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는 '티셔츠'로 말한다…'찢 퍼포먼스' 주목되는 이유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5.05.31 06:05  수정 2025.05.31 06:05

유세 선거운동복 풀어헤치는 퍼포먼스

이재명 방탄조끼 지적하며 차별화 의도

'역전의 명수' '일자리 대통령' 등 다양

유시민에 '제 아내 자랑스럽다' 맞대응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유세하면서 글씨가 새겨진 티셔츠를 선보이는 모습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저는 방탄조끼를 입을 필요가 없고, 방탄유리도 필요 없습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유세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멘트'다. 김 후보는 이렇게 말한 뒤 선거운동복의 단추를 풀어 재낀다. 그러고선 미리 입고 있던 티셔츠를 시민들에게 선보인다. 이 티셔츠엔 어느 때는 빨간색 글씨가, 어느 때는 검은색 글씨가 적혀있는데 그 내용도 그때그때 다르다. 김 후보 '트레이드마크'인 이른바 '찢 퍼포먼스'다.


김문수 후보는 30일 오후 충북 충주 성서동 젊음의 거리에서 진행한 유세에서 어김없이 '찢 퍼포먼스'를 했다. 그는 "어떤 분은 유세할 때 사람이 많이 모인데 가면 겁이 나서 벌벌벌 떨린다더라. 그래서 안에 방탄조끼를 입고 나온다"며 선거운동복을 박력 있게 풀어헤쳤다.


유세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문수형 대통합'이란 글씨가 적힌 티셔츠가 나오자 환호했다. 한 남성은 "문수형 남자다"라고 소리쳤다. 김 후보의 이 퍼포먼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한 것이다.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법안을 추진한다는 비판을 받는 이 후보가 신변 위협에 대비해 방탄조끼를 입고 유세하자, 그의 '방탄' 행위를 꼬집으면서 차별성을 강조한다는 의미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0일 오후 강원 춘천시청 인근에서 열린 춘천시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김 후보는 이날만 세 벌의 티셔츠를 선보였다. '문수형 대통합' 외에 경기 여주에서는 '가짜 대신 진짜', 강원 원주와 춘천에서는 '제 아내가 자랑스럽습니다'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었다.


특히 '제 아내가 자랑스럽습니다' 티셔츠가 화제를 모았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김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여사를 향해 "제정신이 아니다" 등 비하 발언을 한 것에 대한 반박으로, 김 후보는 유세에서 "난 내 아내가 자랑스럽다. 내 아내가 뭘 잘못한 게 있느냐"고 말했다.


김 후보는 "내 아내와 딸을 생각하면 너무 죄송하다. 내 아내는 나의 동지고 가장"이라며 "가정과 가족이 대한민국을 받치고 있는 굉장히 중요한 존재다. 44년 동안 나를 지켜주고 함께 해준 내 아내가 자랑스럽다"라고 했다. 그는 설 여사 얘기를 하다 감정이 북받친 듯 10초 넘게 말을 잇지 못했다.


이처럼 김 후보의 티셔츠는 지역 상황과 현안에 맞게 그때그때 바뀌었다. 김 후보는 지난 24일 대구·경북 지역에서 유세할 땐 '국민의 방패 김문수'가 적힌 티셔츠를 선보였다.


이날 경북 영주 유세에서 김 후보는 "죄 많이 지은 사람이 법을 자기 마음대로 만들고, 대통령이 돼서 자기 마음대로 온갖 부정·비리를 하고, 대법원장까지 탄핵하고, 청문회 하고, 특검하겠다는 이런 무지막지한 방탄 독재 막아내야 되지 않겠느냐"라며 "여러분의 깨끗한 한 표로 똑바로 기호 2번 김문수를 찍으면 깨끗한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25일 충남 보령에서 열린 유세에서는 "나는 그냥 빨간 셔츠 사나이"라며 '역전의 명수'가 적힌 티셔츠를 입었다. 다수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한 자릿수로 좁혀지자, 역전에 대한 자신감을 티셔츠로 드러낸 걸로 보인다. 김 후보는 15대 총선 부천 소사구 지역에서 지지율 3등이었다가 본투표 3일 전 1등으로 올라서 당선된 '역전 신화'를 부각 중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5일 충남 보령시 대천역 광장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김 후보는 이외에 △일자리 대통령(26일) △현장대통령(26일) △통합대통령(26일) △커피원가를 아는 대통령(28일) △청렴한 대통령(28일) △방탄NO! 진심ON!(28일) △가족사랑꾼(29일) 등이 적힌 티셔츠를 선보이며 지지를 호소했다.


김 후보 측은 통화에서 "티셔츠는 '지금은 이런 이슈가 필요하고, 후보의 진심을 전하기 위해서는 이게 좋을 것 같다'라는 아이디어를 그때그때 내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말만으로 후보의 진심을 다 전달할 수 없으니까 시각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이 퍼포먼스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도 "이 후보 방탄조끼에 대해 맞대응하는, 우리는 방탄이 아니라 당당하게 가자는 차원에서 그때그때 정국 상황, 선거 판세에 맞게끔 카피를 바꾸고 있다"며 "현장 유세 때 유권자들에게 좀 더 설득력을 주고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차원에서 기획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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