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눈높이 맞춰라" 압박에 '백기'
'일제 소환' 그룹 회장단 지원 '골몰'
자영업자 대출 이자 직접 경감 검토
이미 매년 1조 공헌…"자괴감마저"
5대 은행 이미지. ⓒ연합뉴스
정부의 계속되는 상생금융 압박에 결국 은행권이 백기를 들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대출 이자 부담을 직접적으로 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오라는 요구에 금융그룹 회장단이 머리를 맞댄 모습이다.
계속되는 강요에 못 이겨 상생지원책을 쏟아낸 은행권이지만, 이어지는 역대급 실적 탓(?)에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까지 정치금융의 외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회장단과 BNK·DGB·JB 등 3개 지방금융지주 회장단을 만나 상생금융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8개 금융지주사와 은행연합회는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발생한 이자 부담의 일부를 경감하는 방식을 검토하기로 했다. 은행 자회사와 추가 논의를 거쳐 국민들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세부적인 지원 규모 등을 결정해 최종안을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이들이 함께 상생안을 준비하는 이유는 최근 은행의 이자이익을 둘러싼 정치권의 비판이 커져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종노릇", "갑질", "독과점" 등 강경한 언어로 은행의 영업행위를 여러 차례 꾸짖었다. 이어 야당에서도 은행권 초과이익을 환수하자는 이른바 '횡재세' 법안을 발의하고 오는 21일 상임위에서 이를 논의할 예정이다.
앞으로 나올 금융사의 상생금융안이 '국민 눈높이', '국민 체감' 기준에 부합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치권과 여론을 이미 일부 금융사에서 나온 상생안이 눈높이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어서다. 앞서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자영업자와 금융취약계층을 상대로 1000억원 규모의 지원방안을 내놨지만 추가 상생금융 방안을 다시 고심 중이다.
구체적인 지원 규모나 세부 방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전 금융권에서 1조원 이상의 통큰 지원책이 나올 것이라 예상하는 이유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연달아 "차주가 체감할 수 있는 금리부담 완화 방안", "체감되는 상생금융 방안"을 각각 주문했다.
잇단 압박에 은행권은 지친 기색이다. 앞서 연초에도 은행권 '이자장사', '돈잔치' 비판이 거세지자 자체 서민·상생 지원안을 여러 차례 내놓은 바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전 은행권에서 사회공헌액도 다른 업권과 비교해 월등히 많은 수준임에도 부족하다고하면 더 이상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역할에 대해서 자괴감이 든다"며 "은행 팔을 비틀어 이익을 토해내게 하는 사례가 반복되면 주가 하락은 물론 은행의 건전성, 안정성을 해치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열심히 조달 금리를 낮추는 등 노력 끝에 실적이 잘 나와도 요새는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라며 "1000억원 상생금융 규모도 누군가에게는 적은 노력으로 비춰질 수 있어 고민이 많다"고 했다.
실제 은행권 사회공헌액은 연간 1조원을 넘는다. 은행연합회의 '2022 사회공헌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은행 및 관련기관 등 총 24곳의 사회공헌활동 총금액은 1조2380억원으로 전년 대비(1763억원) 16.6% 증가했다.
다만 올해에도 이자이익 증가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만큼 정부의 이자장사 비판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권의 올해 1~3분기 당기순이익은 19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2%나 늘었다. 이자이익만 44조2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8.9%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 원장은 지난 6일 "올해 은행권 이자 이익이 60조원으로, 역대 최고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이 반도체나 자동차만큼 다양한 혁신을 해서 60조원의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인지에 대해서는 은행 산업에 계신 분들도 현실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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