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 좋아" 쇼핑리스트 단골 일본약
국내 의약품과 차이 없거나 미미
한국서 마약류로 분류, 성분 확인 필수
일본을 다녀온 여행객이라면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드럭스토어에서 약 사와!”
코로나로 인한 규제가 풀린 2023년, 일본을 찾은 국내 방문객 수는 700만명에 달했습니다. 가까운 거리와 낮은 엔화 환율까지 일본을 방문하기에 큰 부담이 없었으니까요. 이렇게 일본을 찾는 국내 여행객들의 쇼핑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제품이 있습니다. 바로 ‘약’입니다.
어깨와 관절에 붙이면 뜨끈한 ‘동전파스’부터 속 쓰릴 때 생각나는 ‘카베진’, 두통약의 끝판왕 ‘이브’까지. 일부 제품들은 입소문으로 인해 꾸준히 수요를 얻고 있습니다. 일본약은 소위 ‘약발이 좋다’라는 인식까지도 얻으면서요. 그렇다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제품들의 실제 성분은 어떨까요.
일본 필수템 ‘약’…뭐가 다를까?
국내 제품과 비교해보면 함유량에서의 차이는 있었지만 성분에서의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우리에게 동전파스로 잘 알려진 ‘로이히츠보코’의 주요 성분은 살리실산메틸, L-멘톨, 박하유, 노닐산바닐아미드 등입니다.
이 중에서 노닐산바닐아미드는 일본 동전파스의 온열감과 후끈한 자극을 주는 핵심 성분으로 국내 파스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던 차별화 요소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 제약사들 또한 노닐산바닐아미드 성분의 핫파스를 출시하고 있어 미세한 함량 차이만 존재할 뿐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부착시의 편의성도 동전파스의 유행에 한 몫 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동그란 모양에 작은 크기의 파스는 국소 부위에 붙이기 편리했으니까요. 하지만 동전 모양의 파스도 이젠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렵지 않아졌습니다. 동화약품이 ‘미니온’ 종근당이 ‘공파스’ 등을 선보이며 동전파스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종합 위장약 ‘카베진’도 국내에서 잘 알려진 제품입니다. 일본 코와가 개발한 카베진은 위장장애, 소화불량, 위통, 위산과다 등 다양한 위장 증상을 완화하는데 효과적입니다. 일본에서는 국민 상비약으로 불릴 만큼 인기가 높죠.
카베진은 국내에도 판매되고 있긴 했지만 과거 국내용 카베진과 일본 현지 판매 카베진은 성분에서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국내 카베진과 일본 카베진의 주성분은 동일합니다. 국내 카베진(알파)과 일본 카베진(알파) 모두 양배추 유래 성분인 메틸메티오닌설포늄염화물(MMSC), 다양한 제산제, 소화효소, 생약 성분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과거 국내에는 창출 건조엑스가 함유된 ‘카베진 코와에스정’만 판매됐지만 2019년부터는 일본과 동일하게 자소엽 건조엑스가 들어간 ‘카베진 코와알파정’이 정식 출시됐습니다. 카베진을 수입·판매하는 한국코와도 일본 제품과 한국 제품의 성분이 동일하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다만 가격 면에서 일본에서 구매하는 것이 더 저렴할 수 있습니다.
일본 진통제 중에서는 ‘이브’ 시리즈가 인기입니다. 이부프로펜을 주성분으로 하는 이브는 일본의 SS제약이 1985년부터 판매하고 있는 대표적인 진통·해열제입니다. 두통, 치통, 생리통 등 다양한 통증에 효과가 있어 일본 내외에서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죠.
인기에 따라 이브 시리즈도 다양합니다. ‘이브A’ ‘이브A EX’ ‘이브 퀵’ ‘이브 퀵 DX’ 등 다양한 버전이 있죠. 국내에서도 이부프로펜 계열 진통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웅제약의 ‘이지엔6’ 삼일제약의 ‘부루펜’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성분에 있어서 일본 약 이브와 국내 이부프로펜 진통제의 가장 큰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알릴이소프로필아세틸요소’ 함유 여부죠. 이브는 알릴이소프로필아세틸요소 성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알릴이소프로필아세틸요소는 두통, 치통 경감 효과가 있어 주로 진통제에 사용되지만 여러 부작용으로 인해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사용이 중단됐습니다. 일본에서는 이 성분의 사용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허가가 나지 않았습니다. 이브와 국내 진통제의 가장 큰 차이도 이것입니다.
“잘 듣는 약인데”…성분 안보면 ‘큰일’
이 알릴이소프로필아세틸요소 때문에 ‘이브’의 국내 반입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세관이 의약품 반입 단속을 강화하면서 이브가 마약류 관리법상 최면 진정제로 분류돼 규제 대상에 포함된 것이죠.
알릴이소프로필아세틸요소는 일본에서는 합법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항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돼 마약류 관리법에 따라 사용이 금지됩니다. 이에 알릴이소프로필아세틸요소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이브 멜트’를 제외하고는 입국 시 검역·세관 단속 대상이 됩니다.
일본 약은 여전히 독특한 포장과 약효, 가성비 등으로 여행객들의 손이 많이 가는 품목입니다. 그러나 최근 반입에 대한 단속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단순 접근하기보다 제품 성분 및 규제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관세청 또한 “여행객 입장에서는 흔히 판매되는 일반 의약품이라 생각해 반입하지만 국내 기준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제품 구매 전 성분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관세청이나 식약처 정보를 참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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