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로 판 키우는 콘텐츠들…숙제된 감수성 성장 [D:이슈]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3.09.24 09:48  수정 2023.09.24 09:49

웹툰 ‘참교육’, 인종차별적 단어 사용해 북미 서비스 중단

글로벌 출연자를 통해 스케일을 키우는 예능부터 해외 시장을 부지런히 겨냥 중인 웹툰까지. 국내 콘텐츠들의 무대가 확장됐다. 그러나 해외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문화적 감수성은 아직 갖추지 못해 빈축을 사는 사례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지난 15일 북미 플랫폼에서 ‘참교육’(영어명 'Get Schooled') 서비스를 중단했다. 국내에서는 최신화인 125화를 삭제하고 장기 휴재에 들어갔다.


ⓒ네이버웹툰 캡처

해당 회차에서 흑인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적인 단어가 사용돼 영어권 독자들의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아프리카계 혼혈 남학생을 학교폭력 가해자로, 한국인 학생들을 피해자로 그리는 과정에서 ‘깜둥이’, ‘원숭이’ 등의 인종차별 표현이 사용됐다. 일부 시청자들은 가해 학생은 못생긴 흑인 혼혈로 묘사한 점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이 회차는 국내에서 최근 미리보기로 유료 공개됐으며, 현지화 작업을 거쳐 두 달 뒤 북미에서 서비스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식 현지화 작업을 거치기 전 불법으로 유통된 번역본이 퍼지면서 해외에서 먼저 논란이 됐다. 내년 미국 증시 상장을 준비하는 등 부지런히 성장을 도모하고는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콘텐츠 관리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뼈아픈 지적을 받고 있다.


글로벌 출연자들을 섭외하며 판을 키운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즌2’(이하 ‘스우파2’) 또한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었다. 2회 방송이 끝난 후 3회 계급 미션을 예고하던 중, 마네퀸의 레드릭이 잼 리퍼블릭의 라트리스를 향해 “피지컬로 승부 하려고 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본 방송에서는 해당 발언이 등장하지 않았으나, 흑인에게는 차별적 발언이 될 수 있는 장면을 마치 하나의 갈등 상황처럼 보여준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북미에서도 서비스 중인 네이버웹툰은 물론, 다수의 영화, 드라마들이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해외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글로벌 출연자들을 섭외해 차별화를 시도하는 콘텐츠들도 늘고 있다. ‘스우파2’가 이번 시즌2에서는 해외 유명 댄서들을 섭외해 한층 치열한 경쟁을 보여주는 것을 차별점으로 내세웠으며,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돌싱글즈4’는 미국 출신 돌싱 남녀 10인들의 이야기로 전 시즌과 다른 재미를 선사 중이다. 시즌3로 돌아온 ‘강철부대’에도 미국 특수부대가 합류해 활약하고 있다.


이렇듯 ‘글로벌 시장’이 콘텐츠의 중요한 돌파구가 되는 상황에서, 여전히 성장하지 못하는 창작자들의 문화적 감수성에 시청자들의 실망감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7월 JTBC 드라마 ‘킹더랜드’가 아랍 왕자 캐릭터를 왜곡되게 표현해 아랍 문화권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고 사과하는 등 이미 일부 드라마들의 미숙한 표현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던 만큼, 문제를 반복하는 것에 더욱 반감이 이어지기도 한다.


물론 해당 콘텐츠들이 전개상의 과정에서 해당 발언을 활용했을 뿐, 해당 발언 자체를 옹호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해외 시청자들이 국내 콘텐츠를 주목하고, 나아가 그 주목도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예민하게 그들의 기준에 발을 맞추는 자세가 필요해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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