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가 2030엑스포 유치에 공격적인 이유 [기자수첩-국제]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입력 2023.06.27 07:00  수정 2023.06.27 07:00

사우디, 2030년 엑스포 자금 약 10조원 할당

2030엑스포 유치 위해 韓·伊·사우디 3파전

佛 마크롱, 伊 대신 사우디 지지 택해

사우디, 외국인 노동자·여성 인권문제 제기될수도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이시레물리노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공식 리셉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한국 부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가 3파전으로 겨루고 있다.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투표로 주최국을 선정하는 세계박람회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이벤트로 꼽힌다. 특히 이번 2030엑스포는 5년마다 열리는 등록엑스포로 인정엑스포보다 주제와 규모가 훨씬 넓고 기간도 최장 6개월에 이른다. 등록엑스포는 대규모 종합박람회로 인류의 발전에 관련된 모든 주제를 다룰 수 있어 다양한 분야의 전시가 가능하며 전시의 규모도 무제한이다.


한국을 비롯한 참가국들이 화려한 홍보전략을 펼치는 이유는 엑스포가 가져올 내외 경제적 파급효과와 국가 브랜드 향상에 있겠다. 엑스포 부지 개발을 위한 각종 인프라 구축, 일자리 창출, 교통망을 확충하는 등 국내경제 활성화와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른 다양한 국제 교류 및 국제 교역의 촉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2030 엑스포 개최지는 올해 11월 말 BIE총회에서 179개 회원국의 비밀투표로 최종 선정된다. 다만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즉 과반이상을 득표한 국가가 없으면 상위 2개국끼리 결선투표를 하게 된다.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결선투표에서 대결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결선투표에서 이탈리아를 지지하던 유럽 국가들의 표를 흡수해 역전승을 노리겠다는 것이 한국의 전략이다.


하지만 공격적인 홍보전략을 펼치고 있는 사우디를 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2030년 엑스포 자금에 78억 달러(약 10조 원)를 할당했다. 오일머니를 앞세운 전략에는 ‘미스터에브리띵’으로 통하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내막에 있다. 여기에 그는 엑스포 유치를 위해 179개 회원국 대표단 등 국가 정상과 고위 관리들을 직접 만나며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빈살만 왕세자에게 2030 엑스포 유치는 자신이 추진해 온 사우디의 개혁·개방 성과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다. 빈살만 왕세자는 왕정 실권을 장악하며 정권 확장을 위해 여성의 자동차 운전 허용, 취업 장려 등 개혁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는 모두 빈살만 왕세가 주도의 국가 중장기 발전 프로젝트인 ‘비전 2030’에 속한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현재까지 아프리카 대륙의 대다수 국가들과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원국 등 이미 BIE 회원국 중 60개국 이상이 사우디 지지를 표명했다. 이 가운데 프랑스, 튀르키예, 중국도 포함돼 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프랑스를 공식 방문했을 당시 2030 엑스포 유치 경쟁에서 사우디를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BIE 본부가 있는 프랑스는 BIE에서의 입김도 세다. 특히 유럽연합(EU)과 주요 7개국(G7)에서 공동협력해온 이웃 이탈리아 대신 사우디 지지를 공개 선언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여기에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왕세자와 사우디 정부를 '암살 배후'로 지목한 미국과의 관계에서 악화일로를 걷던 사우디의 틈새를 파고든 중국도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12월 사우디를 방문해 인프라 협력 등을 비롯해 석유 및 가스 수입에 대한 위안화 결제를 추진 등을 약속했다.


역사와 종교 분쟁으로 앙숙인 이스라엘도 사우디에 나섰다. 사우디와의 외교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다. 이스라엘은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중재로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수단 등 아랍권 4개국과 '아브라함 협약'을 맺고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다만 화려한 사우디의 유치공세에도 불구하고 사우디가 가진 고질적인 문제인 여성과 외국인 노동자 등 인권문제가 더욱 부각됨에 따라 결선투표에서 한국에게 역전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논란이 제기되며 여러 인권단체의 반대시위와 일부 정부인사들의 비판적인 시각이 뒤따를 수 있겠다.


카타르도 2022 월드컵 유치 당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로 논란을 불러왔다. 여기에 카타르가 월드컵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들에게 뇌물을 살포했다는 보도가 지속되며 개최지 재선정이라는 논란까지 일었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면접은 까보기 전까지 모른다는 '면까몰'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한국의 엑스포 유치도 투표함을 열기 전까지 모르는 '투까몰'일터다. 오히려 악화한 사우디와 미국관계, 사우디의 인권문제 부각 등에서 어부지리로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제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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