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80년대식 벗기기 경쟁 알몸마케팅, 한국영화 추락 부채질
80년대 초 극장가에는 여배우들의 알몸을 내세운 영화들이 잔뜩 내걸리기 시작했다. 그 때 한국 영화는 별다른 내용 없이 여배우들의 알몸을 전면에 내세워 흥행을 노렸다. 스크린(screen), 스포츠(sport), 섹스(sex)등 이른바 3S 정책에 힘입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때문에 연기가 아니라 노출 자체 때문에 인기 스타로 등극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하지만 곧 그들은 쉽게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80년대가 아닌데 갑자기 2008년에 여배우들의 노출이 영화의 주요 홍보 수단이 되고 있다.
최근 ‘누드대역’이라는 말이 인터넷을 오르내렸다. 손예진이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에 출연하면서 직접 자신의 알몸을 보여주었는가를 따지는 말들이 오르내렸던 것이다.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립 싱크와 같은 바디 싱크인 셈이다. 논란이 분분하니 손예진이 자신이 직접 노출했다고 밝히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여기에 김민선은 영화 <미인도>에서 올 누드로 뒷모습을 공개해서 다시금 18금 마케팅에 불을 지른 장본인이 되었다. 물론 얼굴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누드 대역 논란은 없었다. 영화 <쌍화점>의 송지효, <박쥐>의 김옥빈도 노출수위가 높다는 말이 흘러나오면서 증폭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러한 노출 마케팅은 한국 영화가 퇴행했거나 위기를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시그널로 읽힌다. 한국 영화가 위기라는 지적은 더 이상 뉴스로 대접받을 수 없다. 한국영화를 애써 보아야 하는 이유를 관객들은 찾지 못하고 있다. 관객과 그만큼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배우의 노출로 관객과 소통하려는 한국영화의 인상은 그렇게 좋게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오죽하면 노출을 통해 관객의 시선을 잡아두려고 하겠는가 라고 한다.
영화의 전개상 반드시 필요한 노출은 있기 마련이다. 극중 인물의 캐릭터를 유효적절하게 표현하는 가운데 노출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은 좋은 결과만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그만큼 내용이 부실할 경우 여배우의 노출에 기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동안 노출을 하지 않았거나 대중적 순수성을 지닌 여배우 일수록 그러한 타깃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전도연(해피엔드), 엄정화(결혼은, 미친 짓이다), 문소리(바람난 가족), 김혜수(얼굴 없는 미녀, 타짜)가 그러한 수순을 밟았다. 이중에 그 알몸 자체 때문에 작품성을 높인 경우가 얼마나 있었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어쩌면 그녀들은 한국영화의 위기를 온몸으로 막으면서, 그 위기의 적나라함을 보여주고 있는지 모른다.
무엇보다 여배우의 노출에 기대어야 하는 한국영화의 상황은 위기의 신호로 읽혀져야 할 것인데, 홍콩 영화도 망할 때 결국 여배우 몸에 의존해갔다. 여배우들의 노출만이 아니다. 남자 배우들도 한번쯤 벗어주는 것이 미덕이 되었다. 이것은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 남자 배우들은 단련된 근육을 만들고, 그것을 이유 없이 한 번씩 보여주는 것이 관습화되었다.
특히 2000년대 한국영화는 80년대 한국 영화가 문화적 획일성 속에서 위기에 처했던 것과 같다. 80년대는 정치가 영화의 다양성과 작품성을 제약했다면, 2000년대는 자본의 힘이 영화의 작품성과 다양성을 제약하고 있음은 같고도 다른 점이다. 그러한 면에서 영화판에 관련 있는 이들은 한국영화가 더 밑바닥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즉 더 이상 단기적인 자본의 수익에 좌지우지 되지 않은 한국 영화판을 염원하는 것이다. 단기적인 수익을 위해서 남녀 배우들은 한번쯤 자신의 몸을 드러내주어야 하는 서비스 정신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했다.
무엇보다 관객들의 눈은 높아졌다. 잠깐 ‘노출’에 눈길을 줄 수는 있어도 해법은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제작자나 관객이나 서로들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한국영화를 보느니 인터넷으로 다운로드한 미드나 보겠다는 대중 심리가 지배하는 한 특히나 여배우들의 눈부신 몸은 쓸쓸하기만 하다.
한편, 노출 마케팅은 주로 포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예전과 많이 달라진 점은 영화의 홍보가 방송이나 신문보다는 인터넷 포털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 비용도 이제 포털 쪽에 기울었다.
이번 노출 마케팅도 포털에 영화 홍보가 종속되어 있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시킨 것이었다. <미인도>등 몇몇 영화는 일찌감치 여배우의 노출을 예고하면서 바람몰이를 했는데, 그것은 바로 포털의 매체 플레이를 통해서였다. 손예진의 ‘누드 대역 논란’도 결국 초기 바람몰이를 위한 포털 마케팅의 일환이었다. 이는 소통 창구의 획일성과 종속성을 말한다. 여러모로 영화의 위기인 것이다.
영화에는 일단 스토리가 중요하다. 언제나 좋은 작품을 쓰는 작가를 배려하지 않았다. 창작자들을 위한 안정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창투사를 넘어선 지자체 및 민간기업의 참여활성화, 방송-영화계의 적극적인 협력도 있어야 하고, 포털을 벗어난 관객소통창구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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