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서울의 청춘은 어떤 사랑을 할까. 아득한 미래의 이야기가 의외로 따뜻하고 현실적인 위로를 건넨다. 작화와 서사, 음악 삼박자를 모두 갖춘 '이 별에 필요한'이다.
ⓒ넷플릭스
30일 공개된 넷플릭스의 첫 한국 애니메이션 '이 별에 필요한'(감독 한지원)은 2050년 서울을 배경으로 화성 탐사를 꿈꾸는 우주인 난영(김태리)과 뮤지션의 꿈을 접어둔 제이(홍경)가 만나 꿈과 사랑을 이루는 과정을 그린 로맨스 영화다.
티저 영상 공개 당시 일었던 캐스팅 논란을 말끔히 지울 만큼 김태리와 홍경은 완벽한 호흡을 선보인다. 김태리 특유의 당차고 깊은 목소리는 목표지향적이면서도 부재의 경험으로 트라우마를 겪는 난영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홍경은 건조하고 서늘한 이미지를 벗고 대형견같은 제이의 모습을 사랑스럽게 표현했다. 캐릭터 서사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다.
한지원 감독의 섬세한 연출 또한 매력적이다. 을지로의 간판을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장면, 노을이 질 무렵의 남산타워, 수채화같은 우주의 풍경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밖에도 LP판과 턴테이블, 통기타 등의 과거형 소품과 홀로그램, 자율주행 자동차와 같은 미래형 장치가 함께 어우러지며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주인공의 방에서도 성격이 드러날 수 있도록 연출했는데, 제이의 방은 악기와 나무, 풀로 가득해 아날로그한 느낌을 주지만 난영의 방은 커다란 통창과 스테인리스 소재의 가구가 배치돼 도시적인 분위기로 꾸며졌다. 그런가하면 난영의 아버지의 병실에는 책과 사진, 송신기 등이 놓여져 뭉클함을 자아낸다.
또 다른 감상 포인트는 음악이다. 김태리와 홍경 뿐 아니라 밴드 웨이브 투 어쓰(wave to earth)의 김다니엘, 씨피카(CIFIKA), 존박 등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OST의 완성도를 높였다. 영화가 끝나가면서도 OST가 계속해서 귀를 맴돌 정도다.
그렇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난영과 제이의 서사가 지나치게 빨리 전개되어 공감하기 어렵고, 지구에서의 분량이 많은 탓에 작품 배경을 우주로 설정한 이유가 설득력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난영과 제이가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과정도 섬세하게 다뤄지지 않아 이해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넷플릭스의 첫 한국 애니메이션으로서 '이 별에 필요한'을 시청할 가치는 충분하다. 이토록 서울 구석구석을 아름답게 묘사한 작품이 있을까. 낭만적인 작화와 감성적인 OST에 이끌려 가다 보면, 난영과 제이의 성장기에 눈물을 한 방울 흘릴 지도 모른다.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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