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선거 유세 시작...곳곳에 울려퍼지는 선거송
대중가요와 후보 메시지 맞물리면 시너지 극대화
60대 이상 유권자 역대 최다...선거송 '트로트' 쟁탈전
영화 ‘검사외전’(2016)에서 강동원이 춘 ‘붐바스틱’ 춤은 SNS를 중심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개봉 이후 해당 장면이 크게 인기를 끌자, 미공개 댄스 영상까지 공개됐고, 이 영상은 하루 만에 100만뷰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영화 '검사외전' ⓒ쇼박스
영화 속에서 화제를 모은 이 장면은, 현재 거리 곳곳에서 재현되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4·10 국회의원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각 정당은 유세차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춤을 추고, 노래하는 등 선거전의 열기를 더하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선거송을 만들어 두고도 조용했다면, 방역 조치가 없는 이번은 곳곳에서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다.
선거 포스터나, 집으로 배송되는 선거 안내 책자도 중요한 홍보 수단이지만 길을 걷는 바쁜 시민들의 시선을 잡기 위해 가장 중요한 홍보 수단이 바로 ‘선거송’이다. 앞서 언급한 포스터나 책자는 원치 않는 경우 보지 않을 수 있지만, 선거송은 길을 걷게 되면 자연스럽게 대중의 귀에 닿게 된다. 당선을 꿈꾸는 이들이 선거송 선정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에서 선거송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60년대 제4대 대통령 선거였다. 당시에는 후보자가 아닌 지지자들이 만들어 부르는 형태였다. 당시 조순형 전 국회의원의 아버지 조병옥 후보가 타계하자 지지자들이 그를 기리고자 영화 ‘유정천리’의 주제가를 개사해 부른 것이 대표적이다.
선거송이 대중문화와 결합하기 시작한 시기는 1987년 제13대 대통령 선거부터다. 당시 통일민주당 김영삼 후보는 군정종식가에 ‘군정종식 김영삼, 민주통일 김영삼’이라는 가사를 넣어 불렀고,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는 애창곡이었던 ‘베사메 무초’를 유세 현장에서 직접 부르면서 대중가요를 선거 운동에 사용한 최초의 인물로 기록됐다.
이후 1997년 제15대 대선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는 DJ DOC의 ‘DOC와 춤을’을 선거송으로 선정하고 김대중 후보의 이니셜인 ‘DJ’에서 착안해 ‘DJ와 춤을’로 제목을 바꾸고 개사해 뮤직비디오 형식의 TV 광고를 통해 포인트 안무인 관광버스 춤을 선보여 젊은 유권자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가장 성공적인 선거송으로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가 직접 기타를 치며 부른 ‘상록수’가 꼽힌다. 지역구도를 깬다며 영남에서 계속 출마해 고배를 마신 그의 이력이, 언제나 같은 색을 지킨다는 상록수의 가사와 맞물리며 진정성을 더했다. 반주 없이 기타 하나로 노래하는 모습 역시 정치자금을 최소화하겠다는 공약과 맞아떨어졌다. 대중가요와 후보자의 메시지가 맞물리면서 폭발력이 극대화된 셈이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가 부른 '상록수'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
시대가 흐르면서 선거송의 의미도 조금씩 달라졌다. 과거 선거송이 단순히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수단에 그쳤다면, 이후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했고, 최근에는 유세 현장을 하나의 축제처럼 느껴지도록 하는데 목적을 두는 경우가 많다. 장르적인 면에서도 과거부터 현재까지 트로트 장르가 불변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동시에 댄스, EDM 등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도 이어졌다. 그만큼 유권자층이 젊어졌다는 증거였다.
이번 선거 역시 트로트 장르가 우세하다. 60대 이상 유권자 분포가 31.4%로 역대 최다인 이번 선거에서 장년층을 공략하기 위한 선택이다. 국민의힘은 정당 로고송에 김호중의 ‘너나 나나’를 포함시켰고, 후보자 추천곡 12곡 중 6곡을 트로트로 채웠다. 진성의 ‘태클을 걸지마’, 장민호의 ‘풍악을 울려라’, 노지훈의 ‘손가락하트’ 등이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임영웅의 ‘이제 나만 믿어요’를 비롯해 영탁의 ‘찐이야’, 홍진영의 ‘엄지척’ 등을 선택했다. 박군의 ‘한잔해’는 양당 모두 사용한다.
유권자를 잡는 선거송의 부작용도 있다. 선거송으로 인한 주민들의 소음 신고 건수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선거송 제작비 상승으로 인한 선거비용의 증가는 결국 국민 혈세 낭비라는 지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따르면 올해(4월1일 기준) 역시 접수된 선거송만 무려 626건에 달한다.
단순하고 반복적이고 친숙한 노래가 후보자에 대한 관심과 호감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각인 효과에만 집중된 유명 곡 쟁탈전에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한 관계자는 “언제부턴가 선거판은 후보를 알릴 수 있는 유명한 노래를 먼저 선점하는데 집중되어 있다. 더구나 이런 곡들에 상대를 비방하고, 공격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각인 효과를 누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이는 유권자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권자의 관심을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후보자의 공약 등 메시지 전달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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