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음원 차트의 풍경이 예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이돌 그룹이 차트를 독점하던 것과 달리, 현재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을 모두 솔로 가수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써클차트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인 멜론 주간차트에 따르면, 3월 셋째 주(3월17일~23일) 그룹 아이브의 ‘레벨 하트’(REBEL HEART)가 5위에 오른 이후 줄곧 톱5는 솔로 가수들이 차지했다. 톱10으로 범위를 넓혀도 가장 최신 주간차트(5월19일~25일)에서도 그룹으로서는 지난해 10월 발매된 에스파의 ‘위플래시’(Whiplash)와 올해 1월 발매된 보이넥스트도어의 ‘오늘만 아이 러브 유’가 유일하고, 십센치, 우즈, 제니, 조째즈, 지드래곤, 황가람, 우디 등 솔로 가수가 10위권을 점령하고 있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써클차트의 집계에서도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왔다. 지난 4월 디지털차트 톱10에서도 지드래곤, 제니, 우즈, 조째즈, 황가람, 로제 등이 이름을 올렸고, 그룹은 에스파의 ‘위플래시’, 아이브의 ‘레벨하트’, 르세라핌의 ‘핫’(HOT)이 전부였다. 최신 주간차트에서도 에스파, 보이넥스트도어, 라이즈 단 세 팀이 톱10에 올랐다.
불과 지난해 같은 달만 하더라도 아일릿, 아이들, 투어스, 아이브, 르세라핌 등이 활약하고, 2023년도 뉴진스, 아이브, 르세라핌, 에스파 등이 차트 상위권을 점했던 것을 고려하면, 업계는 이 같은 변화를 결코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복합적으로 분석된다. 우선 최근에도 수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활발하게 컴백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신곡이 과거만큼 파급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NCT위시, 르세라핌, 투어스, 제로베이스원, 보이넥스트도어, 피원하모니, 휘브, 유나이트, 하이라이트, 캣츠아이, 하츠투하츠, 키키 등 다수의 케이팝 그룹이 컴백하거나 데뷔했다.
이는 음악 시장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대중의 음악 소비 방식 또한 다양화되면서 아이돌 그룹의 신곡들이 이전처럼 압도적인 화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다. 써클차트에 따르면, 4월 디지털차트 톱400 기준 신곡 이용량 점유율 조사에서 3개월 이내 발매곡 이용량 점유율은 17.6%, 6개월 이내 발매곡 26.1%, 18개월 이내 발매곡 점유율은 53.3%를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김진우 써클차트 데이터 저널리스트는 “차트 내 최신곡의 영향력이 전달에 비해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또 솔로 가수들의 강세는 블랙핑크, 빅뱅 등 과거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인기 그룹 출신 솔로 가수들의 눈부신 활약 덕분이다. 오랜 기간 동안 쌓아온 인지도와 팬덤, 그리고 각자의 음악적 역량을 바탕으로 발표하는 솔로곡들은 음원 차트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빅뱅 출신 지드래곤의 경우 4월 디지털차트 톱400 가수별 써클지수 점유율 조사에서 400위권 내 총 12곡을 올려놓으면서 (합산) 점유율 5.5%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가요계 내부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에서는 과거의 인기 아이돌 그룹의 뒤를 이을 만한 새로운 케이팝 그룹의 부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음반 판매와 음원 스트리밍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었던 기존 그룹들의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반면, 이러한 현상을 장르적 다양성이 확보되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아이돌 그룹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대중의 관심을 받고, 음원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음악 시장의 저변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김진우 저널리스트 역시 “4월 디지털 차트 상위 20위에 발라드(황가람), 댄스(제니), 랩·힙합(지드래곤), 록(데이식스, 조승연) 등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고루 진입하며 음악적 다양성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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