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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보수투사'에서 '행정가'로…'강원특별법' 승부수 통했다 [도정점검-지방선거 1주년 ⑥]


입력 2023.05.29 05:00 수정 2023.05.29 08:08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새로운 강원 시대' 위해 국회 문턱 닳도록 오가며 총력전

리더십으로 153만 도민 50년 숙원, 109일 만에 통과시켜

강원 최초 '국비 9조원 시대' 열기도…고강도 재정혁신도

반도체·바이오헬스 등 '미래산업 글로벌 도시' 조성 시동

김진태 강원도지사 ⓒ데일리안 김진태 강원도지사 ⓒ데일리안

지난 25일 오후 국회가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및 미래산업 글로벌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을 재석의원 238명 중 찬성 171명, 반대 25명, 기권 42명으로 최종 가결 처리했다. 같은 시각 서울 강원도민회관에서 대형 모니터로 도민들과 함께 이를 지켜본 김진태 강원지사는 '강원특별자치시대, 이제 진짜 시작!'이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김 지사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강원도가 맘껏 성장할 수 있도록 판이 열렸다"고 말했다.


강원특별법은 강원특별자치도에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해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하고, 규제 혁신을 통한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환경자원의 효율적인 관리를 통해 미래산업글로벌도시를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통해 강원도는 △환경영향평가 권한 △산림이용진흥지구 지정 및 산지전용허가 권한 △농촌활력촉진지구 지정을 통한 농업진흥지역 해제 권한 △군사보호구역 조정 건의 및 규제자유화 등의 막강한 권한을 확보했다.


153만 도민(행정안전부 인구통계 올해 2월 기준)의 50년 숙원이 담겨 있는 강원특별법은 올해 2월 6일 국회에 제출(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돼 109일 만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본회의에서 가결되기까지 통상 1년여 정도 걸린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강원특별법은 이례적인 경우다.


'새로운 강원시대 완성'은 도민의 염원과 결집이 일궈낸 성과이지만, 김 지사의 총력전도 큰 몫을 했다는 평가다. 김 지사의 강력한 리더십과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로 강원특별법의 국회 통과 동력을 만들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지사는 춘천과 서울을 수없이 오가며 재선 의원 경력을 바탕으로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이끌었다. 또 정부부처의 적극적인 지원을 얻기 위해 강원특별법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자리를 수차례 갖는 등 그야말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김 지사가 2박 3일간 국회 천막농성장을 지킨 것도 주효했다. 여야의 갈등으로 한때 5월 통과가 불투명했으나, 김 지사의 역량 결집이 막판 물꼬를 트이게 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 22일 본지와 가진 천막 인터뷰에서 "많은 도민까지 상경투쟁을 하게 해서 도지사로서 면목이 없다. 이게 처리가 될 때까지 국회 앞에 어렵게 친 농성텐트를 지키겠다"며 '법이 통과될 때까지 여기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도민들이 22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에정된 국회 행안위 회의실 앞에서 법안심사제1소위 위원장인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강원특별자치도법 심사를 촉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도민들이 22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에정된 국회 행안위 회의실 앞에서 법안심사제1소위 위원장인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강원특별자치도법 심사를 촉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러한 과정은 김 지사가 '보수의 아이콘'에서 '도민을 위한 행정가'로 거듭났다는 것을 방증했다. 김 지사는 올해 초 "투사 김진태는 이제 잊어주시기 바란다. 나는 이제 행정가이고, 취임 당시 매운맛이 아닌 순한맛을 이미 표방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말을 증명하듯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드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김 지사는 강원지사 최초로 올해 강원도 국비 9조원 시대를 열었다. 이를 통해 '김진태 강원도정'의 역점 사업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의 핵심 역할을 하게 될 원주 '공유형 반도체 교육센터건립'은 물론, 전국 최초 공공주도형 반도체 인력양성기관을 지향하는 반도체 교육센터 건립사업 등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또한 '김진태 강원도정'에서 영월~삼척 고속도로 예비 타당성 조사 대상 선정 등 권역별 균형 발전과 지역 성장을 앞당길 교통망 구축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41년 강원도민의 숙원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강릉 제2 강원도청사 건립을 확정한 것도 김 지사의 성과로 주목할 만하다.


취임 1년 만에 이러한 많은 성과를 이뤄냈지만, 모든 사안이 김 지사의 뜻대로 풀린 것은 아니다. '레고랜드 사태'가 이에 해당한다. 김 지사가 지난해 9월 레고랜드 사업 정상화를 위한 카드로 레고랜드 특수목적법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 회생 신청 계획을 발표했지만, 지자체의 보증채권 신용에 신뢰가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국내 채권시장에 충격파를 줬다. 이후 채권시장이 얼어붙자 김 지사는 보증채무 상환일을 내년 1월29일에서 올해 12월 15일로 앞기며 추경 예산을 편성, GJC의 보증 채무 2050억원을 전액 상환했다.


김 지사는 이를 타산지석 삼아 강원도의 빚이 일정 수치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또 지출이 일정 수치 이상 커지지 않도록 법률과 조례에 근거해 제안하겠다며 '강원도형 재정준칙'을 도입했다. 취임 6개월 만에 채무 약 30%를 갚아 총 1조243억원이었던 빚을 7301억원으로 줄인 김 지사는 고강도 재정혁신에 대해 "강원특별자치도의 미래세대에게 번영의 기반을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강원도 통합재정수지는 15년 만에 404억원 흑자를 기록했고, 재정 자립도도 향상해 30%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김 지사는 향후 3년간 방만한 지출은 줄이되 민생과 복지, 일자리, 신산업을 위한 예산에는 아낌없이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지역 관계자는 "강원특별자치도의 비전을 '미래산업 글로벌 도시'라고 설정한 만큼 반도체, 바이오헬스, 수소에너지, 이모빌리티, 스마트농업 등 미래 첨단산업에 과감히 투자할 예정"이라며 "김 지사는 청정 환경을 기반으로 한 관광 산업만 육성하는 게 아닌, 미래 산업을 통해서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김 지사의 노력은 그를 '보수의 아이콘' '투사' '매운맛' 등의 강성 정치인 이미지에서 탈피하게 했다. 이제 김 지사를 두고 '순한맛' '도민을 위한 행정가'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며 "김 지사는 늘 겸손한 마음과 성실한 자세로 오직 강원도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마음 뿐"이라고 강조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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