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재능-확실한 색깔 ´베지터형´ 펜
성실-천재성 두루 갖춘 ´손오공형´ 생 피에르
‘색깔은 다르지만 선택받은 싸움의 천재들, 자존심을 담보로 철장에서 격돌한다!’
비제이 펜(31·미국)과 조르주 생 피에르(28·캐나다)의 대결이 코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격투팬들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펜과 생 피에르는 다음달 1일(한국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아레나서 열리는 ‘UFC 94 ST-PIERRE VS PENN 2’에서 맞붙는다. 둘의 위상을 떠올렸을 때, 세계 MMA 경량급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를 기대케 한다.
체급화가 완전히 정착되어가고 있는 현대 종합격투기에서 체급을 넘어선 경기는 점차 보기 드물다. 과거 프라이드 미들급에서 절대적인 파워를 뽐내던 반더레이 실바가 무차별급 그랑프리에서 미르코 크로캅에게 완전히 나가떨어진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체급의 차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대결은 조금 다르다.
생 피에르는 한결같이 자신의 체급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지만, 펜의 경우 라이트급이면서도 상위 체급 외도를 수시로 거듭했던 괴물이다. 더욱이 펜은 웰터급으로도 몇 차례 경기를 치른 바 있고, 생 피에르와도 맞대결을 펼친 적도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팬들은 둘에게 여러 캐릭터를 부여하곤 했다. 성실한 노력형 천재인 생 피에르와 까칠하면서도 선천적 천재성이 돋보이는 펜의 상반되는 색깔은 인기 일본만화인 ‘드래곤볼’의 등장인물들과도 심심치 않게 비교되곤 했다.
자존심 강한 ‘천부적 천재’ 베지터와 비제이 펜
그다지 크지 않은 체구에 평범해 보이는 인상, 하지만 싸움에 관한 감각만큼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까칠하고 자존심 강한 천재. ‘드래곤볼’에서 이 같은 이미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로는 베지터가 있다.
전투종족 사이아인의 왕자인 베지터는 타고난 천재성을 갖춘 인물답게 오만하고 독선적인 인물이다. 후에 여러 가지 사건을 거치며 점차 성격이 바뀌기는 하지만, 기본 심성 자체는 강한 자존심으로 똘똘 뭉쳤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남들과는 다른 천부적인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베지터는 자신보다 강한 상대들을 만나며 절망과 극복을 거듭하게 된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베지터가 전투능력을 업그레이드시키는 방식이다. 그는 훈련을 통해 강해지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풍부한 실전경험 그리고 극단적인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내며 업그레이드를 거듭한다.
이런 베지터를 현실 속의 파이터에 대입해보면, 비제이 펜이 가장 잘 어울린다. 펜은 그다지 큰 체격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며 외모 역시 평범하기 그지없다. 또한 체중조절로 인해 라이트급에서 오래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처럼 체급 내 다른 파이터들보다 게으른 구석도 많다.
하지만 펜은 강하다. 특히 그의 격투기에 대한 선천적인 습득능력은 그야말로 ´괴물´이라는 표현이 알맞을 정도. 고등학교 때부터 주짓수를 배웠던 그는 화이트벨트 자격으로 블루벨트 대회에 참가해 우승까지 거머쥐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평균적으로 10년 정도 걸린다는 블랙벨트도 단 4년 만에 따버리는 등 선천적인 재능으로 일반적인 상식까지 간단히 부숴 버렸다. 이후 세계최대의 그래플링 대회 중 하나인 문디알에 참가, 거침없이 우승을 차지하는 괴력을 뽐내기도 했다.
또한 딱히 타격기를 배운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MMA데뷔 초창기부터 정상급 스트라이커와 맞먹는 스탠딩능력을 발휘해 보는 이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했다. 굉장한 핸드스피드와 천부적인 운동신경을 바탕으로 피하고 때리는 데는 도가 텄다는 평가다.
유복한 가정에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자라난 펜은 그런 성장 배경을 반영하듯, 하고자 하는 것은 꼭 해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 라이트급과 웰터급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것은 물론, 체중을 잔뜩 불려 K-1 히어로즈 대회에 헤비급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하고자 하는 것은 즉시 저질러버리는 남자가 바로 펜이라는 사나이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색깔대로 사는 모습이 영락없는 ‘드래곤볼’의 베지터다.
성실함으로 대표되는 ‘노력형 천재’ 손오공과 생 피에르
단순히 선악을 구분하기는 힘들지만 만화에서의 주인공감으로는 조르주 생 피에르가 비제이 펜보다 더 잘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균형 잡힌 몸매에 잘생긴 얼굴, 그리고 겸손하고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성격의 생 피에르는 ‘드래곤볼’의 손오공과 잘 어울리는 캐릭터다. 전장(경기장)에 나설 때 주로 착용하는 의상이 도복 차림이라는 점도 닮은꼴이다.
만화에서의 손오공은 전투종족인 사이아인 중에서도 하급전사다. 때문에 본래 타고난 전투력은 그다지 높지 않으며 그런 점에서 베지터에게 무시를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찌 보면 손오공도 천재다. 다만, 그 자질이 베지터보다 떨어질지 모르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다른 역량을 끌어올려 지속적으로 최강자의 위치에 오르곤 한다.
아무래도 주인공이 아니라는 점도 큰 영향을 끼쳤겠지만 베지터는 번번이 손오공의 벽을 넘지 못한다. 첫 맞대결에서 근소한 차이로 패한 것을 비롯해 이후 맞서게 될 강자들의 마지막 처리 역시 손오공의 몫이었다. 베지터 또한 계속해서 진화를 거듭하며 최상위 레벨을 유지하지만 손오공은 언제나 그보다 한 발 앞서 있다.
손오공은 또한 지독한 연습벌레다. 어릴 때부터 혹독한 수련을 거치며 성장해온 그는 이후 강적이 생길 때마다, 새로운 스승 혹은 독학을 통해 잠재력을 끊임없이 끌어올렸다. ‘시간의 방’이라는 곳에서 손오공이 수련하는 장면은 강적이 등장할 때마다 만화 속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 중 하나다. 거기에 실전경험이나 천부적인 감각에 의지하던 베지터와 달리 훌륭한 사부들에게 제대로 기본기부터 닦아온 점도 손오공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릴 시절 유난히 유약했던 생 피에르는 자신을 방어할 목적으로 처음 극진가라데라는 동양무술을 접했다. 그리고 복싱, 주짓수, 레슬링 등을 차곡차곡 배우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나간다. 스탠딩에서의 묵직한 펀치와 다양한 킥 기술, 거기에 레슬러 출신들마저 레슬링으로 압도해버리는 그의 놀라운 밸런스는 오랜 기간 성실하게 기본기를 닦아온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 역시도 펜 이상 가는 천재성을 타고났다고 말할 수 있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자신 안에 내재되어 있는 역량을 발전시키는 것 역시 보통 사람들은 쉽게 하기 어렵기 때문. 생 피에르는 손오공이 그렇듯 타고난 천재성에 노력까지 가미된 완성형 파이터라고 할 수 있다.[데일리안 =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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