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만 12억4719만 달러 팔아 치워…7개월 만에 ‘매도’ 전환
신용등급 하락 및 감세 추진에…주식·채권·달러 ‘트리플 약세’
"이번 매도세, 장기적인 미국 자산 외면 신호 될 수도…신흥국 시장 주목해야"
"차기 장기 투자처, 정부가 부양 의지 드러내고 있는 중국·인도 특히 관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야기한 관세 전쟁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미국 시장에 이달 들어 신용등급 하락 및 국채금리 상승 등 악재가 더해지자 ‘서학개미’들이 급속히 이탈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장을 빠져나온 이들에게 신흥국 시장을 추천하며 특히 정부가 부양 의지를 드러낸 중국과 인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5월(5월 1~22일) 동안 미국 주식을 12억4719만 달러(한화 약 1조7000억원) 규모로 순매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7개월 연속 매수 우위였던 것과 대비된다.
이는 미국 주식은 물론 국채와 달러가 모두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연출된 여파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경기 침체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악재가 끊임없이 발생하면서다.
우선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이달 16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강등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규모 감세안이 22일 하원을 통과하면서 재정 악화와 국가 부채 급증에 대한 우려가 보다 커졌다.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가능성이 높아지자 미국 시장의 성장성을 두고 의구심이 짙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결국 미국 증시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미국에 대한 투자 신뢰가 떨어진 만큼 ‘셀 아메리카'로 번질 수 있다며 특히 이번 매도세가 미국 자산에 대한 장기적인 외면 신호가 될 수 있다고 관측하면서 신흥국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들 역시 신흥국 주식시장이 연평균 6%의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평균 4%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주식시장보다 높은 수준이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신흥국 시장보다 나은 선택지는 없다”고 밝혔고, JP모건도 미중 무역 긴장 완화와 매력적인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을 근거로 신흥국 시장 주식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했다.
실제로 중국을 제외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는 4월 저점 대비 20% 상승하며 20년 동안 이어진 박스권을 돌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S&P500 지수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
차기 장기 투자처로는 ▲중국 ▲인도 ▲베트남 ▲아르헨티나 ▲그리스 ▲브라질 등이 꼽히고 있다. 정부가 경기 부양 의지를 드러내는 중국과 인도에 특히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김경환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대미 의존도 축소와 견제 방어를 위한 디리스킹(위험경감)에 집중할 것”이라며 “주요국 대비 차별점은 최소 2026년까지 정책과 사이클 가시성이 높고, 구조적인 변화 예측이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김근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인도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핵심 거점으로 부상한 국가”라며 “미국과의 무역 협상 타결 시점과 세부 내용이 향후 공급망 주도권 확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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