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캠에 칼 빼든 정부…공연계 ‘골칫거리’ 해결될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3.12.07 08:36  수정 2023.12.07 09:55

지난 9월,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된 뮤지컬 ‘레베카’가 SNS에 무단 생중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공연에는 걸그룹 레드벨벳 멤버 웬디가 나(I) 역으로, 배우 리사가 댄버스 부인 역으로 출연했다. 2시간 35분의 전막 공연은 실시간으로 녹음돼 음성 라이브 방송 X(트위터) ‘스페이스’에서 공유됐다.


뮤지컬 '레베카'에 출연 중인 레드벨벳 멤버 웬디 ⓒEMK뮤지컬컴퍼니

공연 영상 시장이 새롭게 형성되면서 업계에서는 불법 공연 영상 문제를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밀캠·밀녹으로 불리는 공연 무단 촬영 문제가 심각해지면서다. 몰래 촬영한 영상이나 음원을 블로그에 올리고, 댓글로 문의를 받아 거래하는 식이다. 공연장에선 몰래 촬영하는 관객 때문에 실랑이가 벌어지는 일도 종종 있었다.


제작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협회 회원사 작품의 밀캠 약 233개가 불법으로 주요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유통됐고, 자체 설문조사 결과 25개 회원사 중 15개 회원사가 ‘밀캠의 불법유통 문제가 심각하다’는 의견을 냈다.


정부는 뒤늦게지만 집중 단속 방침을 전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범죄과학수사대는 이달 말까지 연극과 뮤지컬, 연주회 등 공연을 무단으로 촬영·녹화한 밀캠을 불법으로 유통하는 행위를 집중 단속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영리 등 목적으로 적발된 불법유통업자는 엄정 처벌하겠다는 계획이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연극과 뮤지컬, 연주회 등의 공연 밀캠 영상을 영리 목적 또는 상습적으로 유통하는 행위로 적발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런 시도가 밀캠의 일시적인 유통을 막을 순 있어도 이 행위를 뿌리 뽑을 수는 없다는 것이 공연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앞서 몇 차례 저작권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지만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에 그쳤다. 이밖에 저작권 교육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지거나,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한 공연 관계자는 “직접 공연 영상을 촬영하고 고가에 판매한 사람들에 대한 더 강력한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벌금보다 불법 판매를 통해 얻는 수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한 차례 법적 처벌을 받고도 다시 불법 판매를 재개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연 저작권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저작권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보니 불법 자료 판매를 위중한 사건으로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단속 자체도 쉽지 않다. 그간 온라인에 게시된 불법 판매 글만으로는 처벌이 불가능한 탓에 제작사 측에서 일일이 불법 판매자에게 접촉해 자료를 구매한 뒤 거래 내역을 증거로 제출하는 식으로 처벌이 이뤄졌다. 밀캠·밀녹의 결과물이 시중에 유통되는 단계에 가서야 저작권법 침해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연계에선 밀캠, 밀녹 유통을 막기 위해선 공연을 몰래 녹화하는 행위를 처음부터 금지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연은 라이브로 진행된다는 것을 감안해 영상저작물에 비해 더 엄격한 제지가 필요하다. 과거엔 밀캠·밀녹이 소수에 국한된 문제였고, 제작사 역시 방치했던 측면이 있다. 불법 영상 유통이 더 활발해지기 전에 제작사들의 적극적인 대응과 더 강력한 처벌이나 저작물의 불법 촬영을 초기에 잡을 수 있는 내용 등을 담은 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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