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동시 출격…퀴어 서사 한계 허물 ‘대도시의 사랑법’ [D:영화 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4.10.22 08:39  수정 2024.10.22 08:40

원작자 박상영 작가, 반대 시위에도 "관심 오히려 좋아" 긍정적 반응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을 원작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가 연이어 출격한다. 상업영화의 주인공으로 성소수자가 등장한 것은 물론, 드라마에서는 주인공 고영의 서사를 더욱 깊이 있게 다루며 퀴어 서사의 한계를 허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박상영 작가의 소설로, 청년 고영의 이별과 사랑 이야기를 경쾌한 톤으로 그려내며 젊은 층의 관심을 받았다. 지난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오르며 완성도까지 인정을 받았다.


지난 1일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가 개봉해 6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으며, 티빙에서는 이 작품을 드라마로 확장해 공개를 하고 있다. 티빙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은 박상영 작가가 직접 각본을 쓰며 원작의 감성을 살렸다.


한 청년의 20대부터 30대까지의 일상을 포착하는 이 작품의 차별점은 주인공 고영이 성소수자라는 것이다. 퀴어 소설로 국내를 넘어 해외 독자들의 관심을 유도한 것은 물론, 이것이 상업영화와 드라마로 제작이 되며 반가움을 유발했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을 연출한 이언희 감독 또한 “이런 이야기는 상업 영화로 하는 건 쉽지 않아서 설득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힘들었던 것 같다”면서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고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이 영화가 완성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대도시의 사랑법’의 개봉과 관객 반응의 의미를 짚었다.


여기에 박 작가가 직접 참여한 ‘대도시의 사랑법’은 ‘성소수자의 일상’에 좀 더 방점을 찍으며 또 다른 벽을 허물었다. 영화에서는 주인공 고영과 그가 대학 진학 후 만난 자유분방한 매력의 친구 재희(김고은 분)의 서사를 함께 담았다면, ‘대도시의 사랑법’은 고영이 만나고 헤어지는 연인들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담아내며 성소수자의 일상에 조금 더 깊이 있게 다가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단체가 “동성애 미화”를 이유로 ‘대도시의 사랑법’ 공개를 반대했다. 그러나 박 작가는 “관심을 받을 수 있어 오히려 좋았다”며 이 같은 드라마가 제작되는 것만으로도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는지, 그 중요성을 실감케 했다. 박 작가는 지난 16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논란 속에서도 작품이 사랑 받는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라고 시청을 당부했다.


물론 앞서도 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왓챠에서 성소수자들의 사랑을 다룬 ‘시멘틱 에러’가 흥하는가 하면, 소년들의 사랑에 대해 그린 BL(Boys Love) 드라마가 해당 장르 팬덤의 지지를 바탕 삼아 활발하게 제작이 되기도 했다. ‘시멘틱 에러’의 흥행 이후 ‘나의 별에게’',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등 여러 BL 드라마가 시청자들을 만났었다.


그러나 ‘한계’도 없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팬덤 겨냥 BL 드라마는 소년들의 풋풋한 사랑을 다루며 ‘성공 공식’을 따르는 경향이 없지 않았으며, 박 작가가 의미 있다고 짚은 ‘상업 드라마’에서는 관련 설정을 삭제해 ‘퀴어 지우기’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드라마 ‘정년이’는 원작 속 정년이와 부용의 러브 스토리가 드라마의 메시지를 전하는 핵심 설정이었음에도 부용 캐릭터를 지웠고, 이에 ‘두 주인공의 퀴어 서사를 주말 안방극장에 담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 아니냐’라는 아쉬움 섞인 지적을 들어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도시의 사랑법’이 연속 출격하며 대중들의 관심을 유발하는 것에 ‘의미 있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퀴어 문학을 주류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들은 박상영 작가가 “우리 작품이 얼마나 인기 있으려고 이런 일을 겪을까”라고 반대 시위에 의연하게 대처했는데, 실제 드라마에서도 성소수자를 향한 편견 어린 시선까지 녹여내며 ‘현실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소설과 영화, 드라마로 활발하게 대중들을 만나고 있는 ‘대도시의 사랑법’이 편견을 또 한 꺼풀 벗겨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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