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원 넘긴 케이팝 음반 수출 뒤의 그림자 [2023 대중문화 결산-가요]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3.12.18 14:01  수정 2023.12.18 14:01

올해 가요계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솔로 활동과 후배 그룹들의 활약으로 케이팝(K-POP)이 미국에서 저변을 넓힌 해로 평가된다. 뉴진스와 아이브를 필두로 걸그룹 열풍이 가요계를 강타했고, ‘중소돌의 기적’으로 불린 피프티 피프티는 전속 계약 분쟁으로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케이팝 음반 수출액이 3000억원을 넘기는 등 연간 기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케이팝 위기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써클차트
저변 넓힌 케이팝 시장…음반 수출액 연간 최고치 경신


케이팝의 글로벌 인기를 견인했던 방탄소년단은 솔로 활동으로도 두각을 드러냈다. 올해 첫 솔로 활동 멤버였던 지민은 3월 발매한 ‘페이스’(FACE)로 초동 145만장을 판매하면서 역대 솔로 가수 음반 초동 1위를 찍었고, 한국 스포티파이에서 올해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아티스트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 1위에 올랐다. 한 달 뒤 4월엔 슈가가 ‘디데이’(D-DAY)를 발표했고 초동 127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뷔는 지난 9월 발매한 ‘레이오버’(Layover)로 초동 210만장을 기록하는데 성공. 앨범 판매량을 기반으로 264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서 케이팝 솔로가수 최장기간 차트인을 달성했다. 정국 역시 앞서 발매한 ‘세븐’(Seven)과 ‘3D’ 그리고 지난달 발매한 첫 솔로 정규 앨범 ‘골든’(GOLDEN) 등으로 빌보드 ‘핫 100’에서 정상을 찍었고, 누적 최장 차트인 기록을 세웠다. 또 그는 첫 솔로 활동을 통해 미국과 영국에 이어 일본레코드협회에서도 골드 디스크 ‘플래티넘’(음반 누적 출하량 25만 장 이상) 인증을 받았다.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후배 케이팝 가수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스트레이키즈, 뉴진스 등이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 1위를 거머쥐었고, 피프티 피프티가 ‘핫100’에서 최고순위 17위까지 올랐던 것에 이어 에이티즈가 ‘빌보드 200’ 1위에 오르는 등 중소기획사 아이돌의 기적도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케이팝 가수들의 성공은 음원, 음반 시장의 확대로 이어졌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음반 수출액은 2억4381만 달러(약 3209억원)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3% 증가한 수치로, 이미 작년 한 해 수출액 2억3138만 달러(약 3023억원)를 웃돌아 연간 기준 수출액 최고치를 경신한 셈이다.


한국음반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써클차트 역시 올 1~10월까지 국내 음반 판매량 인기 400위까지의 케이팝 누적 음반 판매량은 총 1억 100만 장으로 집계했다. 이는 지난해 음반 총 판매량인 8000만 장을 훌쩍 넘어선 기록으로, 전년도의 125%에 해당한다. 연말 판매량까지 고려하면 전체 판매량은 기존 전망치를 웃도는 약 1억 1000만 장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최대 호황기에 불거진 케이팝 위기론


케이팝 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그 뒤로는 ‘케이팝 위기론’도 잇따라 제기됐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최근 주요 시장에서의 지표 하락이 보이는 게 있다. 제가 이야기하는 근간은 ‘굉장히 강렬한 팬덤의 소비’”라며 “케이팝 팬은 강렬한 몰입도와 집중적인 소비를 보이는데, 반대로 이야기하면 이는 확장성의 한계가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케이팝 음반 연간 수출액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국가별로 보면 일본이 1위, 미국이 2위를 차지했다. 케이팝 시장의 큰손으로 여겨졌던 중국은 기존 2위에서 3위로 밀려났다. 대중 음반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1% 줄어들면서 반타작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최근 ‘제66회 그래미 어워즈’ 후보 발표 이후 케이팝의 글로벌 성과에도 불구하고 단 한 팀도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는 점,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올해 신설된 케이팝 부문 외에는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는 점은 이런 위기론에 다시금 불을 지폈다.


이러한 확장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하이브, SM, JYP 등 대형 기획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하이브와 JYP는 대규모 오디션을 거쳐 그룹 캣츠아이와 비춰를 각각 선보였다. 해당 오디션은 케이팝 아이돌 육성 시스템을 바탕으로 현지화된 합작 그룹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시작됐다. 이런 시도가 확장성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이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피프티 피프티 ⓒ어트랙트
SM 인수전에 템퍼링 이슈로 시끄러운 가요계


케이팝의 성장과 별개로 올해 가요계는 매우 시끄러운 한 해였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가 주목받았다. SM 설립자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물러나고, SM 경영진이 카카오와 손을 잡는 과정에서 촉발된 갈등이 경영권 분쟁으로까지 이어지면서다. 이수만이 자신의 지분 대부분을 경쟁 기획사 하이브에 매각하자, 하이브와 이수만, 그리고 SM과 카카오의 지분 확보 경쟁이 펼쳐졌다. 하이브와 카카오는 SM 지분 공개 매수 경쟁까지 펼쳤는데, 하이브가 SM 가수들의 위버스 입점을 받아내는 조건으로 카카오와 합의하면서 SM은 결국 카카오의 품에 안겼다.


SM 인수전만큼 시끄러웠던 건 템퍼링 이슈다. ‘큐피드’의 글로벌 흥행으로 ‘중소돌의 기적’으로 불린 피프티 피프티가 소속사 어트랙트를 상대로 정산 문제 등을 거론하며 전속계약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충격을 안겼다. 데뷔한 지 반년 만에 정산 분쟁을 일으킨 멤버들에 대한 여론은 싸늘했고, 법원 역시 이들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는 멤버 키나만 소속사로 복귀해 활동을 앞두고 있으며 다른 멤버들은 판결에 불복해 항고하고 본안 소송을 예고했다.


그런데 이 문제는 비단 피프티 피프티만의 이슈로 끝나지 않았다. 가요계에서는 이 사태로 탬퍼링 문제를 공론화했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는 기획업자와 연예인의 대등한 관계를 위해서는 현재의 산업 환경에 맞게 법과 제도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간 표준전속계약서 악용 사례 중 하나로 문제가 됐던 탬퍼링에 대한 퇴출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현재 정부와 국회, 관련 기관 및 단체가 함께 표준전속계약서 개정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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