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사무총장 “지구 들끓는 시대 시작”
극한기후에 전쟁까지 수출 불안 고조
슈퍼 엘니뇨 전세계 피해 4481조원
“수입국 韓, 식량자급률 높여야”
국립대구과학관 실내 전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기후위기 중 엘니뇨현상을 나타내는 SOS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구가 더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달 올여름 역대급 장마가 끝나자 폭염이 찾아왔다. 올 하반기 폭염과 폭우를 동반한 ‘슈퍼 엘니뇨’ 발생 가능성이 커지면서 식량 인플레이션이 한층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은 역대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될 것이라고 세계기상기구(WMO)가 전망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7월 27일(현지시간) “지구 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지구가 들끓는 시대(Era of global boiling)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앞서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올해 7월 1일부터 15일까지 세계 평균 기온은 1940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 C3S는 “지난달 역시 관측 이래 가장 더운 6월이었다”며 “세계 평균 기온이 1991∼2020년 6월 평균치보다 0.53도 더 높았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기후위기 속에 슈퍼 엘니뇨로 농산물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남미 지역 피해 규모가 3000억 달러(약 384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 높은 상황이 5개월 이상 계속하는 현상을 말한다. 또 엘니뇨 감시구역 수온이 평년보다 1.5℃, 2.0℃ 이상 차이가 생기면 ‘강한 엘니뇨’와 ‘슈퍼 엘니뇨’로 나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1일 저스틴 맨킨 미국 다트머스대 지리학과 교수와 크리스토퍼 캘러헌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올해 발생한 엘니뇨로 세계 경제 손실액이 3조5000억 달러(약 4481조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체 피해액 가운데 약 8%(3000억 달러)가 남미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 국가들 기간산업인 농어업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최근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 중단을 선언하면서 국제곡물가격이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지난달 31일 시카고 선물거래소(CBOT)에 따르면 지난해 러·우 전쟁으로 인한 곡물 공급 차질과 미국 등 주산지 가뭄 등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상승했다.
러시아가 지난 7월 17일 흑해곡물협정 파기를 알린 이후 국제 곡물 가격은 불안정세를 보였다.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주요 수출항로인 흑해가 봉쇄됐다가 지난해 7월 협정이 체결된 뒤 3차에 걸쳐 연장됐으나 4차 협상에서 연장이 중단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5일 흑해곡물협정 파기로 전세계 곡물가격이 10~15%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IMF는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탈퇴로 우크라이나산 곡물에 크게 의존하는 북아프리카와 중동, 남아시아 등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일상화된 기후위기로 한국도 안전지대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식량 안보 위기를 대비하기 위해 범정부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국제 곡물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부정과 긍정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며 “특히 수입선 대체가 어려운 품종의 경우 공급 차질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중장기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던 우크라이나 곡물 사태가 다시 변수로 등장하고 있어 해결되지 않으면 물가 파동이 커질 수 있어 하반기 물가 상승 우려도 제기된다”며 “전쟁이 이어질 경우 국내 식품업계에 미칠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식량안보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인식 개선을 위해 미국 등 선진국들처럼 어린 시절부터 식량과 농업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대규모 수입국인 우리나라는 글로벌 식량위기가 발생할 경우 구조적으로 매우 취약해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현실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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