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퍼즐’ 손석구, 수사물에 입힌 ‘개성’ [D:인터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06.08 11:01  수정 2025.06.09 21:08

연쇄살인 사건 비밀 파헤치는 형사 한샘 역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이 물으며 작업…쾌남 설정 통해 의외성 키워”

‘나의 해방일지’의 미스터리한 외지인을 비롯해 ‘D.P.2’의 책임감 넘치는 군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한 배우 손석구에게도 ‘나인 퍼즐’은 ‘고민되는’ 작품이었다. 개성 넘치면서도 현실에 발 디딘 면모로 시청자들을 몰입시켜 왔지만, 치밀한 전개로 추리의 재미를 구현해야 하는 수사물은 다소 낯설게 느껴졌던 것. 그러나 자신의 방식대로 강력팀 형사 한샘을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에게도, 본인 스스로에게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낸 손석구다.


디즈니플러스 ‘나인 퍼즐’은 10년 전, 미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현직 프로파일러인 이나(김다미 분)와 그를 용의자로 의심하는 형사 한샘이, 의문의 퍼즐 조각과 함께 다시 시작된 연쇄살인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추리 스릴러다.


ⓒ스태넘

극 중 강력팀 형사 한샘 역을 맡아 치열하게 연쇄살인범을 뒤쫓았던 손석구는 고민 끝에 출연 제안을 받아들였다. 윤종빈 감독, 그리고 김다미와 함께 ‘나인 퍼즐’의 치밀한 전개를 치열하게 완성한 과정은 즐거웠지만, 다소 무거운 분위기의 추리 스릴러는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던 것. 결과적으론 ‘나인 퍼즐’의 짜임새 있는 전개를 시청자들도 함께 즐겨준 것 같아 감사했다.


“지금까지 내가 했던 연기나, 혹은 내가 잘한다는 건 캐릭터가 다른 인물들과의 만남을 통해 교감하는 ‘드라마’ 장르라고 생각한다. ‘나인 퍼즐’에도 캐릭터들이 감정을 교환하지만, 그게 주는 아니다. 그보다는 사건을 추리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다. 한 포인트라도 길을 잃으면, 다음 회차까지도 그 영향을 줄 수 있다. 긴장을 하고 해야 했다. 정교한 정보 전달을 위해 액팅도 자유롭게 할 수는 없었다.”


선은 지키되, 보는 재미를 더하기 위한 고민도 필요했다. 필요한 정보는 확실하게 전달하면서, 너무 경직되지 않도록 색깔을 불어넣는 섬세한 작업도 필요했던 것. 특유의 리듬감 있는 대사 등 한샘과 손석구의 개성 넘치는 연기가 만나 색다른 강력팀 형사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었다.


“‘조금 재미는 덜하더라도 전달에 집중을 해볼까’ 싶기도 했다. 다만 추리만큼이나 김다미와의 티키타카도 중요했다. 그런 쉬어가는 구간이 없었다면, 이 긴 회차를 끌고 가지 못할 것 같았다. 제가 잘하는 것과 추리물로서 필요한 연기적인 부분을 적절히 섞으려고 했다. (내가 여태까지 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욕심도 있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며 원작 속 한샘과는 조금 달라졌다. 한샘을 ‘쾌남’으로 설정, 변주의 여지를 남겼고 이에 ‘함께’ 만들어 나가는 재미도 더 느낄 수 있었다. 작품의 선택 이유이기도 했던 윤 감독, 김다미와 함께 고민하고 나누며 캐릭터, 작품을 확장해 나갔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김다미는 굉장히 열정적인 친구였다. 아이디어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처음부터 본인이 하고 싶은 캐릭터도 명확했다. 반대로 저는 첨에 잘 몰랐고. 그래서 ‘이거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이 물어봤었다. 굉장히 디테일한 아이디어까지 줬다. 극 중 한샘 집에서 할 땐 주도를 하기도 했지만,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한샘의 장점이 초반 내가 쾌남으로 설정을 해뒀기 때문에 의외성을 주기가 수월했다.”


화면 바깥에서 쌓은 케미가 작품에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나인 퍼즐’은 범인을 찾는 재미도 있지만, 한샘과 이나의 티키타카를 보는 흥미도 큰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는 윤 감독과 손석구, 김다미의 의도이기도 했다.


“의심하는 관계를 오래 가지고 가려고 하진 않았다. 추리물은 뉘앙스가 중요해서, 우리가 의도하면 의심을 7~8부까지도 가지고 갈 수 있었다. 다만 감독님은 초반 빨리 공조의 관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하셨다. 김다미와는 한 팀이 돼 수사를 하는 것이 목표였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 감독님의 결정이셨고 저는 맞았다고 여겼다.”


해보지 않은 장르에 도전하고, 새로운 동료 배우를 만나며 연기 세계도 확장됐다. ‘나인 퍼즐’은 물론, 배우 김혜자와 부부로 호흡했던 JTBC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을 거치면서 연기관도 새롭게 정립할 수 있었다.


“‘천국보다 아름다운’ 속 이해숙은 김혜자 선생님이 살아온 길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연기라고 여겼다. 인생이 묻어났다. ‘나도 김혜자 선생님처럼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서 모든 걸 품어주는 연기를 해야겠다’ 이런 생각보다는 본인만의 확고한 철학으로 본인의 인생을 사셨기 때문에 그런 연기가 나온 것처럼, 나도 내 인생을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잘 살면 저렇게 되는구나’ 그 증거를 본 것 같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인터뷰'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