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만에 다시 찾은 방사능 검사 현장
정부, ‘신속 검사’ 도입해 검사 공백 메워
‘30년 방류’…조사 요원 과부하 우려도
조사 방법, 장기적 대응 맞춰 재설계 필요
수산물 방사능 물질 신속검사를 담당하는 대한수산질병관리사회 관계자들이 지난 15일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생선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지난 2월에 이어 7개월 만에 다시 부산공동어시장을 찾았다. 그때보다 2시간 이른 새벽 3시. 어시장 내부는 예전만큼 많은 사람이 오가진 않았다. 그래도 배에서 내린 생선을 정리하는 사람들 손놀림은 여전히 분주했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취재진을 안내한 사람이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소속 연구원이 아니라 대한수산질병관리사회 소속 검사 요원이라는 사실이다.
20여 매체에서 나온 30여 명의 취재진은 이대욱 검사 요원을 따라 시장 이곳저곳을 누볐다. 새벽 2시 30분에서 3시 사이 매일 이곳을 찾는 검사 요원들은 삼치와 고등어, 갈치를 종류별로 몇 마리씩 비닐에 나눠 담아 이를 다시 플라스틱 보랭 상자(아이스박스)에 보관했다.
생선 선별 작업에 속도를 높이던 부산항운노조 어류지회 조합원, 이른바 ‘부녀반’이라 불리는 작업자들은 검사 요원이 이곳저곳 누비고 다녀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매일 반복하는 일이다 보니 누구도 검사 요원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날은 4척의 어선이 제주와 서해에서 잡은 생선을 대상으로 시료를 채취했다. 애초에는 고등어와 오징어, 삼치를 시료 채취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오징어 배가 없어 갈치를 대신 조사했다.
시료 채취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익숙한 듯 빠른 손놀림으로 검사 요원들은 대상 어종을 담아 곧장 연구실로 이송했다. 전체 과정이 30~40분 안에 모두 이뤄졌다.
검사실로 옮겨진 생산은 요오드와 세슘 등을 검사한다. 감마핵종분석기 등을 통해 방사성 물질 유무와 농도를 살핀다. 세슘 경우 1㎏당 1Bq(베크렐) 이상 검출된 경우 스트론튬과 플루토늄에 관한 검사도 이뤄진다.
‘신속 검사’를 통해 보통 1시간 정도면 방사능 검사 결과를 도출한다. 실제 이날 채취한 시료는 새벽 3시 39분 연구실에 도착했고, 방사능 검사 결과는 4시 51분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부산지원과 취재진에 전달됐다. 고등어와 갈치, 삼치 모두에서 방사능은 검출되지 않았다.
대한수산질병관리사회에서 채취한 수산물을 밀봉한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5시간 검사 공백 민간 인력으로 보충
정부가 민간 기관에 위탁해 수산물 신속 검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달 21일부터다. 민간 위탁검사를 도입한 이유는 기존 검사 과정에서 생기는 ‘빈틈’ 때문이다.
지난 2월에 취재진이 처음 현장을 방문했을 때는 오전 5~6시 시료를 채취해 연구원들이 출근하는 9시 이후 방사능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에만 3시간가량 걸리다 보니 결과는 오전 11시께 나왔다.
문제는 오전 6시에 부산공동어시장에서는 수산물 경매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아직 검사 결과가 나오려면 5시간이나 남았는데, 경매에서 낙찰받은 수산물은 전국 각지로 흩어져 버린 상황이 된다.
만에 하나 수산물에서 방사능 수치가 기준 이상 검출되더라도 사실상 손쓸 방법이 없다. 수산물이력제에 따라 유통 과정을 추적하더라도 최종 소비자까지 이어지기 힘들다. 최종 소비자가 이미 수산물을 섭취했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 취재에서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자 해양수산부 등은 민간 연구 인력을 동원해 문제점 보완에 나섰다. 지난달 시료를 검사 장비에 넣으면 1800초 이후 결과가 나오는 신속 검사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한 달 남짓 기간에 약 1100건 정도를 신속으로 처리했다. 검사 결과는 모두 적합이었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식품은 기준과 규격에 따라 (방사능) 검사를 하는 데 그 시간이 보통 1만 초”라며 “그런데 1만 초 동안 검사를 하면 시장에서 수산물을 출하하는 시간을 도저히 맞출 수 없어 신속검사법을 도입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1800초 동안 이뤄지는 신속 검사나 1만 초 동안 진행하는 일반 검사나 결과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검사 결괏값의 구체성은 다르지만, 신속 검사 역시 방사능 허용 기준의 100배 높은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안전성을 가리는 데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는 설명이다.
해양 방사능 조사도 비슷하다. 해양환경공단에서 진행하는 해양 방사능 긴급 조사는 국내 5개 해역 75개 정점(조사 지점)에서 지난 7월 24일부터 해오고 있다. 정기조사와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까지 포함하면 모두 200개 지점에서 해양 방사능 조사가 이뤄진다.
국립수산과학원 검사원이 지난 14일 부산 인근 조사 정점에서 해수를 채취하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연구진 과부하 해소 방안 고민해야
정부가 민간 힘까지 빌려 수산물 방사능 검사의 ‘빈틈’을 메웠지만, 과제도 남아 있다. 일본이 앞으로 최소 30년 이상 오염수를 방류할 계획인 만큼 언제까지 수산물 검사를 계속하느냐가 고민이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국민이 안심할 때까지 신속검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당연한 발언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이미 적지 않은 피로도가 쌓이고 있다.
수산물 방사능 조사는 2011년 353건을 시작으로 꾸준히 늘어 지난해에는 5441건을 진행했다. 올해는 8월 기준 6693건에 달한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은 올해 8000건의 방사능 검사를 예상한다. 365일 쉬지 않고 하루 22건 검사해야 하는 수치다.
신속 검사만 하더라도 불과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1100건이 넘었다. 정밀검사를 맡은 공공 연구기관은 물론 신속 검사를 책임지는 민간에서도 과부하가 우려된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오염수 방류 후 검사량이 크게 늘었고, 쉬는 날 없이 검사하다 보니 장비와 예산을 늘려도 연구원들에 가해지는 부담이 상당한 게 사실”이라며 “오염수 방류가 30년이란 긴 세월에 걸쳐 진행되는 만큼 지금과 같은 스케줄을 무작정 이어가기는 힘들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최소 내년까지는 현재 수준을 이어가거나 오히려 검사량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은 연구진도 각오하고 있다”며 “다만 오랜 시간 계속해야 하는 문제인 만큼 (방사능) 검사 방법에 대해서도 장기적으로 대응할 방안을 지금부터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4일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오른쪽)이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로부터 해양 방사능 검사 장비에 관해 설명을 듣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