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대선 D-11…후보 '배우자 TV토론' 이슈
이재명, '부부 동반 선거유세' 가능성 일축
김문수, 온 가족 유세行…리스크에 자신감
설난영 "국민 원하면" 김혜경 '조용한 내조'
열흘 남짓 다가온 6·3 조기 대선 정국에서 김혜경 여사(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배우자)와 설난영 여사(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배우자)에 대한 '사전검증' 이슈가 부상했다. 김건희 여사의 각종 논란이 이번 대선에서 예비 영부인에 대한 검증 필요성을 촉발했다. 가능성은 낮지만, 유례없는 '배우자 토론' 성사 여부가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대선 막바지 새로운 변수가 될 지 주목된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긴급 제안한 대선후보 '배우자 TV토론'에 민주당이 반발하고 있다. 윤호중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은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아닌 밤중 홍두깨 같은 배우자 토론 제안은 제대로 헛발질"이라며 "지난 3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본체가 김건희였다는 것을 스스로 소환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도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잇따라 표출하고 있다. 그는 이날 경남 양산 일정 가운데 기자들과 만나 '부부 동반 유세 계획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특별한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최근 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벌금 150만원을 선고 받고 상고한 김 여사가 굳이 부부 동반 유세에 나서 얻을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후보는 전날 인천 계양구 유세에서는 국민의힘이 제안한 배우자 TV토론에 대해 "발상이 기가 막힌다"며 "지금 대통령 배우자 선거 하느냐. 대한민국 민주주의 수준을 너무 떨어뜨리고 수치스럽게 한다"고 일갈했다. 또 그는 지난 20일 경기 의정부 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배우자 TV토론에 대해 "신성한 주권 행사의 장을 장난치듯 이벤트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가 단호히 일축한 배우자 검증론은 김 여사의 과거 발언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여사는 지난 2022년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서 "대통령 옆에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무한 검증을 해야 한다"며 "그 부분에 있어서는 후보나 후보 주변 사람들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또 김 여사는 지난 2017년 2월 2월 팟캐스트 프로그램 '맘마이스'에서도 배우자 검증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누가 대통령이 되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끝장토론 밤샘토론이라도 국민들이 요구해서 토론하라고 억지로라도 시키고, 나처럼 같이 사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 후보 배우자도 다 이렇게 검증해서 (국민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라고 했다.
김 여사의 주장대로 영부인은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밀접하게 조언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나아가 대통령의 국정운영 등 공적 영역에 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건희 여사도 무속·명태균 게이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 각종 논란을 일으켜 국민의 공분을 사다가 결국 윤 전 대통령의 탄핵에 상당 부분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익명을 원한 정치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건희 논란' 이후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라도 차기 영부인의 자질에 대한 검증은 가치가 있고, 분명 필요해 보인다"면서도 "대선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만큼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현재 이 후보가 지지율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김혜경 여사가 국민 앞에 나서는 악수(惡手)를 둘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조승래 민주당 중앙선대위 수석대변인도 "지금 대통령 선거는 국난 극복의 적임자가 누구인지, 누가 준비된 대통령인지 후보 검증에 주력할 때"라며 "마이크 잡고 할 얘기는 아닌 것 같다. 황당하고 해괴한 제안"이라고 대선 기간 중 김 여사의 직접 등판 가능성을 사실상 일축했다.
반면 김 후보의 배우자인 설 여사는 이 후보 내외와는 정반대로 부부 동반 선거운동, 나아가 사회복지사인 딸과 사위까지 가족 모두가 선거유세에 나서는 등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 후보 내외와 견주어 '리스크'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 내외가 사법 리스크에 싸여 있고 장남 또한 각종 구설에 오른 것과 달리, 도덕적 우월함을 부각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설 여사는 김 여사의 동의가 있을 경우를 전제해 배우자 TV토론에 적극 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국민이 원하고, 궁금증이 있다면 공개적인 자리를 통해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도 앞서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배우자와 가족에 대해 국민들이 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배우자 TV토론을) 특별히 거절할 필요도 없다"며 "(배우자가) 검증될 필요가 있다면 검증도 하고 토론도 하는 것은 기본적인 것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 후보가 거절할 경우에 대해 "상대방이 안 하겠다는 데 방법이 없지 않느냐"라고 했다.
한편 김 여사는 최근 한 언론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기독교적 신앙을 근간으로 "남편(이 후보)이 갈등으로 분열된 나라를 다시 화합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한다"며 "정치인의 배우자로서 경청하고 잘 전달하고, 감사의 마음으로 봉사하면서 보답하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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