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위한 몸부림…헌집 줄이고 새 집 짓는 제조업계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입력 2023.06.24 06:00  수정 2023.06.24 09:05

제조업계, 업계 불황에 기존 주력 사업 축소

애물단지 돼버린 석화사업…LG화학, 구조조정 단행

'철강 맏형' 포스코, 최근 배터리 소재 사업 힘줘

(노란색 우측 맨앞부터 순서대로)LG화학 여수CNT1,2,3공장 전경 ⓒLG화학

전통적인 굴뚝 산업 기업들이 미래 생존을 위해 체질 개선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움직임은 흔한 일이었지만, 경기 불황 장기화로 기존 주력 사업이 크게 흔들리면서 신사업 육성을 더욱 서두를 수밖에 없게 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구조적인 체질 개선을 하겠다며, 석유화학 사업의 구조조정을 암시했다.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사업이 부진해진 데 따른 결정이다.


LG그룹의 모태사업이자 한때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던 LG화학의 석화사업은 이제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렸다. 사이클 등락을 반복하는 산업 특성상 올해 불황이 예측되긴 했지만, 그 여파가 생각보다 극심하게 나타난 것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 흐름은 불안정해지고 수요는 크게 위축됐다.


여기에 나프타분해설비(NCC) 신증설에 나선 중국으로 공급 과잉 현상이 발생해 부담은 더욱 가중됐다. 노국래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은 지난 19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중국 기업들의 정유·석유화학 일체형 콤플렉스 신증설 러시는 우리를 한계 상황으로 내몰고, 판매가격이 변동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해 공장을 가동할 수 없는 제품(사업)이 늘어나고 있다”며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 석화 사업 비중은 점차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장기 가동 중지, 사업 철수, 트레이딩 에셋화(지분 매각, 조인트벤처 설립) 등을 통해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이에 따른 인력 재배치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와 반대로 3대 신성장 사업인 배터리, 친환경 소재, 신약 등에 대한 투자는 본격화될 예정이다. 특히 배터리 사업 매출을 현재보다 6배 이상 키워 주력사업을 석유화학에서 전지소재 사업으로 바꾼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석화 사업 특성이 잘 벌 땐 잘 벌고, 못 벌면 다 같이 못 버는 구조”라며 “몇 년 주기로 사이클이 돌아가 당연히 지난해부터 올해 상황이 좋지 못할 것이 예견됐지만, 이렇게 까지 심각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23일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2열연공장 복구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포스코

다른 산업군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꺾인 철강 업황은 여전히 회복이 더디다. 이에 철강업계 맏형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비상경영을 선포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김학동 부회장은 비상경영TF를 꾸려 비상경영체제에 강화했다. 그는 당시 임직원들에게 1000원의 비용이라도 절감하는 방안을 찾아내자며,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하자고 전했다.


결국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필수가 된 포스코도 ‘철강색’이 점점 옅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철강 사업보다도 배터리 소재 사업에 더 친숙한 기업이 된 모습이다. 배터리소재 사업에 대한 투자는 최근 그 어느때보다 공격적이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핵심 재료 수산화리튬 국산화에 첫 발을 떼고, 양극재 핵심 소재 니켈과 전구체도 만들겠다며 나섰다. 이를 위해 투입된 금액만 해도 각각 5750억원, 7500억원이다.


이미 체질 개선의 효과를 보여 준 기업도 있다. 기업 생사가 왔다 갔다 할 정도로 큰 위기를 겪었던 두산은 최근 들어 노력의 결실을 맛보고 있다.


채권단 관리 체제에 있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두산은 올해 1분기 338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전년 대비 81.6% 급증한 수치다. 미래만 보고 투자했던 두산에너빌리티의성장 덕분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1분기 영업이익 853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대비 19%, 전 분기 대비 373.9% 급증한 수치다. 신한울3·〮4 호기 등 대형원전 사업 재개 및 소형모듈원전(SMR) 수주 본격화 등이 실적을 견인했다.


충분한 실탄 확보와 함께 두산의 신사업 투자 확대도 이제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두산밥캣 지분 500만 주를 매각하며, 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 자금은 소형모듈원전(SMR), 수소터빈, 그린수소 생산 등 두산의 미래 사업에 재투자 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불황을 겪는 기존 사업 비중을 인위적으로 축소한다기 보단,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사업의 비중이 커진다고 보면 된다”며 “글로벌 경기가 워낙 좋지 못하니 자연스러운 수순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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