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과' 개봉 후 생긴 마니아층은 조각과 투우의 관계성을 가리키며 "맛있다"고 극찬했다. 그러나 이토록 매력적인 서사를 만들어낸 민규동 감독은 그 여정을 떠올리며 "나도 끝까지 의심 속에 살았다"고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촬영 순간에는 내가 새로 태어난 것 같더라"고 진심 가득한 모습을 보였다.
ⓒNEW, 수필름
민규동 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취재진을 만나 영화 '파과'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4월 30일 개봉한 영화 '파과'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을 처리하는 신성방역에서 40년 간 활동 중인 레전드 킬러 조각(이혜영 분)과 그를 쫓는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김성철 분)의 강렬한 대결을 담은 액션 드라마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60대 여성 킬러'라는 마니악한 소재를 다룬 만큼, '파과'는 제작부터 확신을 얻을 수 없었다. 민 감독은 "작가 스스로도 '파과'는 상업적으로 잘될 수 없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제목도 낯설고 주인공도 새로우니 감독 친구들이 전화가 와서 '너무 하고싶었는데 니가 하네? 응원한다. 어렵지 않아?'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작에 좋은 에센스가 많이 숨겨져 있어서 묘한 드라마가 가득한 액션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배우가 없더라. '조각'은 평생 준비해야 하는데. 몇 달 트레이닝으로 될 수 있는 얼굴과 이미지가 아니다. 그러던 중 이혜영 배우를 만났고, 그때 '이 영화가 살아날 수도 있겠구나, 어쩌면 생각보다 풍성하게 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영화를 오랫동안 기다려오신 분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운명같은 첫 만남이었지만, 이혜영은 촬영하며 여러 차례 포기를 외쳤다고 한다. 민 감독은 "선생님께서 영화를 이렇게 혼자 끌고 가는 작업을 해본 적이 없는데다 액션의 영역은 관객의 눈이 너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해 불안과 두려움에 덜덜 떠셨다. 그런데 저는 그런 공포의 에너지가 너무 좋은 자세고, 배우로서 내가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장착됐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민 감독은 연출자로서 해야 할 것들을 우직하게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원작에 상세히 기술되지 않았던 전사와 관련해 "영화에서는 명확한 동기와 갈등, 해결이 필요하다. 특히 투우는 소설에서 비어 있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상상력을 마음대로 구현할 수 있었고 조금 더 자유로웠다. 연출 메모를 확인해보니 210페이지 정도가 되더라.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이 역은 왜 필요한가. 제가 던질 수 있는 모든 질문을 끝없이 던진다"고 설명했다.
그의 상상 끝에 다시 빚어진 투우와 조각. 그 미묘한 관계성에 사람들이 이토록 열광하리라고 짐작이나 했을까. 민 감독에게 '파과'를 조금 더 '맛있게' 먹는 법에 대해 묻자, 그는 '강 선생'의 역할을 강조했다.
"강 선생은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다. 사람에 대한 예의를 이야기하지 않나. 그는 두 번째 삶을 사는 사람이기도 하다. 조각이 칼을 목에 대도 흥분하지 않는 기개가 있다. 그건 '난 다 잃어봤어', 그냥 내가 할 일을 한다는 용기다. 조각과 강 선생은 예상치 못한 유대관계에 흔들리지만, 둘은 이성애에 빠질 삶의 여유가 없다. 그리고 후반부에 조각이 강 선생에게 인사를 하는데, 저는 그 장면을 조각이 또 한번 성장하는 순간으로 봤다. 그리고 그건 투우와 류에 대한 예의로 이어진다. 그런 삼각관계의 트라이앵글이 이제껏 봐왔던 멜로 드라마의 삼각관계와는 완전히 다르다. 묘한 텐션이 있다. 그걸 보는 재미가 '새로운 맛'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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