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순방 트럼프에 ‘고춧가루’…이스라엘, 가자지구 맹폭 140여명 사망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5.05.16 15:42  수정 2025.05.16 15:43

15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평화와 화해를 주요 테마로 한 중동 순방을 이어가는 가운데 순방에서 제외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연일 맹폭을 가해 인명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곳곳에 공격 수위를 높이면서 사망자 수는 최소 143명까지 늘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은 밤새 주택과 피란민들이 지내던 텐트가 공습받아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5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한 주민은 나세르 병원의 영안실이 “수용인원을 초과했다”라며 시신을 복도에 둬야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병상이 부족해 의사들이 환자들을 들 것이나 벤치, 바닥에서 치료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가자지구 북부 민방위대는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구조대가 베이트 라히아에서 시신 4구를, 데이르 알 발라에서는 2구를 수습했다고 밝혔다. 자발리아 마을 공습으로 인해 주택이 무너져 그 안에 있던 일가족 5명이 모두 사망했고, 이곳 난민 캠프의 일 파쿠리 지역의 진료소와 기도실이 공격받아 어린이 11명을 포함한 15명이 숨졌다고 팔레스타인 와파(WAFA)통신이 전했다.


이번 공습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점령을 목표로 한 대규모 지상군 투입을 앞두고 팔레스타인의 ‘나크바 데이’(Nakba Day·대재앙의 날)에 일어났다. ‘나크바 데이’는 이스라엘 건국에 따른 팔레스타인인 추방을 기억하는 날이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이틀 간 가자지구 전역의 무장대원 조직과 로켓포 발사대, 기반 시설 등 130개 '테러 목표물'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앞서 지난 13일 북부 자발리아와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고 14일에는 가자시티 등에도 새로운 대피령을 발령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 리말 지역의 병원과 대학, 학교가 “테러리스트의 거점”이 됐다며 곧 “강력한 힘”으로 공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앞서 지난 4일 가자지구를 점령·통제하고, 주민의 ‘자발적 이주’를 유도한다는 '기드온의 전차' 계획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5일까지 휴전협상에 진척이 없을 경우 가자지구 내 지상작전을 확대하겠다고 경고했다.


휴전 중재자를 자처했던 미국은 상황을 관망 중이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병원 폭격 등에도 이스라엘을 계속 지원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가자지구 주민들의 고통을 무감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중동을 순방 중인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가자지구를 미국 개입 아래 자유지대로 만드는 것은 좋은 구상”이라며 자신의 계획을 홍보했지만, 추가적인 언급은 피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3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들을 방문하기 시작한 이후 이스라엘의 공격이 증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최근 가자전쟁의 종결방안 등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고,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에서 이스라엘이 소외되는 장면도 심심찮게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이 그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가자지구 공습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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