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USA 2025] 빅파마 오가노이드 '맛집'될까…삼성바이오로직스, CRO 사업 본격화

보스턴(미국) =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5.06.18 17:00  수정 2025.06.18 17:00

오가노이드 통한 약물 스크리닝 서비스 론칭

CDMO 넘어 CRO 진출 위한 전초 기지

CRO 포트폴리오 확장 본격화

이상명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업전략팀장 상무가 17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2025’ 현장에서 오가노이드 사업 진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위탁개발생산(CDMO)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임상시험수탁(CRO) 사업 본격 진출을 알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환자 맞춤형 미니 장기인 ‘오가노이드’를 통해 신약 개발 성공률을 예측하는 서비스를 제공, 생산을 넘어 연구까지 아우르는 ‘초격차’ 전략에 속도를 높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7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2025’ 현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신약 후보물질 스크리닝 서비스 론칭 배경을 밝혔다. 신약 개발의 가장 첫 단계부터 관여해 고객사를 선점하고 개발 전 주기에 걸친 ‘원스톱’ 서비스를 완성하기 위한 핵심 행보다.


신약 개발은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도 최종 성공률이 10%에 미치지 못하는 고리스크 산업이다. 핵심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동물 실험의 한계다. 동물 모델은 실제 환자와의 반응 상관관계가 높지 않아 임상 단계에서 예상치 못한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에 동물 실험의 한계를 대체할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오가노이드가 떠오르고 있다. 오가노이드란 환자에게서 직접 얻은 줄기세포나 조직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해 만든 미니 장기로 인체와 약 85%에 달하는 높은 유사도를 보인다. 비용 또한 동물 실험의 10분의 1 수준으로 약 5주라는 짧은 기간 내에 약물의 효능과 독성을 보다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이날 오가노이드 사업 설명을 맡은 이상명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업전략팀장 상무는 “정상 세포 오가노이드는 신약 개발로 사용, 암세포는 항암제 약효를 확인하는 역할로 기능하고 있다”며 “오가노이드는 신약 개발의 불확실성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측면과 제도적 측면에서 두 가지 변곡점이 도래했다고 분석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부적으로 지금이 오가노이드 사업 진출의 ‘최적기’라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이 상무는 “과거에는 오가노이드 자체만 봤지만 이제는 AI 기술 발전으로 오가노이드 데이터와 환자의 CT·유전자 등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훨씬 정교한 예측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글로벌 규제기관이 동물 실험을 대체할 새로운 방법(NAMs)을 적극 장려하며 제도적 불확실성도 해소됐다”고 덧붙였다. 이미 글로벌 상위 제약사의 85%가 전임상 단계에서 오가노이드를 활용하고 있을 정도로 시장의 수요는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품질과 데이터로 ‘승부수’

오가노이드 산업에서는 후발주자에 가까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품질’과 ‘데이터’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다. 359건의 글로벌 제조승인을 받은 GMP(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 운영 경험을 오가노이드 생산 및 품질관리에 활용한다.


이 상무는 “고객들이 가장 우려하는 품질과 재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 GMP 영역임에도 내부적으로는 GMP에 준하는 엄격한 품질관리 시스템을 통해 모든 실험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환자 데이터를 보유한 병원과의 협력도 장점이다. 오가노이드 사업의 핵심은 얼마나 다양하고 신뢰도가 높은 세포를 꾸준히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서울병원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환자 유래 세포를 안정적으로 확보한다고 자신했다.


이 상무는 “오가노이드 자체만이 아니라 해당 환자의 치료 및 유전체 데이터까지 종합적인 패키지로 제공하는 것이 저희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며 “삼성서울병원의 풍부한 환자 조직과 고품질의 임상 데이터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맞춤형 오가노이드 제작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오가노이드 서비스가 기존 생산(CMO), 개발(CDO) 사업을 넘어 CRO(연구) 영역으로 확장하는 중요한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상무는 “오가노이드 사업은 CRO 영역으로 진입하기 위한 전초 기지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신약 개발 가장 앞단부터 관여해 고객사를 조기에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개발과 생산까지 이어지는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인 목표는 고객사의 신약이 단기간에 높은 성공률로 출시돼 환자들에게 사용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이번 오가노이드 사업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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