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장남 논란', 대선 막판 '비방전' 번졌다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5.05.31 06:00  수정 2025.05.31 06:00

민주당 "장남 문제, 국민 판단 이미 끝난 일"

이재명 "내 잘못이지만 이준석이 조작·왜곡"

이준석 "이재명 독재의 출발을 알리는 서곡"

김문수 "李, 대통령 되면 뭔 일 벌일까 아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0일 오후 강원 원주시 원주행복마당에서 열린 원주 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후보의 '장남 논란'으로 일시적 난관에 봉착하자, 이를 공론장에 올린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에 대한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특히 이재명 후보를 향한 정치권의 대국민사과 요구가 이어지자 민주당은 "이미 끝난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지지율 선두를 달리던 후보의 가족 논란이 대선 막판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 형국이다.


강훈식 민주당 선대위 상황실장은 3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후보 장남의 과거 '도박 및 음란문언 전시' 벌금형 논란에 대한 정치권의 사과 요구에 "윤석열 정부의 검찰이 수사를 했고, 국민적 판단도 이미 끝났다"고 해당 논란의 확대·재생산을 경계했다.


앞서 이재명 후보는 지난 2021년 12월 대선을 석 달 앞두고 장남의 도박 등 의혹이 확산되자 "자식을 가르치는 부모 입장에서 참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한 바 있다. 이후 3년여 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 정국 가운데 재차 불거진 장남의 댓글 논란에 대해서도 "자식 잘못 키운 내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같은 논란을 이준석 후보가 '과장' '왜곡' '조작'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강원도 원주 유세 후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 후보의 발언 논란과 별개로 장남이 (온라인상에) 문제성 댓글을 작성한 것은 공소장 등을 통해 확인됐고, 별도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장남의) 그 댓글 표현을 (이준석 후보가 TV토론회에서) 과장·왜곡해서 마치 성적 표현인 것처럼 조작해 국민을 수치스럽게 만들고, 여성혐오 발언을 국민토론의 장에서 함부로 한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특히 없는 사실을 지어내 허위사실을 공표한 행위에 대해서는 충분한 사법적 제재가 뒤따르게 되지 않을까"라며 "(이준석 후보가) 그 점에 대해서 사과하지 않고 있는데, 사과를 해주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경고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지난 27일 오후 국회 소통관 앞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지율 선두 대선 후보 가족의 도덕성 논란이 대선 종반전을 뒤흔드는 가운데, 구야권은 급기야 이준석 후보에 대한 '국회의원 징계안'을 발의하는 등 공방전 수위를 끌어올렸다. 민주당을 포함해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소속 21명의 의원은 이준석 후보에 대한 국회의원 징계안을 제출했다.


징계안을 낸 의원들은 "(이준석 후보의 이재명 후보 장남 논란 관련) 발언은 선거운동을 위해 특정 성별을 공연히 비하·모욕하는 행위를 금지한 공직선거법 제110조 제2항(후보자 등의 비방 금지),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불법정보 유통 금지), 국회의원 윤리강령 등을 현저히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후보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그는 같은 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구야권이 합심해 자신에 대한 의원직 제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재명 유신독재의 출발을 알리는 서곡과도 같다. 이재명 후보가 만에 하나라도 집권한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예고편처럼 보여주는 풍경"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이 싸움의 전선은 이재명 같은 독재자, 유시민 같은 궤변론자, 김어준 같은 음모론자와의 싸움"이라며 "그들을 교주처럼 떠받들면서 우리 사회의 자유와 민주, 과학과 합리의 공기를 질식시켜 왔던 세대에 맞선 총력전"이라고 규정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0일 오후 경기 여주시 여주시청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국민의힘에서도 이준석 후보에 대한 징계 추진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문수 후보는 "국회의원 중에서 제일 문제 되는 분이 이재명 후보 아니냐"라며 "대들보가 자기 눈에 박힌 것도 모르는 사람이, 남의 티끌 묻은 것을 얘기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앞서 그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발표한 '대국민 호소문'에서도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아들의 반사회적인 행동 또한 사과는커녕 엉뚱한 곳을 공격하고 있다"며 "이렇게 천박하고 잔인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권력을 방패·무기로 삼아 무슨 일을 벌일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우려했다.


나아가 국민의힘은 '이재명 가족비리 진상조사단'을 꾸려 이재명 후보 가족을 둘러싼 도덕성 논란에 대한 진상을 국민에 알리겠다고 했다. 정점식 클린선거본부장은 국회에서 "3차 TV토론 이후 이재명 후보의 가족 비리 의혹이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고, 검증 요구도 많다"며 "대선 후보와 가족 검증은 국민의 알권리이자 헌법상 책무이며, 민주당의 주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후보는 이미 8건의 사건과 12개 혐의로 5개의 재판을 받는 중인데다 이미 전과만 4개가 있다"며 "지난 12일엔 김혜경 여사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혐의로 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도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 내외의) 장남도 음란물과 불법도박 혐의로 벌금 500만원의 약식선고를 받았다"며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재명 후보의 직계가족 4명 중 3명이 범죄 전력이 있는 만큼, 국민께 조목조목 진실을 소상히 밝히고 매일 회의를 열어 제보를 받겠다"고 알렸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후보가 과거에 사과를 했고, 장남도 법적 처벌을 받았는데 또 사과를 하라는 것이냐"라며 "국민의힘이야말로 쓸데없는 네거티브에 열 올리지 말고 윤석열 내란 사태에 국민 앞에서 석고대죄하고, 김건희 특검법부터 동의한다고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역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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