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가 운영하는 아시아 극장 사업의 지주사 CGI홀딩스의 2대 주주가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지분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외 영화업계의 시선이 다시 한 번 CGV를 향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 시네마 그룹은 2019년 CJ CGV와 체결한 주주 간 계약에 따라 지난 19일부터 CGI홀딩스 지분을 제3자에 동반매각할 수 있는 권리(드래그얼롱)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
ⓒCJ CGV
당시 CJ CGV는 아시아 시장 확장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CGI홀딩스 지분 28.57%를 아시아 시네마 그룹에 매각했고, CGI의 기업가치를 2조 원 이상으로 끌어올려 2023년 6월까지 홍콩 증시에 상장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장기화, OTT 시장 급성장, 중국 내 영화산업 규제 강화 등으로 상장 계획은 무산됐다.
계약에는 지정된 시기까지 상장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아시아 시네마가 보유 지분을 CJ CGV가 되사오거나(콜옵션), 제3자에 매각할 수 있도록 동반매각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CJ CGV는 작년 일부(8.7%) 지분을 1263억 원에 되사오며 지분율을 소폭 회복했지만, 여전히 남은 17.58%에 대한 콜옵션 행사 여력은 부족한 상황으로 전해진다.
CJ CGV의 아시아 극장 사업은 수익성 회복의 핵심 축이다. CGI는 CGV가 운영하는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극장 사업을 총괄하는 법인으로, 해당 법인이 매각될 경우 CGV의 해외 사업은 사실상 튀르키예와 미국 일부 지역만 남게 된다.
특히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사업은 지난해 각각 2072억 원, 1014억 원의 매출, 영업이익은 263억 원, 127억 원을 기록한 수익성이 좋은 자산이다.
이에 아시아 극장 사업을 매각한다면, CJ CGV는 대금을 통해 단기적 재무구조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 다만 핵심 수익 자산을 외부에 넘긴다는 점에서, CGV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는 물론, 한국 영화 유통 구조의 중추 역할을 해온 멀티플렉스 시스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실제 CJ CGV는 국내외에서 수익성이 낮은 극장을 정리하고 인력 감축에 나서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해 왔다. 올해 3월 국내에서 약 8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시행했고, 창원·광주터미널 지점은 폐관됐다. 미얀마 사업도 철수했다.
CJ엔터테인먼트는 팬데믹 이후 배급한 영화들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CJ가 영화산업에서 손을 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반복돼 왔고,실제로 제작 축소와 체질 개선에 나서면서 업계는 이를 한국 영화산업 전반의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내 최대 투자·배급사인 CJ의 변화는 산업 전반의 방향성에 직결되는 만큼, CGV의 행보는 결국 한국 영화계 전체가 쉽지 않은 시기를 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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