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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 달성’ 김은중호, 골짜기에서 쏘아 올린 새 희망


입력 2023.06.09 08:13 수정 2023.06.09 08:49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거친 플레이 일삼은 이탈리아에 1-2 석패..결승행 좌절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대회 전 목표 16강 이상 성과

골짜기 세대가 만들어낸 위업, 지속 가능하게 키워야

ⓒKFA ⓒKFA

대한민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이하 김은중호)의 무패 행진은 이탈리아 앞에서 막혔다.


김은중호는 9일 오전 6시(한국시각) 아르헨티나 라플라타의 에스타디오 시우다드 데 라 플라타에서 펼쳐진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아르헨티나 U-20 월드컵’ 4강전에서 전반 선제골을 내주고도 이승원(강원FC) PK골로 1-1 동점을 만들었지만, 후반 종반 프리킥을 허용하며 1-2 패했다.


이탈리아전 패배로 2회 연속 결승 진출의 꿈은 무산됐다. 3·4위 결정전으로 향하는 대표팀은 오는 12일 우루과이에 0-1로 진 이스라엘과 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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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도 한국 대표팀은 ‘강호’ 이탈리아를 상대로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경기가 안 풀리자 이탈리아는 거친 플레이를 반복했다. 유니폼을 강하게 잡아당기는 것은 물론이고 팔꿈치 가격 등 거친 플레이를 일삼았다. 하지만 주심은 이탈리아의 위험지역에서는 철저하게 휘슬을 아꼈다.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판정 잣대에 김은중 감독이나 선수들, 축구팬들도 가슴을 쳤지만 경기는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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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졌지만 누구도 김은중호를 탓하지 않는다. 이미 기적을 일궜기 때문이다.


기적이라는 의미에 다 담기 어려울 만큼 김은중호는 대한민국 축구사에 길이길이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수원FC)-백승호(전북)-이강인(마요르카)가 같은 스타 플레이어가 없었던 김은중호는 대회 개막 직전까지도 소외됐던 대표팀이다. 확실하게 에이스라고 지목할 만한 선수도 없었고, 소속팀에서 주전급으로 활약하는 선수도 찾기 어려웠다. 대회를 앞두고 김은중 감독이 “(대표팀 선수들인데)실전 경험 부족이 걱정된다”고 말할 정도다. 이쯤 되니 U-20 대표팀은 ‘골짜기 세대’로 불리며 관심에서 멀어졌다.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나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할 에이스 없이 출발한 김은중호는 골짜기에서 희망을 쏘아 올렸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프랑스를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이목을 끌어당긴 김은중호는 온두라스, 감비아와 무승부를 이루며 F조 2위로 16강에 안착했다.


16강에서 에콰도르를 밀어내고 8강에 오르며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8강에서는 조별리그에서 이탈리아를 누른데 이어 16강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마저 꺾은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연장 120분 접전 끝에 승리했다. 주심의 이해할 수 없는 ‘저질 판정’이라는 악재 속에도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집중력을 잃지 않고 기어코 4강 티켓을 손에 넣었다.


공격도 화려하지 않았다. 매 경기 점유율에서 절대 열세였다. 프랑스전(2-1 승)만 해도 슈팅 숫자만 놓고 보면 3배 가까이 뒤졌다. 감출 수 없는 개인 기량 차이로 인해 끌려 다닐 수밖에 없었지만, 결과에서는 지지 않았다. 끈끈한 조직력을 앞세워 협력 수비로 상대의 결정적 공격을 차단했고, 치명적 위기에 놓였을 때는 몸을 아끼지 않는 희생과 헌신으로 막아냈다. 그리고 주무기가 된 ‘선 수비 후 역습’ 전략과 높은 집중력으로 세트피스에서 날카로운 한 방을 찌르며 결과를 가져왔다. 4강에 오른팀 가운데 ‘무패팀’은 한국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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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기간 내내 등번호 ‘18’의 유니폼을 걸어놓고, 부상으로 이탈한 박승호(인천 유나이티드)를 떠올리며 하나로 뭉쳤다. 조별리그 온두라스전에서 동점골을 터뜨린 뒤 발목 골절로 인해 대표팀을 떠나야했던 박승호의 아픔을 기억하며 더 똘똘 뭉쳤다.


‘골짜기 세대’로 소외됐던 이번 U-20 월드컵 축구대표팀은 이제 한국 축구의 미래로 거듭났다. 기적 같은 성과를 타고 어린 선수들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축구계는 물론 축구팬들의 관심도 식지 않아야 한다. 오전 5시부터 시작했던 거리응원의 열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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