만 65세 이상 고령 환자 비율은 58.9%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사망자 수도 늘었다. 지난해 법정감염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총 1238명으로, 전년(1047명)보다 18.2% 증가했다. 이 중 CRE 감염증이 838명으로 가장 많았다. 후천성면역결핍증(158명), 폐렴구균 감염증(87명) 등이 뒤를 이었다.

3급 감염병에서는 쯔쯔가무시증(6268명, 10.7%)만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C형간염은 6444명으로 11.1% 줄면서 2020년(1만1850명) 이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해외유입 감염병은 606건으로 2023년(7122건)보다 크게 감소했지만 코로나19(6733건)를 제외하면 오히려 55.8% 증가했다. 뎅기열(196건), 매독(117건), 말라리아(54건) 순으로 신고가 많았다. 주요 유입국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 지역이 전체의 79.5%를 차지했다.

질병관리청은 “감염병 확산을 조기에 인지하기 위한 감시체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전국 의료기관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신고와 현장 대응에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