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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계, 위기와 기회①] ‘여전히’ 애니메이션만 잘 팔린다


입력 2023.06.09 11:17 수정 2023.06.09 11:17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지난해, 10억엔 이상 흥행 올린 영화 1위 '원피스 필름레드'

“일본 애니메이션이 잘나가고 있는 현상에 대해 마음이 쓰이는 면이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가장 뛰어나다’란 말을 듣는데 실사영화를 만드는 저로서는 굴욕적이다. 일본이 애니메이션을 잘 만드는 건 맞지만, 젊은이들에게 다정하게 말을 거는 영화의 명맥이 끊어지고 있는 건 아닌가란 생각을 해본다.”


지난 2월 '궁지에 몰린 쥐는 치즈 꿈을 꾼다'의 한국 개봉을 앞두고 만난 유키사다 아사오 감독에게 당시 국내에서 흥행 중이던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열기를 전하자 돌아온 답이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한국 관객들의 높은 친밀감이 일본 감독들에게도 격려와 자부심을 느끼는 요소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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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니'로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았던 마츠모토 유사쿠 감독 역시 한국에서의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열풍을 알고 있었고 “감독으로서 ‘러브레터’ 이후 이렇다 할 일본의 실사 영화 히트가 없었다는 게 오히려 위기로 느껴진다”라고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과 비슷한 맥락의 말을 인터뷰 때 털어놓았다.


올해 상반기 국내 극장가 흥행 키워드는 일본 애니메이션이었다. 1월 4일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19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으며. 개봉 61일째 누적 384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일본 영화 흥행 순위 1위에 올랐다. 개봉한 지 5개월이 지난 현재도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개봉 중이며 현재 누적 관객 수는 459만 868명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갱신한 기록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이 바로 갱신했다. 3월 8일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은 누적 관객 수 551만 8445명을 기록하며, 국내 개봉 일본 영화 흥행 1위, 2023년 개봉작 중 첫 번째 500만 관객 돌파, 역대 국내 개봉 전체 애니메이션 영화 흥행 3위, 역대 국내 전체 개봉작 중 흥행 스코어 TOP 100에 진입했다.


1분기 한국 영화의 극장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이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였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일본에서 922만 명, '스즈메의 문단속'은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오랜 시간 일본은 애니메이션 강국으로 일본 역대 영화 흥행 수익 랭킹 1위는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며 TOP10 안에 '첸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너의 이름은', '원령공주', '원피스 필름 레드', '하울의 움직이는 성' 6편이 애니메이션이다.


지난해도 10억 엔 이상의 흥행 수익을 올린 일본 영화는 '원피스 필름레드', '극장판 주술 회전', '스즈메의 문단속, '명탐정 코난 할로윈의 신부', '킹덤2: 아득한 대지로', '신 울트라맨', '99.9 형사 변호사 더 무비', '남은 인생 10년' '갈릴레오 침묵의 퍼레이드' 순으로, 애니메이션이 실사 영화보다 상위권을 유지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긴 시간 전 세계에서 인정과 사랑 받아온 반면, 극 영화가 애니메이션을 뛰어넘는 결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로는 일본 영화가 내수용에 그친다는 것으로 지목돼 온다.


한 일본 영화 관계자는 "일본 영화는 흥행적으로 애니메이션만큼 큰 반응을 얻은 적이 없다. 일본 관객들의 눈에 들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기본적이기 때문에 참신한 이야기와 도전보다는 안정적인 기획과 톱스타 기용을 우선적으로 한다. 흥행한 애니메이션의 IP는 시간이 지나도 스테디셀러다. 실사 영화가 자주 이뤄지고 있는데,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의 굿즈 개념으로 여겨지는 인식이 있다"라며 "일본 영화의 외면은 글로벌 OTT가 영향력이 커지면서 더 짙어진 느낌이다. 다이내믹하고 완성도 높은 다른 나라의 작품을 쉽게 볼 수 있게 되면서 일본 영화를 상대적으로 지루하게 느끼고 있다"라고 전했다.


영화 '신문기자', '남은 인생 10년', 넷플릭스 일본 오리지널 '신문기자', '야쿠자의 가족', '아발란치' 등을 만든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내가 넷플릭스 '신문기자'를 찍고 있을 때 미국의 넷플릭스에서는 '퀸즈 갬블'을 만들고 있었다. 시나리오는 지고 있지 않았다. 연출, 배우의 연기, 카메라 워크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러나 미술이나 스케일에서는 분하다고 생각하는 게 많았다. 그 안에는 자본의 차이가 있었다. 예산의 제약이 있으면 아무래도 기획 단계에서 묶여버린다"라며 "한국과도 퀄리티의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스튜디오드래곤의 이야기를 들으면 제작 환경 뿐만 아니라 경쟁의식의 차이도 있었다. 회사의 수백 명이 기획 하나를 통과시키기 위해 고조돼 있는 환경이 존경스러웠다. 게다가 시선이 밖을 향하고 있다. 일본은 세계에 눈을 돌리고 있는 콘텐츠 스튜디오는 적게 느껴진다. 국내 수익에 열을 올린다"라고 지적했다.


마츠모토 유사쿠 감독은 "현시점에서 일본 영화계는 밝지 않을지도 모른다. 최근에도 토호 시네마즈가 영화 요금 인상을 발표했다. 점점 관객이 오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지방의 미니 극장도 폐관시키고 있다. 다만, 일본 영화는 훌륭한 작품이 많이 있다. 제가 생각하는 문제점은 그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르면 관객이 극장에 오지 않는다. 일본 영화가 재미있다는 걸 관객들도 알 필요가 있고, 우리도 그 노력을 더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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