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 선거운동복 풀어헤치는 퍼포먼스
이재명 방탄조끼 지적하며 차별화 의도
'역전의 명수' '일자리 대통령' 등 다양
유시민에 '제 아내 자랑스럽다' 맞대응
"저는 방탄조끼를 입을 필요가 없고, 방탄유리도 필요 없습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유세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멘트'다. 김 후보는 이렇게 말한 뒤 선거운동복의 단추를 풀어 재낀다. 그러고선 미리 입고 있던 티셔츠를 시민들에게 선보인다. 이 티셔츠엔 어느 때는 빨간색 글씨가, 어느 때는 검은색 글씨가 적혀있는데 그 내용도 그때그때 다르다. 김 후보 '트레이드마크'인 이른바 '찢 퍼포먼스'다.
김문수 후보는 30일 오후 충북 충주 성서동 젊음의 거리에서 진행한 유세에서 어김없이 '찢 퍼포먼스'를 했다. 그는 "어떤 분은 유세할 때 사람이 많이 모인데 가면 겁이 나서 벌벌벌 떨린다더라. 그래서 안에 방탄조끼를 입고 나온다"며 선거운동복을 박력 있게 풀어헤쳤다.
유세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문수형 대통합'이란 글씨가 적힌 티셔츠가 나오자 환호했다. 한 남성은 "문수형 남자다"라고 소리쳤다. 김 후보의 이 퍼포먼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한 것이다.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법안을 추진한다는 비판을 받는 이 후보가 신변 위협에 대비해 방탄조끼를 입고 유세하자, 그의 '방탄' 행위를 꼬집으면서 차별성을 강조한다는 의미다.
김 후보는 이날만 세 벌의 티셔츠를 선보였다. '문수형 대통합' 외에 경기 여주에서는 '가짜 대신 진짜', 강원 원주와 춘천에서는 '제 아내가 자랑스럽습니다'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었다.
특히 '제 아내가 자랑스럽습니다' 티셔츠가 화제를 모았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김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여사를 향해 "제정신이 아니다" 등 비하 발언을 한 것에 대한 반박으로, 김 후보는 유세에서 "난 내 아내가 자랑스럽다. 내 아내가 뭘 잘못한 게 있느냐"고 말했다.
김 후보는 "내 아내와 딸을 생각하면 너무 죄송하다. 내 아내는 나의 동지고 가장"이라며 "가정과 가족이 대한민국을 받치고 있는 굉장히 중요한 존재다. 44년 동안 나를 지켜주고 함께 해준 내 아내가 자랑스럽다"라고 했다. 그는 설 여사 얘기를 하다 감정이 북받친 듯 10초 넘게 말을 잇지 못했다.
이처럼 김 후보의 티셔츠는 지역 상황과 현안에 맞게 그때그때 바뀌었다. 김 후보는 지난 24일 대구·경북 지역에서 유세할 땐 '국민의 방패 김문수'가 적힌 티셔츠를 선보였다.
이날 경북 영주 유세에서 김 후보는 "죄 많이 지은 사람이 법을 자기 마음대로 만들고, 대통령이 돼서 자기 마음대로 온갖 부정·비리를 하고, 대법원장까지 탄핵하고, 청문회 하고, 특검하겠다는 이런 무지막지한 방탄 독재 막아내야 되지 않겠느냐"라며 "여러분의 깨끗한 한 표로 똑바로 기호 2번 김문수를 찍으면 깨끗한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25일 충남 보령에서 열린 유세에서는 "나는 그냥 빨간 셔츠 사나이"라며 '역전의 명수'가 적힌 티셔츠를 입었다. 다수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한 자릿수로 좁혀지자, 역전에 대한 자신감을 티셔츠로 드러낸 걸로 보인다. 김 후보는 15대 총선 부천 소사구 지역에서 지지율 3등이었다가 본투표 3일 전 1등으로 올라서 당선된 '역전 신화'를 부각 중이다.
김 후보는 이외에 △일자리 대통령(26일) △현장대통령(26일) △통합대통령(26일) △커피원가를 아는 대통령(28일) △청렴한 대통령(28일) △방탄NO! 진심ON!(28일) △가족사랑꾼(29일) 등이 적힌 티셔츠를 선보이며 지지를 호소했다.
김 후보 측은 통화에서 "티셔츠는 '지금은 이런 이슈가 필요하고, 후보의 진심을 전하기 위해서는 이게 좋을 것 같다'라는 아이디어를 그때그때 내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말만으로 후보의 진심을 다 전달할 수 없으니까 시각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이 퍼포먼스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도 "이 후보 방탄조끼에 대해 맞대응하는, 우리는 방탄이 아니라 당당하게 가자는 차원에서 그때그때 정국 상황, 선거 판세에 맞게끔 카피를 바꾸고 있다"며 "현장 유세 때 유권자들에게 좀 더 설득력을 주고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차원에서 기획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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