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확대가 답?…‘모두가’ 즐기는 예술 가능할까 [골목에서 만나는 예술③]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3.12.04 07:00  수정 2023.12.04 07:00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는 일 처음엔 어색…

처음 문화예술 접하는 분들은 문 열고 들어오는 것이 더 힘들어”

서울 송파구의 풍납동의 인적 드문 골목에서는 알찬 기획들이 이어지는 한 갤러리가 불을 밝히고 있다. ‘시간이 없어서’ 또는 ‘잘 몰라서’ 전시회를 즐기지 못했던 이들도, 눈을 조금만 돌리면 좀 더 쉽게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다.


2010년대 초 예술가들이 모여들며 창작촌을 형성, 수많은 예술가들이 미술 전시 및 랩 공연 등을 펼치고 있는 문래동을 비롯해 지역 곳곳에서 예술가들이 터를 잡고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공간지은

때로는 지나는 사람의 발길을 붙잡고, 때로는 동네의 매력을 예술에 녹여내기도 하면서 나름의 역할을 이어 나가고 있다. 다만 이것이 지속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제도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골목에서 전시 등이 이뤄지는 문화 공간을 운영 중인 플랫폼 팜파 심이다은 대표는 “다양한 형태의 문화공간을 위해선 제도적인 지원이 우선돼야 자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우선 자립을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물론 지금도 많은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기존의 형태(블랙박스, 화이트큐브 등)를 갖춘 공간을 위한 지원제도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팜파처럼 단독주택이거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난 다양한 형태의 공간을 지원하는 제도도 더 많이 생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이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관객, 일반 시민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에게도 경험이 확장되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술가에 대한 지원은 물론, 관람 등을 직접 지원하는 등 지원의 방향을 틀어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소극장을 운영 중인 한 대표는 “문화예술거리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특히 지역 예술인들에게 중요한데, 사실 관객 발굴이 쉽지는 않다. 이를 위해선 관람 비용에 대한 지원을 통해 우선 관심을 유도하는 등의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술가들의 자세 또는 그 내용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앞서 지원의 확대 필요성을 언급한 심이다은 대표는 “공간의 역할은 다양한 예술을 기획하고 선보이는 일도 물론 중요하지만, 어떤 기준 이상의 관객만이 즐길 수 있는, 말하자면 높은 수준의 예술 교육을 받은 사람만이 즐길 수 있는 작업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가볍게 다가갈 수 있는 눈높이를 맞춘 프로그램을 기획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모든 공간에서 이런 시도를 하는 것은 공간마다 가진 가치관에 따라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플랫폼 팜파처럼 골목과 맞닿은,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자리 잡은 곳에서부터 시도를 시작해 나가면 은은하게 주변부로 스며들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서울 송파구의 풍납동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며 그곳 주민들과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공간지은의 이진영 작가는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는 일은 처음에는 어색하고 수줍은 면이 있었다.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주민들과 만나면 어떨까를 수없이 고민하던 적이 있었지만, 문화 예술을 처음 접하는 분들이 갤러리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이 더 힘들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어려움을 언급하면서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작품 하나하나를 설명해 드리면 공감해 주시고 작품에 대한 손님들의 생각도 이야기하며 전시공간을 이해하는 시간이 됐다. 전시는 매월 1회 내부 전시와 윈도우 전시를 열고 있는데 다음 전시를 기다리는 손님들, 전시 설치를 하면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분들이 생기면서 보람도 느끼게 되고, 이곳이 골목길 예술공간으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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