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자정능력? 60년간 탁상공론에 그쳤을 뿐”

입력 2009.01.28 22:43  수정

“실효적인 통제방법” VS “소수당 탄압 가능성 있어” 찬반 엇갈려

한나라당이 2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국회폭력방지특별법, 국회질서유지법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특별법 제정 토론회에서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28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국회폭력 추방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은 특별법 제정의 타당성을 놓고 논의했다. 이날 특별법 제정에 대한 의견은 찬성 3명, 반대 2명, 유보 1명으로 찬성이 다소 우세였다.

“국회 자정능력? 60년간 탁상공론에 그쳤을 뿐”

토론에 앞서 발제한 한나라당 이범래 원내부대표는 “국회 폭력사태가 근절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치적 타협, 관용과 국민의 무관심에 의해 사후 조치가 미흡하기 때문”이라며 “일부에서는 특별법 제정보다는 국회의 자정능력을 키워 정치선진화를 이루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지난 60년간 탁상공론에 그쳐왔다”고 특별법 제정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 원내부대표는 “과거 국회 폭력은 단순한 물리적 충돌에 그쳤지만 점차 과격화 되고 있어 국회의 자율권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상태”라며 “자율, 내부 개혁은 실패한 개혁이며 이제는 제도를 바꿔 인식의 전환을 도모할 수 밖에 없다. 극약처방이긴 하지만 폭력방지법으로 폭력 행위를 가중처벌해 사법부가 국회 폭력에 개입해 처벌할 수 있다는 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무한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통령을 배출하기 위해 모든 정당이 당력을 전력 투사하는 권력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권력을 잃은 쪽에서는 선거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의회를 통해 끊임없이 저항하며, 이것이 마치 지지자들에 대한 답례이자 의회에 다시 진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으로 오인하고 있다”면서 “국회의원들이 공천을 받으려면 당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 유권자의 눈을 무서워하지 않고 당리당략을 위한 ‘돌격대’를 자임하고 있고, 비례대표도 다음 선거에서 공천을 받으려고 육탄전에 앞장서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내부대표는 “국민들이 강력한 제재조치와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것에 따라 특별법 제정을 통해 국회폭력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국회폭력을 미화하고 ‘훈장’쯤으로 생각하는 의원들이 있는데 여야를 떠나 폭력의원을 반드시 처벌하고 공직사회에 영원히 진출할 수 없도록 공감대를 넓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실효적인 통제방법” VS “소수당 탄압 가능성 있어”

이어진 토론에서는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놓고 찬반의견이 엇갈렸다.

특별법 제정에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국회폭력은 민주주의의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을 낳을 수 있다’며 엄격한 법 적용을 주장했다.

숭실대 강경근 교수는 “해머와 쇠사슬, 전기톱 등 흉기가 등장하고 1인 활극으로 난투극을 보여주는 등 국회는 2009년 새해 첫 주간부터 한국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을 벌였다”며 “그런 행태가 범세계적인 창피를 받을 줄 몰랐으니 마치 운동경기에서 승리한 것인 양 양 주먹을 쥐어 가슴에 올리면서 웃고 사진을 찍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일본에서도 우리와 같은 일들이 더 격렬하게 벌어졌지만 1955~56년 관련 의원들이 기소된 이후에는 난투국회가 사라졌다”면서 “폭력의원에 초점을 맞춰 폭력 행사 시 의원직 상실뿐 아니라 일정기간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강경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특별법 제정은 “의회민주주의라는 가치가 국회서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의식의 표현”이라고 전제한 뒤 “국회에서도 법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 윤리위원회에 사법권을 부여하고 의회경찰권을 강화하는 한편, 폭력의원은 자격상실과 더불어 차기 공천 배제, 피선거권 제한 등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하대 이재교 교수는 “민의의 전당인 국회이기 때문에 폭력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법의 효력이 미치는 곳이라면 어디든 폭력이 있어선 안된다”며 “폭력은 야만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폭력이 불가피했다는 (민주당의) 논리는 법 지배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논리”라면서 “야당은 폭력을 당하지도 않았는데 여당이 ‘다수의 횡포’를 부리기에 이를 저지하기 위해 (폭력이) 불가피했다는 건 정당방위가 성립되지 않는다. 정당방위는 노력해도 피할 수 없을 경우에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상대에게 반격을 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이영해 교수도 “국회가 폭력행위를 요구관철의 한 방편으로 사용한다는 건 진정한 민주주의를 포기한 것과 같다”며 “국회는 온갖 폭력과 난동에도 체포는 물론 수사기관 소환조차 불응하고 있어 특별법은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특별법은 선언적 의미에 무게를 싣기보다 실효적인 통제효과를 발휘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소환제 도입과 국회의장의 의무 강화는 물론, 징역형과 벌금형으로 구성된 현행 특별법에 금고형을 추가해 국회운영을 방해하는 행위를 원천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익대 임종훈 교수는 ‘조건부 찬성’입장을 밝히며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임 교수는 “폭행 등에 대한 법정형을 ‘1년 이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할 경우 1년 이상 징역형과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은 균형이 맞지 않다”며 “국회 내 폭력 행위에 대해 현행법의 적용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현행법으로는 법질서 위반행위를 방지할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입법이 필요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 19대 국회부터 적용할 것을 전제로 특별법을 제정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법 제정에 따른 야당의 반발과 과잉입법 등을 들어 ‘원점부터 재검토할 것’을 주장했다.

한겨레 김종철 논설위원은 “폭력방지법을 적용할 경우 국회에서 몸싸움이 있을 때 의사진행을 하는 쪽과 이를 반대한 쪽 중 방해하는 쪽만 처벌할 우려가 있다”고 전제한 뒤 “여당의 일방적 국회운영을 돕고 야당의 반대 목소리는 축소시키는 야당 탄압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입법기관에서 발생한 문제를 사법기관으로 가져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외형적인 폭력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국회의 정치행위가 위축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 위원은 “폭력방지법은 한나라당 단독으로 추진해서는 절대 안 되며 여야가 합의해서 법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원점에서 재검토 돼야 한다”면서 “여야가 폭력의 고리를 끊고 중장기적인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접근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이진곤 주필은 “있는 법도 못지키면서 새 법을 만들겠다는 자체가 명분 없는 일”이라며 “법 제정 시도가 또다른 정치적 갈등과 대립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주필은 “한나라당의 시도는 민주당의 소극적 회피를 부각시키려는 정치적 공세일 수 있어 성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명분싸움에서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민주당 등 야당의 반발만 초래하는 강행보다는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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