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당국 불호령에 '50년 주담대' 두고 '속앓이'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입력 2023.08.22 06:00  수정 2023.08.22 08:51

5대銀서 한 달 새 1조 신규 취급

정부, 연령 제한 검토·DSR 점검

5대 은행 간판.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최근 가계부채 증가 주범으로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을 지목하면서 은행들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차주 부담을 완화하라는 정부 방침에 따라 만기를 늘렸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어서다. NH농협은행이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나머지 은행들에게도 부담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번 달 10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농협은행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취급액은 1조2379억원으로 집계됐다. 주요 은행들이 대부분 지난 달 중순부터 해당 상품을 내놨음을 감안하면, 한 달여 만에 1조원이 넘는 관련 대출이 실행됐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8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담대가 820조8000억원으로 전달보다 6조원 늘어난 영향이 컸다.


최근 금융당국은 이같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50년 만기 주담대 때문이라고 보고있다. 현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연간 소득 대비 갚아야 하는 대출 원리금 비율이 40%를 넘지 못하게 하고 있는데 주담대 만기가 늘수록 연간 원리금이 줄어 대출을 더 받을 수 있게 되서다.


금융위원회는 50년 만기 주담대를 취급하는 은행들의 DSR 심사 적격성 들을 점검하고 차주 연령 제한 등의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도 지난 17일 국내 17개 은행 은행장들을 소집해 내부통제와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하지만 50년 주담대 상품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DSR 규제 완화의 대안으로 추진된 정책 방향이다. 지난해 6월 금융위원회는 금리상승기 취약차주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 초장기 정책모기지를 도입하자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후 주택금융공사는 50년 만기 보금자리론을, 올 1월 출범한 특례보금자리론에서도 50년 만기 상품을 내놓았다.


은행권도 정부 정책 취지에 따른 것이라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방침에 호응해 50년 만기 주담대를 내놓았을 뿐인데 문제 원인 제공자가 됐다는 설명이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초 5대 은행 중 가장 먼저 50년 만기 주담대 채움고정금리모기지론를 출시했지만, 이달 말 판매를 종료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애초 상품을 2조원 한도 특판으로 기획했다"며 "주담대가 가계부채 영향을 주다보니 어떤 상품이든 물량을 조절하는데, 이번 상품은 한도가 다 차면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이다.


농협은행이 판매 중단을 선언하자 나머지 시중은행도 난감한 입장이 됐다. 은행들의 경우 아직까지 판매 중단 계획은 없지만앞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달 7일, 국민은행이 같은 달 14일, 신한은행이 26일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뒤이어 카카오뱅크가 이달 10일, BNK부산은행이 11일, 우리은행이 13일 상품을 내놨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특례보금자리론 자격과 평균 수명 등을 고려해 50년 주담대를 출시했다며, 한도는 정해진바 없으나 향후 당국 가이드에 맞춰 상품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아직 연령 제한이나 판매 중단 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나면 이에 따라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이 지난해 금융당국의 '이자장사' 비판에 금리를 꾸준히 인하한 측면도 오히려 가계부채 증가세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5대 은행이 6월 중 새로 취급한 주담대 평균 금리는 4.45%로 1월(4.99%)보다 0.54%포인트 낮아졌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낮춘 금리에,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집값 바닥론이 확산하며 '지금 사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과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부동산 시장 침체를 막기 위해 규제를 풀어준 데다 지금 주담대 금리가 낮은 편은 아니지만 지난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매수세를 이끌었다"며 "기준금리도 정점이라는 인식에 앞으로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와 합쳐 대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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