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역전세' 상황·대기업 입주 지역 특성 악용해 범행 저질러
1심에 비해 거의 '반토막' 형량…피해 회복·중복기소 등 고려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뉴시스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에서 약 170억원 규모의 전세 사기를 벌인 혐의로 기소된 임대인 부부에게 각각 7년, 3년6개월의 징역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이날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7년, A씨의 남편 B씨에게는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A씨의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는 공인중개사·보조원 부부 C씨와 D씨에게는 각각 징역 7년과 4년이 확정됐다.
A씨 부부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268채에 달하는 오피스텔을 사들여 총 140명(145세대)으로부터 약 170억원의 임대차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무자본 갭투자 방식은 주택을 매입할 때 매매 가격과 전세 보증금의 차이(갭)만으로 매입을 하고, 전세 세입자를 받아 전세 보증금으로 매매 대금을 일부 또는 대부분 충당하는 투자 방식을 말한다.
A씨는 대기업이 입주한 지역 특성을 이용해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지역 인근 오피스텔 전세 수요가 높고, 주거용 오피스텔 소유자들이 세금 인상을 우려해 오피스텔을 급매도 하는 상황 등을 노려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높은 '역전세' 상황의 매물을 대량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A씨는 인근 대기업 게시판에 '다수 오피스텔을 보유해 경계해야 할 임대인'이라는 취지의 글이 게시되자 원활한 임대를 위해 남편 B씨 명의로 오피스텔 94채를 구입한 것으로도 밝혀졌다.
특히 이들은 전세사기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임대차 보증금을 주로 빚을 갚거나 고급 차량·보석 등 사치품을 구입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공인중개사 B씨 부부 역시 A씨 부부가 이른바 '보증금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증액시킨 임대차 계약을 새로 맺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해 부부에게 각각 징역 12년과 징역 6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임대차보증금을 편취하려는 확정적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고 A씨 부부가 보유한 주택 145세대 중 111개를 피해자 또는 제삼자에게 매도해 상당 부분 피해가 회복됐다"며 A씨에게는 징역 7년, A씨의 남편에게는 징역 3년6개월로 감형했다. 이와 함께,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일부에 대해서는 중복기소가 됐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죄의 성립, 공동정범 내지 방조범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을 유지했다.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대운)는 "2심의 경우 화성 전세사기 피해 사건 재판의 경우 대법원이 사기의 고의성이 있었는지 여부와 피해자에게 금전적인 회복이 얼마큼 이루어졌는지 등을 쟁점으로 고려한 것 같다"며 "대법원도 이런 점을 인정해 원심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1심의 판결 기준이 되었던 그간의 양형 자료에 2심에서 피해 변제를 위해 피고인 측에서 노력했던 새로운 자료들이 나오다 보니 감형이 이뤄지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전세사기 근절을 위해 보다 엄중한 처벌의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내 위치한 GTX 동탄역 부근.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국가철도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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