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냐, 정년연장이냐"…현대차 노조 '세대갈등'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3.08.30 11:31  수정 2023.08.30 11:31

고령 생산직 위주 노조 집행부 "정년연장 최우선"

MZ세대 사무‧연구직 "어린세대 안중에도 없는 노조" 불만 토로

현대자동차 노사가 6월 13일 울산공장 본관에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위한 상견례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서 난항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생산직 위주의 장기근속 근로자들과 상대적으로 연령이 낮은 사무‧연구직 근로자들간 입장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교섭 테이블에서는 수적으로 다수인 생산직 근로자들의 요구사항 위주로 논의되지만, 사측으로서는 핵심인재 이탈을 막는 게 급선무라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 사무‧연구직들이 모인 오픈채팅방에는 노조 집행부의 노선에 반발하는 의견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노조 집행부가 쟁의권을 확보하고 파업을 무기로 강경한 모습을 보이는 데는 동조하면서도 최대 쟁점으로 정년 연장을 밀어붙이는 부분에 대해서는 불만이 크다.


한 사무직 직원은 “하다못해 정치인들도 겉으로는 ‘청년 청년’거리는데 노조(집행부)는 정년 정년 앵무새처럼 나불거리고 어린세대들은 안중에도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연구직 직원은 교섭 타결이 지연되는 배경에 대해 “되도 않는 정년연장(을 요구하며) 억지 부리고 있으니 협상이 제대로 될리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밖에 ‘사측이 정년연장을 수용하는 대신 성과급을 축소하는 게 아니냐’, ‘25% 평생할인(자사 차량 구매시) 이런 요구사항 때문에 성과급을 제대로 받지 못할 걸 생각하면 화가 난다’는 등의 의견도 있었다.


노조 집행부가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내놓은 요구안은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주식 포함)의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각종 수당 인상, 만 60세인 정년을 최장 만 64세로 연장 등이다.


집행부는 이 중에서 정년연장을 최우선 요구사항으로 꼽고 있다. 노조가 지난 4월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은 66.9%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의제로 정년연장을 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조 집행부는 물론, 조합원 상당수가 근속연수가 긴 생산직인 관계로 사무‧연구직 위주의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50대 생산직 근로자에겐 당장 정년을 1년이라도 늘리는 게 시급하지만, 정년까지 한참 남은 데다 이직 기회도 많은 30대 사무‧연구직 근로자는 당장의 성과급 액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현대차그룹 사무‧연구직은 매니저(옛 대리, 직원)급은 노조 가입이 가능하며, 노조원이 아니더라도 노조의 협상결과가 전 직원 처우에 반영된다.


근로자들의 세대, 직군별 입장 차이는 사측으로서도 이중의 부담이다. 교섭 타결을 이끌기 위해서는 수적으로 다수인 생산직 근로자들을 설득하는 게 우선이지만, 핵심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려면 사무‧연구직군의 불만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가뜩이나 기업들이 연구개발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인 데다, 현대차는 지난 몇 년간 사무‧연구직 인력 이탈로 홍역을 앓아왔다.


생산직 근로자들이 요구하는 정년연장의 경우 전기차 전환에 따른 인력 수요 감소 추세 속에서 임금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도 않은 사안을 개별 기업이 먼저 치고 나가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사무‧연구직이 우선시하는 성과급도 사측과 근로자들이 생각하는 적정선에서 이견이 크다. 노조 요구안대로 지난해 순이익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려면 무려 2조4000억원을 풀어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생산직의 고령화와 전기차 전환,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 상향, 연구개발 인력난 등 여러 요인들이 맞물려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탈피하는 과도기에 처한 현대차로서는 노사 갈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업종 대표기업으로서 현명한 선례를 남기려면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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