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조 ‘눈 앞’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K-점유율 ‘0%’ 오명 벗으려면

김성아 기자 (bada62sa@dailian.co.kr)

입력 2023.12.11 17:57  수정 2023.12.11 17:57

글로벌 시장 내 국내 시장 점유율 1% 안돼

혼자서는 안돼 “각 단계별 조력자 찾아야”

결국은 정밀의료…환자 수요 맞춘 ‘독창성’ 필요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가 11일 서울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디지털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비즈니스 모색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성아 기자

팬데믹 이후 ‘언택트(비대면)’에 대한 넘치는 수요로 인해 정보통신기술(ICT)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이는 헬스케어 시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한국 무역협회는 전 세계 디지털헬스케어 시장이 오는 2026년 830조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시장 역시 팬데믹 기간 큰 폭의 성장을 일궜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아직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는 11일 서울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디지털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우리나라가 800조 시장에서 10%를 쓰는 나라가 될 건지, 버는 나라가 될 건지는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렸다”며 디지털헬스케어 기업들의 노력을 독려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1조3539억원으로 글로벌 시장 규모 대비 0.6%에 불과하다.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내 시장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황희 대표는 “우리나라는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하기에 인력, 네트워크, 인프라, 기술, 심지어는 국민들의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 수준도 높아 최적의 환경이지만 정작 이러한 사업에 돈을 지불하고자 하는 ‘페이어(Payer)’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등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발전 속도가 빠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기술의 수준은 높지만 의료 현장 정착은 더딘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집 앞에 바로 의원이 있는 의료 환경이 구축돼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신기술’로 여겨지는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수요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김진우 하이 대표가 11일 서울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디지털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미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성아 기자

이에 카카오헬스케어, 하이, 웰트 등 시장에 먼저 진입한 ‘선배’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공략을 목표로 삼으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 공략 역시 기술만으로는 어렵다. 헬스케어 산업은 규제 산업이기 때문에 상용화를 위해서는 임상시험, 인허가, 수가 책정 등 기술 단계 이후에도 여러 관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김진우 하이 대표는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고배를 마신 페어테라퓨틱스 등의 실패 요인은 ‘독립형 디지털 치료제’였다는 점”이라며 “소프트웨어부터 소프트웨어를 작동시키는 하드웨어까지 모두 다 만드는 것은 상당히 큰 노력과 투자, 그리고 위험을 부담해야 되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역시 각 단계별로 수가를 책정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서로 협업할 수 있다면 효용을 높일 수 있을 것”고 덧붙였다. 하이는 디지털 치료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파생된 20여개의 디지털 바이오마커를 상품화해 국내외 임상시험 현장에 적용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도 했다.


카카오헬스케어 역시 구글, 노보노디스크 등 유수의 해외 파트너사들의 손을 잡고 서비스 론칭 이전부터 글로벌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황희 대표는 “우리나라에서만 서비스하고 끝날 사업이 아니라면 미국, 유럽 등 목표 시장에서 조력자를 구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이라며 “우리의 파트너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서비스 론칭 시 오른팔, 왼팔이 되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성지 웰트 대표는 11일 서울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디지털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사업화 전략과 디지털헬스테어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 발표했다. ⓒ데일리안 김성아 기자

한편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의 궁극적인 성공 요인은 ‘정밀의료’라는 의견도 나왔다. 강성지 웰트 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가 결국 만들어야 하는 것은 ‘디지털 신약’”이라며 “많은 데이터와 임상을 거쳐 환자 개인 중심의 초정밀의료와 초단기예측이 가능해진다면 이 부분이 바로 사업의 매출과 이익을 낼 수 있는 ‘독보적’인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강성지 대표는 정밀의료 수준까지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기 위해서는 분산형 임상시험(DCT) 도입, 새로운 임상시험계획에 대한 규제당국의 빠른 허가 속도 등 환경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할 때 유저에게 선택을 하도록 하는 과정이 임상시험의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의 특이성을 이해해 인공지능(AI) 도입 등 규제 방법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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